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계기교육’ 두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세월호 계기교육’ 두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5.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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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세월호 계기교육’ 두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전교조의 계기교육 깅헹, 교육부 강력 대응으로 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넘어선 현재,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4·16 교과서)’ 활용의 정당성 논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제작한 교사용 참고자료를 일선 학교에서 활용하는 것이 교육의 중립성을 해치는지 여부를 놓고 교육부와 전교조·일부 교육감들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월호 계기교육’은 이제 교육계를 넘어 정치적인 사안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4·16 교과서 계기수업’ 논란 확대


최근 현직 교사 131명이 전교조가 제작한 ‘4·16 교과서’로 세월호 2주기 계기교육을 하겠다고 나서 교육부와 충돌을 빚고 있다.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계기수업 선언참가 현장교사’라고 밝힌 전국 15개 시도 교사들은 성명을 내고 전교조의 4·16 교과서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돌아보는 계기교육을 각 소속 학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계기교육이란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은 특정 주제를 가르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교육을 뜻한다. 사회나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 있을 때 이를 계기로 진행하는 수업으로, 내용은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전교조는 자체 제작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전국의 학교에 신청 교사를 중심으로 배포해 교사들이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어서 현직교사 131명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자신의 소속 학교와 실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금지 조치와 징계 위협에 굴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한편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겠다”며 “학교에서 아이들과 나누는 작은 실천이 세월호 진상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편향됐다”며 금지조치를 내리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교조가 개발한 도서의 개발 취지와 구성 등이 정치적 수단 성격이 있고 대부분 교육 중립성 면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두 차례에 걸쳐 사용 금지를 지시한 바 있다. 정부가 4·16교과서를 수업교재로 활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무엇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정·대처방법 등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여과 없이 실어 아직 가치판단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용 68~71쪽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아이들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 여왕·괴물로 묘사한 부분에 대해 교육부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등용 96쪽,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흐르는 동안 대통령과 장관 등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주체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인솔자로서 책임을 느껴 자살했다’고 서술된 부분도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이 특정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질 때 자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4·16 교과서를 활용한 교사는 물론 교육청(교육감)을 징계하겠다고 한 근거는 ‘교육기본법상 중립성 확보’ 위반 혐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 VS 자율권 침해


교육부는 세월호 계기교육에 대해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경기·강원·전북·서울 등 다수의 시도 교육청은 “세월호 계기수업은 학교 자율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교육부 방침과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특히 강원과 전북교육청은 전교조의 세월호 교과서를 쓰지 말라는 교육부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하지 않아 교육부가 직접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계기 교육 불허 및 강행 시 징계 방침을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일부 학교에서 부적절한 동영상이나 수업 자료를 활용해 편향적 교육을 함으로써 혼란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교원이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위법 사례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주도한 전교조는 이를 두고 오해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사회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계기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 전교조의 입장이다. 특히 전교조 측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가권력이나 정치세력이 교육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고, 교실에서 정치현상에 대해 일절 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역 교육감들도 세월호 계기교육은 학교와 교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육기본법에 근거한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받는 등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편향되지 않게 가르치고, 심의위원회와 학교장이 승인하면 전교조의 ‘4·16 교과서’를 토대로 세월호 계기교육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발 더 나가 경기도교육청은 ‘4·16 교육체제’를 선포하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4·16 교육체제’란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경기도교육청 마련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선포한 내용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폐지, 기초학력 부진 해소 문제 등 국가 차원에서 검토할 대형과제를 포함하고 있어 정부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사용이 금지된 전교조의 ‘4·16교과서’로 세월호 계기교육을 한 경기도 소재 학교의 전교조 교사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뜨겁다.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에 추가 조사를 지시하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계기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봉합될 수 있을지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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