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블록 쌓아 레고 왕국 재건설
무너진 블록 쌓아 레고 왕국 재건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5.3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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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이겨낸 장난감 기업의 한 수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Cover Story]  레고그룹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CEO


 

무너진 블록 쌓아 레고 왕국 재건설

 

세계 경제 흐름 이겨낼 수 있었던 장난감 기업의 한 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게임 시장이 현대사회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디지털과 모바일 게임이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블록세상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올해로 83년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덴마크 장난감 장수 회사 ‘레고 그룹’이다. 레고 그룹은 지난 2015년 358억 덴마크크로네(약 6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레고그룹도 2003년만 해도 15억 크로네(약 2,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침몰하는 레고그룹을 건져 올린 이가 있으니 바로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최고경영자(CEO)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첫 외부인 CEO 되다


1932년 덴마크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레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세계 완구 산업의 정상에 섰다. 전 세계에 레고 블록 100억 개는 소파 쿠션 밑에, 30억 개는 진공청소기 안에 있을 것이라는 농담이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 세계 최고 완구 기업 레고그룹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레고그룹은 2003년 역대 최대인 15억크로네(약 2.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레고그룹의 위기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아이들은 블록놀이보다 게임에 매료됐다. 레고그룹은 1998년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회사는 1999년 전반기에 역대 최대인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지만, 이후로도 적자의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2003년 회사가 최대 적자를 내자 입사한 지 3년도 안 된 36세의 전략 개발 담당자가 지긋한 연령대의 이사 앞에서 돌발 발언을 했다. 레고그룹 이사회에서 매출 하락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이하 크누스토르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사회에서 “올해 매출은 30% 줄었는데 운영비용으로만 2억 5,000만 달러를 들여야 합니다. 내년에는 순손실이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입니다. 현재 확보된 신용 한도도 없습니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그룹의 토대가 무너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신참의 독설에 이사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사들은 다음 해 스타워즈 시리즈가 새롭게 출시하고 미국 불황이 끝나면 위기는 끝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레고그룹 CEO였던 창업자의 손자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크누스토르프를 눈여겨보다 2004년 그를 새로운 CEO로 깜짝 발탁했다. 창업 이래로 가업을 이어오던 레고그룹에서 첫 외부인 CEO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크누스토르프가 그룹 CEO로 취임한 후 레고그룹은 완전히 탈바꿈 됐다. 우선 레고그룹은 적자노선에서 흑자노선으로 갈아탔다. 지난 2015년, 레고그룹은 358억 덴마크크로네(약 6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으로 122억크로네(약 2조 원)를 벌었다. 영업이익률은 34.2%로 구글(25.8%)과 페이스북(34.7%)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도 맞먹는다. 같은 해 레고그룹은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을 제치고 레고를 장난감 업체 1위 자리에 올랐다. 또한, 영국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는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로 레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적자노선에서 흑자노선 갈아탈 수 있었던 비결


그룹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른여섯의 젊은 CEO가 내놓은 해법은 ‘기본’이었다. 크누스토르프는 CEO가 된 후 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답은 쉬웠다. ‘잘 놀아요’라는 뜻의 덴마크의 단어(leg godt)를 합쳐 만든 회사명에서 찾을 수 있듯 레고그룹의 핵심 가치는 어린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동안 레고그룹은 다양한 사업방향을 이루고 있었다. 장난감 기구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만들었고, 레고를 이용한 게임, 액션 피규어,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사업 확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레고그룹은 블록장난감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업 방향만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1988년 ’상호결속 블록‘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블록장난감 분야에서 캐나다의 메가블록스, 폴란드의 코비에스에이, 중국의 옥스퍼드브릭스에서 밀리고 말았다. 

