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06.0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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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성숙한 방송 문화를 만들기 위한 자세는? 
 

▲ⓒ Martin Barraud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에서 편성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1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중 파급력이 큰 일부 프로그램은 방송이 끝난 뒤에는 각종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특히,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는데, 일부 시청자들은 표현과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반면, 또 다른 대중들은 매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을 즐겁게 시청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최근 인터넷에서는 ‘프로불편러’라는 신조어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프로불편러’란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분위기에 안 맞게 진지하고, 남을 가르치듯이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를 보고 또 다른 네티즌들이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다며 이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자주 쓰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논란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있었던 개그맨 장동민 보이콧 운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4월 tvN ‘코미디 빅리그’의 ‘충청도의 힘’이라는 코너에서 한부모 가정을 조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팟캐스트 방송에서 했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해당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했다. 해당 코너 역시 방송 1회만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혹자들은 이러한 논란의 확대 재생산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음에도 집단 행동을 통해 개그 소재의 단순화를 불러일으켜 일반 시청자들의 웃음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싫으면 뭐가 싫은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생산적인 방법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3자 효과이론으로 살펴보는 방송의 영향력

예능 방송 프로그램을 두고 이러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공공재라는 방송의 특수성 때문이다. 공공재의 성격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띄고 있는 방송, 이 중에서도 특히 전파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은 표현과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의 내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프로불편러’들의 주요 논지다.

  하지만 프린스턴대학의 사회학자 필립스 데이비슨은 과거 이러한 현상들은 지각 편향일 수 있다며 ‘제3자 효과’라는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제3자 효과 이론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일반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과 자기 자신에 대한 영향력에 대하여 이중적인 잣대를 사용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론에 의하면,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일반 사람들에게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측하는 시청자가 막상 자신은 그 프로그램을 보아도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또한, 자신은 왜곡된 보도를 보아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으나, 일반 사람들은 이를 보고 그대로 믿어 잘못된 판단을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비난하며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그런 프로그램을 태연하게 보는 모습도 이 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올바른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제3자 효과 이론은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검증을 거친 엄밀한 이론이라기 보다는 다소 보편적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긍정적 메시지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음에 비추어 제3자 효과는 부정적 메시지에 국한된 제한적 효과라는 비판도 있다. 방송의 내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3자 효과가 더 크게 발생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타인보다 자신이 더 영향을 받는다고 지각(知覺)하는 ‘역제3자 효과’, ‘제1자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이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방송에서 생산하는 컨텐츠를 보고 그 현상과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해석하는 행동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제3자 효과 지각(知覺)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공론이 편향적으로 형성되면 소수의 의견자들은 침묵을 지키게 된다. 이를 독일의 학자 엘리사베스 노엘레 노이만이 제시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특정 의견이 만들어지면 누군가는 이로 인해 ‘마녀 사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수 있게 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가 지나칠 정도로 불평을 늘어놓다 보니 건전한 비판을 하는 대다수 네티즌까지 똑같은 취급을 받곤 한다”며 “그렇다고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결국 최선책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종사자들이 좀 더 신중해지는 수 밖에 없다. ‘코미디 빅리그’의 박성재 PD는 논란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에 참석해 “더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법을 고민하는 연출자가 되겠다”라고 밝히며 고뇌를 드러냈다. 여기에 시청자들 역시 막연한 불편함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등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컨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를 외면하면 앞으로도 예능 프로그램의 논란과 그 불편함을 둘러싼 다툼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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