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두치 효과, 과연 실제로 존재할까?
버두치 효과, 과연 실제로 존재할까?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6.05.10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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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최근 국내 투수 유망주 잇따라 부상

젊은 투수일수록 혹사보다 체계적 관리가 필요


  

2016년 프로야구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난 4월 1일 일제히 개막에 돌입했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 베어스부터 신생팀으로 프로 첫 시즌을 아쉽게 최하위로 마무리한 KT 위즈까지, 10개 구단 모두는 우승이라는 목표하나로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려왔다. 모든 구단이 최상의 멤버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고자 기대했지만 시즌 전부터 몇몇 구단에서는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KBO 투수 유망주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재활과정을 거치고 있어 이들을 기다려온 팬들을 안타까움은 커져만 간다. 



마(魔)의 30이닝


2008년 2월 MLB 유명 칼럼리스트인 톰 버두치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새로운 주장을 펼쳐 야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가 그 전년도와 비교해 30이닝 이상 투구 이닝이 늘어날 경우 이듬해 부상을 당하거나 구위 저하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과정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것과 유사하기에 갑작스럽게 투구 이닝을 늘리면 위험하다는 가설이다. 톰 버두치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2005년과 2006년 30이닝 이상을 초과해 던진 투수 17명 중 16명이 그 다음 시즌 부상을 당하거나 성적이 급격이 저하했음을 예로 들었다. 당시 MLB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올랐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아니발 산체스, 구스타포 샤신, 애덤 로웬, 스캇 매티어슨 등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오직 저스틴 벌랜더만이 버두치의 이론에서 벗어나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버두치가 제시한 이 기준에는 이후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라는 명칭이 붙게 됐는데, 이후 이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들이 계속 추가됐다. 그렇다고 모두가 쓰러진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벌랜더를 포함해 우발도 히메네스, 존 레스터, 존 댕크스, 팀 린스컴, 자이어 저젠스 등은 명단에 오른 해 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이중 일부도 머지않아 부상의 늪에 허덕이게 되었다. 버두치에 따르면 2005-2010년 6년간 55명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중 84%에 해당되는 46명이 이듬해 부상을 입거나 0.50 이상의 평균자책점 상승이 있었다. 2011년의 위험투수 9명 중 생존자도 지오 곤살레스와 이반 노바 두 명뿐이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 것이다.

 
1900년대 초 구단 트레이너가 하는 일은 부상 당한 선수를 설득시켜 출전시키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도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시켜 주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소아 정신과 상담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현대의 유망주 투수들도 이제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렇다면 버두치 효과는 정말로 있는 것일까. 혹사의 기준을 이닝으로 판단하거나, 이듬해 성적의 기준을 평균자책점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이들의 부진은 단순히 2년차에 생기는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젊은 투수들의 관리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연구로 보인다. 

 

KBO리그에도 버두치 공포가 업습하다


강정호와 박병호를 연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며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던 넥센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중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많은 전력 유출이 발생했다. 설상가상 이 팀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또다시 2명의 투수를 부상을 잃게 되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슬로 전열에서 이탈한 한현희에 이어 조상우까지 전력에서 당분간 빠지게 되면서 올 시즌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넥센은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관리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한다. 염경엽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연투를 가급적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구수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럼에도 조상우는 2014년 69.1이닝을 던졌고 2015년에는 93.1이닝을 던졌다. 초과분이 30이닝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만 21세 시즌에 구원투수로만 90이닝 이상 소화했다는 점은 ‘무리한 투구’로 볼 수 있다. 한현희는 2014시즌 78.2이닝을 던졌고 2015시즌 선발 전환한 뒤 123.1이닝을 던졌다. 이닝 증가분이 44.2이닝이었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버두치 효과’는 완벽한 이론은 아니지만 최근 젊은 투수들의 혹사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2013년 60⅔이닝을 던지며 한화 마운드의 신성으로 떠오른 이태양은 2014년 153이닝을 던진 뒤 2015년 시즌을 맞이하고 못하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SK 김광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2009년 138.1이닝에 이어 2010년 193.2이닝을 소화한 뒤 다시 10승을 거두는 데 3시즌이 걸렸다. 지난 시즌 25세 이하 투수 중 전년 대비 30이닝 이상 투구가 늘어난 이들도 존재한다. 지금 당장은 이상이 없더라도 조심스런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SK 박종훈, NC 이태양, KT 정대현, LG 임정우, 롯데 이성민, NC 최금강 등이 위험신호라고 할 수 있다. 

 
투수의 부상은 여러 가지 요인의 복합이다. 다른 부위의 부상이 팔꿈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현실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고교 시절부터 혹사당하는 선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버두치 효과가 완벽하지 않은 이론이라 할지라도 800만 관중 시대를 도래한 KBO리그에서 향후 10년 이상 이끌어갈 투수 유망주들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한 몸관리는 구단과 선수뿐 아니라 이들을 아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도입되어야한다고 야구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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