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공존하는 새로운 병영문화
빛과 어둠 공존하는 새로운 병영문화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5.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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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빛과 어둠 공존하는 새로운 병영문화

장병 부모들에 시달리는 간부, 여전히 잠 부족한 병사 

 

 

군대가 변하고 있다. 2014년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군은 선진병영문화를 만들겠다는 ‘병영 문화 혁신안’을 내놨다. 혁신안에는 동기 생활관 사용, 군대 내 스마트폰 허용, ‘다나까 언어’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병영 문화 혁신안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선진 병영으로 인한 후폭풍과 더불어 병사들이 느끼기에 병영문화가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롭게 적용된 병영 문화 혁신안

20대 청년이 군대에 가기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딱딱한 군대문화의 영향이 크다. 군대에 대해 대다수 청년은 상급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과 사회와 다른 언어사용, 폭언과 구타가 발생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타 TV에서 방영되는 군대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군대에 새로 들어간 훈련병이 언어사용으로 고생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방송에서 조교는 이 병사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TV프로그램인 만큼, 어느 정도 수위가 조절된 장면이 방영되었을 거라는 예측 하에 대다수 청년은 군대에 대한 공포를 얻기 쉬웠다. 게다가 2014년 총기난사 사건과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대다수 청년은 가능하면 군대에 가는 것을 회피하게 됐다. 7·80년대 군대를 다녀온 아버지 세대의 군대 위용담 역시 청년들이 군대를 꺼려하게 되는데 한몫했다.

 
국방부는 앞서 언급한 병영문화의 부정적인 모습을 타파하기 위해 ‘병영 문화 혁신안’을 제시했고, 현재 적용 중에 있다. 분대끼리 사용했던 생활관은 현재 동기생활관으로 바뀌었다. 또한, 생활관 내에 수신용 스마트폰을 비치해 가족이나 친구가 군대를 간 병사에게 쉽게 전화와 문자를 하고 심지어 영상통화도 할 수 있게 됐다. 군대만의 독특한 말투도 바뀌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월, 밝은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잘못된 언어문화로 지적되고 있는 ‘압존법’과 ‘다나까’말투를 개선하기 위한 언어순화 지침을 하달했다. 따라서 병사들은 언어 사용에 혼란을 느꼈던 압존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나까’ 말투 역시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걱정을 없애고 병사들이 느끼는 ‘사회 단절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병사가 가족 및 사회와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부대별로 밴드와 카페 등의 SNS를 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일선 부대에 개설된 밴드는 1만 200여 개, 카페는 3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병이 필요한 선진병영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필요 있어

선진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사들은 병영문화에 힘겨워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2015년 하반기 병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대 근무 중 가장 불편한 점은 수면 부족(15.6%)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재 병사들의 취침시간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이지만 반복되는 불침번 근무와 야간 경계 근무 등으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한 예비군은 “부대에서 훈련을 하거나 일부 병사들이 파견을 갔을 경우 야간 근무가 많아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2013년(21.4%)과 2014년(14.8%)에도 수면부족을 꼽은 병사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계속 병영문화 개선에 필요한 점이 집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부대 근무 중 병사들이 느끼는 불편함으로 외로움과 심리적인 위축(10.9%)이 뒤를 이었다. 이어 병사들은 추위와 물 부족 등 열악한 환경을 세 번째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군은 외로움과 심리적인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SNS 소통방법을 대안으로 내놓고 현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SNS는 새로운 문제를 양산했다.

 

헬리콥터맘으로 인해 깊어지는 군 간부의 주름

생활관 내 스마트폰 비치와 부대별로 SNS가 활성화되면서 간부들이 시름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교육열’ 정도로 치부되던 ‘헬리콥터맘’이 군대에 등장해서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충청도 부대에 근무하는 이모 원사(45)는 최근 김모 이병의 어머니에게서 "아들이 다리가 아픈데 경계 근무를 서게 됐다"며 보직을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원사가 "큰 문제는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대는 결국 김 이병을 위해 따로 행정병 자리를 만들었다. 이 원사는 "혹시 병사가 다치면 진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모들의 민원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병사의 부모들이 간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현재 육군 대위로 근무하는 한 장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들의 안부를 묻고 잘 봐달라는 연락이 온다”라며 “부모의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군에서 해야하는 업무와 훈련에는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육군은 지난해 장병 가족 5,000여명을 대상으로 SNS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장병 가족 97%가 ‘SNS 채널 운영 후 안심이 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군 간부 가운데 ‘SNS 운영으로 보람을 느꼈다’는 응답은 48.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선진병영문화로 군대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가 새로운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후 해결책에 대한 고민과 선진병영문화에 대한 정립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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