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Issue]아이들의 ‘아이다움’을 지켜주세요
[Society Issue]아이들의 ‘아이다움’을 지켜주세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5.2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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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Adult Kid


 

 

아이들의 ‘아이다움’을 지켜주세요

 

‘키덜트’ 문화에서 ‘어덜키드’ 문화로,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


어렸을 적, 자신의 부모님이나 존경의 대상을 따라 해보고자 어른 흉내를 내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는가?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경험이 ‘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어른들을 흉내 내고픈 아이들의 심리는 자연스러운 성장 발달 과정 중 하나인데, 최근 이러한 성장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낳고 있다. 어른스러운 옷과 구두를 신거나 외제차를 본뜬 럭셔리 장난감 자동차를 타는 등의 어덜키드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트렌드로 급부상 하고 있는 ‘어덜키드’

최근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키덜트(kid+adult)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가운데, 최근 키덜트 문화와는 반대로 어른들의 문화를 따라 하는 ‘어덜키드(Adult+Kid) 문화’가 또 다른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른을 의미하는 Adult와 아이를 의미하는 Kid가 합쳐진 단어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를 뜻하는 어덜키드. 약 5~6년 전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이 문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어덜키드를 위한 산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의류, 화장품, 주얼리 등 패션잡화분야 등에서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구가 늘어남에 따라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아동, 유아용품의 구매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유아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 내외로, 2014년부터 거래액은 매 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2015년 아동 유아 상품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33%나 된다고 한다. 이는 전체 온라인 시장의 50% 비율 수준이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국내 온라인 쇼핑을 통해 거래된 아동·유아 상품은 3,550억 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가량 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2007년~2011년 사이의 유아용품과 관련한 상품 출원 현황을 들여다보면 의류·신발·모자·화장품·비누 등 패션·뷰티 분야가 60%를 넘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욕구 충족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

어덜키드 문화는 아동용 패션잡화분야 외에도 럭셔리 키즈카, 미니미룩(Mini Me look)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아이들과 부모에게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유·아동용 전동차는 기존의 완구 개념을 뛰어넘는 디자인과 성능으로 아빠들이 탐내는 명품 아이템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만 원 후반에서 30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키즈카는 벤츠, 람보르기니, BMW, 아우디, 캐딜락, 머스탱 등 수입차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실제 자동차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완구업체들이 생산하는데, 크기는 작지만 실물과 비슷하게 생겨 ‘아이보다 아버지들이 더 탐내는 장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럭셔리 키즈카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 중인 한 아이의 아버지는 “내 아이에게 고급 차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구매했다가 아이가 좋아하니 여러 대를 사게 됐다”며 “튜닝은 처음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나의 취미가 됐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 어덜키드 가족으로 꼽히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톰 쿠르즈. 그의 딸인 수리 크루즈가 한때 신었던 유아용 하이힐이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었다. 이는 최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니미룩의 시초라 볼 수 있다. 미니미룩은 부모가 아이에게도 어른용 패션의 축소판 같은 옷을 똑같이 입힌다는 뜻으로 고가의 명품 브랜드부터 자라, 유니클로, H&M 등 SPA 브랜드들까지 다양한 제품이 이미 등장해 이 같은 문화 현상의 일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가의 브랜드가 부담스러운 젊은 엄마들은 중고 카페를 이용해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전에 거주 중인 워킹맘 손모 씨는 “첫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백화점에서 옷을 사기엔 부담이 돼요”라며 “주변에 자녀 또래가 비슷한 어머니들과 친구들끼리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중고로 구입해 입히는 등 여러 방안을 도입해 아이의 스타일을 완성시켜주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아이의 요구와 부모의 욕망 사이에서 사라지는 ‘아이다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어덜키드 문화. 이는 육아에 임하고 있는 부모나 가까운 친인척 중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굳이 주변 상황이 이렇지 않더라도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어덜키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육아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어덜키드 상품이 노출되면서 이에 대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인데, 이런 어덜키드 상품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방송 매체를 통해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덜키드 상품 소비는 부모들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소비의 과정에서 동심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양가 어른들이 첫 손자 보시고 벤츠(럭셔리 키즈카)를 사주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우리 아들의 동심이 깨질 것 같아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허영심을 부추기는 방송 콘텐츠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비판의 칼날을 방송 제작자에게 돌렸다.
 

  이처럼 어덜키드 문화의 문제점은 소비 계층,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아이의 요구나 필요보단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어덜키드 문화는 사실 아이들의 요구보다 부모의 취미와 관심사를 살린 소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특히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젊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무엇이든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골든 키즈’ 현상이 어덜키드 문화를 가중시켰다. 부모들의 과잉 자식 사랑이 과도한 소비습관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에게도 잘못된 소비 습관을 이끌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신의 관심과 욕심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위한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가 아이들이 ‘아이다움’을 잃게 만들 수 있는 치명적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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