 
크누스토르프는 이러한 레고그룹의 실태를 파악한 후 기본인 블록장난감에 집중했다. 그는 수익이 적었던 레고랜드의 지분 70%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록’에 매각했다. 컴퓨터 게임 부서도 없앴다. 이 후 그는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관계가 소홀해졌던 기존 거래처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크누스토르프는 CEO가 되자마자 전 세계를 돌며 주요 협력업체를 만났고, 그들이 원하는 품목에 맞는 제품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거래처와 관계를 회복한 후 레고그룹은 고객과의 관계 회복에도 나섰다. 당시 고객들은 레고가 쉬워지는 데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레고그룹이 컨설턴트의 말에 따라 새로운 고객을 영입하기 위해 블록을 쉽게 만들고 디자인을 바꾼 탓이다. 크누스토르프는 기존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레고 대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인팬 커뮤니티와 접촉을 늘리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성인 시리즈를 내놓았다. 또한, 그는 블록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키즈 이너 서클’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얻는 한편, ‘레고클럽하우스’를 운영해 아이들이 조립하기 쉬운 레고 상자부터 난이도가 높은 상자까지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크누스토르프는 비용절감을 위해 블록 부품도 과감하게 줄였다. 레고그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세트를 만들 수 있는 총 제조비용을 할당받아 진행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창의력 확대를 이유로 비용 한도 초과를 허용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비슷한 특수 블록만 많아졌고, 수익성은 낮아졌다. 크누스토르프는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고자 블록 1만4,200개를 일일이 검토해 필요 없는 블록을 줄였다. 이후 레고그룹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레고그룹은 매출 4배, 영업이익 8배를 이뤄냈고, 인원감축으로 2007년 4,330명까지 줄었던 임직원 수는 2015년 1만 3,974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진입장벽 낮은 장난감 업계에서 레고그룹이 정상인 이유


크누스토르프는 1968년 덴마크 동부 해안가의 프레데리시아에서 태어났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동아시아학을 공부한 그는 영국 크랜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이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오르후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1988년, 그가 들어간 첫 직장은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프랑스 파리 사무소였다. 이 곳에서 3년여 간의 컨설턴트 경험과 경제학 박사라는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은 그는 이후 레고그룹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그는 CEO로 승격해 그룹의 위기를 막고 새로운 성장을 이뤄냈다. 물론, 레고그룹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위기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저출산 풍조가 심해져 아동의 수가 적어지고 있고, 장난감 시장은 커지고 있어서다. 크누스토르프는 이러한 위기 역시 정공법으로 극복할 계획이다. 그는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레고는 소비재 산업이어서 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들은 구입 빈도와 금액을 높이기 마련”이라며 “레고그룹의 프렌즈, 닌자고, 넥소나이츠 등의 제품은 모두 스토리를 담고 있고, 이런 제품들은 하나를 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도 또 구매하도록 만드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레고도 과거엔 세계 경제 흐름 등과 매출이 깊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최근 10년을 보면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라며 “어떤 상황에도 고객들이 물건을 반복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더 재미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레고그룹은 앞으로 사업 방향을 아시아로 잡고 있다. 크누스토르프는 한 인터뷰에서 “레고그룹의 미래 성장 목표에 대한 정확한 숫자는 정하지 않았지만, 세계의 더 많은 아동이 레고를 갖고 놀게 하고 싶은 목표는 있다”라며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고, 성숙 시장은 한국과 일본, 홍콩, 대만 등에서도 성장이 확대되고 있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고그룹에는 창업 때부터 내려오던 정신이 있다. 바로 ‘최고만의 최선’이다. 레고그룹이 나무 장난감을 만들던 당시 레고 공방에서 일하던 창업자 올레 키르크의 아들 고트프레드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리 인형에 니스를 세 겹 바르지 않고 두 겹만 발라 판매하자 이 말을 들은 아버지 올레가 격분하며 기차역으로 가 오리 인형을 모조리 회수해 한 겹씩 덧바른 일화는 이미 그룹에서 유명하다. 진입 장벽의 거의 없다시피 하고, 변덕스런 고객층을 가진 장난감 업계에서 레고그룹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이 일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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