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정현 소설가 대한민국 대표 가족 소설가, 역사를 탐닉하다
[단독 인터뷰] 김정현 소설가 대한민국 대표 가족 소설가, 역사를 탐닉하다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6.05.10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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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대한민국 대표 가족 소설가, 역사를 탐닉하다

 


“이제는 독자들과 올바른 역사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1996년 발표된 장편 소설 ‘아버지’는 가정과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초상을 그리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위로했다. 당시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까지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밀리언셀러이기도 하다. 소설 ‘아버지’를 집필한 김정현 소설가는 강력계 형사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며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족 소설가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 소설이 아닌 올바른 역사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김정현 소설가를 이슈메이커가 만나보았다. 

 

Q. 2014년 8월 ‘안중근 아베를 쏘다’를 발표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최근 근황이 어떻게 될까요?

- 2000년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최근 15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역사 취재를 다니는데 몰두해 왔습니다. 중국 역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문명사를 풀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인을 통해 김교각 스님(신라 왕자 출신으로 중국에 건너가 구도생활을 하다 구화산에 화성사를 짓고 불법을 설교하였고 입적 후 시신이 썩지 않아 등신불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짐)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입지적인 인물임에도 국내에는 김교각 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전해지지 않기에 중국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이를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교각 스님 관련 소설과 중국 이야기를 집필 중입니다. 

 

Q. 1991년 ‘함정’을 통해 문학계에 등단했습니다. 이전까지 강력계 형사로 10년 이상을 근무해오다 작가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하나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등단 이후 형사 생활이 도움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삶을 통해 다양한 인간사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군상들을 바라보며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점차 쌓이게 되었고 이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1996년 출간된 ‘아버지’는 당시 시대상과 맞물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소설 ‘아버지’가 세상에 등장하게 될 때쯤 우리 사회는 ‘역사 바로 세우기’가 화두였습니다. 좋은 취지임에는 분명하지만 과거를 부정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우리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부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아버지들의 권위주의적이며 가부장적인 모습은 잘못된 점도 있었지만, 가족과 국가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아버지들을 난도질하는 상황이 도래하다 보니 그들 스스로도 무엇인가 텅 빈 구멍을 느끼고 억울한 점 역시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췌장암이라는 설정을 하게 된 이유도 취재 과정에서 절대 치료가 되지 않은 병임을 알게 되었고,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본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많은 독자가 이 소설을 읽으며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겠냐는 궁금증도 갖고 있습니다. 

- 보다시피 저는 아직도 건강하고 멀쩡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버지의 본연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설정일 뿐이었습니다. 다만 평소 아버지께서 해온 말씀과 생각을 소설 중간 중간에 풀어서 표현하기는 했습니다.

 

Q. 미디어를 통해 ‘아버지’의 성공이 당시 IMF를 맞이한 시대상과 맞물려서라는 평가가 많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아버지’의 성공 원인은 무엇일까요?

- IMF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아버지’를 발간했을 당시에는 IMF가 도래하기 이전이었으며 다만 ‘아버지’의 인기를 조명하고자 하는 언론들이 시대상과 끼워 맞추다 보니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철저히 가족의 이야기였으며 당시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였고 그들의 구매가 이어지며 전 국민적인 인기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이후 ‘어머니’, ‘가족’, ‘아버지의 편지’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족 소설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렇듯 소설의 주요 모티브를 가족으로 정하신 이유와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의 참 의미가 궁금합니다.

가족은 하나입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왜곡해서 그렇지 우리네 가족은 하나였습니다. 비록 부모가 강제로 맺어준 인연이라도 아내와 남편은 그 울타리 안에서 하나였으며,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였습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가족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집필해온 작품들은 역사 소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족 소설에만 맴돈다는 편견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부담감이 가족 소설에서 역사 소설 집필로 전환하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아버지’의 성공 이후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가족 소설이 집필의 주요 모티브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가족소설 작가라는 꼬리표가 좀 불편합니다. 십수 년 가까이 역사 공부에 매진했더니 지금은 가족 소설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이고 당분간은 역사 소설 집필에만 몰두할 예정입니다.

 

Q.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논란, 영화 ‘귀향’의 흥행 등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와 올바른 역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 바랍니다.

- 저는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역사는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할 거울입니다. 그 거울에 때가 묻었다고 버리거나 깨버린다면 자신의 모습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의 다양한 역사 관련 이슈와 부정적 비판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만입니다. 역사에 대한 예의를 논하기 전에 먼저 세상을 살아왔던 인간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되 긍정적이라고 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처럼 악에 받친 듯이 역사를 물고 뜯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발표하신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 대부분 소설가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모든 작품을 하나같이 아끼고 소중히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집필 이후 부끄러운 책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많은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 특별히 아끼고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길 없는 사람들’이라는 책입니다.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난 두 남녀가 북한을 탈출해 머나먼 이국땅을 떠돌며 겪게 되는 고난에 찬 여정을 그리며 북녘 땅 끝 작은 마을에서 동남아 열대지방에 걸친 장대한 행로, 자유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 분단이 남긴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고 나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Q. 집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이고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쓰기 싫은 작품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억지로 쓸 때입니다. 더불어 집필 과정에서 첫 번째 슬럼프는 원고지 400매 정도 썼을 때 찾아옵니다. 이때는 과감히 지금까지 써왔던 원고지를 날려버립니다. 다만 600매가 넘어서면 어려움이 있음에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사람마다 각자 슬럼프를 이기는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이러한 글을 쓰느니 그냥 취해버리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에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금 머리가 맑아지고 힘든 슬럼프를 자연스레 극복하게 됩니다.   

 

Q. 최근 소설과 만화 등이 영화와 드라마의 원천 아이템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본인의 작품 중에서는 ‘아버지’만이 유일하게 영화로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작품 중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 좋았을 것 같은 작품이 있을까요?

- 그동안 몇 개의 작품은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를 위해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고향사진관’이라는 작품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고향 친구를 모델로 한 실화 소설이기도 하며 이 시대의 가족을 돌아보며 참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Q. 1990년대 이후 단일 소설로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책은 작가님의 ‘아버지’를 포함해 가시고기, 엄마를 부탁해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침체된 출판계의 긍정적 발전을 위한 일침 부탁드립니다.

-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대의 문학은 스마트폰이나 IT와의 대결에서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문학계 내부에서는 편협한 시각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간의 갈등보다 대중에게 어떻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며 조금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소설가로서 직업적인 매력은 무엇이며 집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은 두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 소설가는 자기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사전 조사가 필수이니 공부를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찰 출신이라 그런지 글을 쓰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기에 증거와 사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자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작가님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온 팬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을 1~2권만 더 쓸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며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작가님이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모두가 살아가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다만 힘들다는 소리를 하기 이전에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꿈이 점차 사라지며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꿈을 꾸지 않는 인생은 어려운 삶이 될 수밖에 없다고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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