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황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세계 경제 불황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5.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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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세계 경제 불황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더디기만 한 세계 경제 성장률, 보이지 않는 돌파구

 

 

 

 

 

세계 경제는 점점 부진의 늪으로 빨려들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향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깊은 한숨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선진국들의 경기 둔화를 이유로 IMF에서 지난달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더 낮추겠다고 밝히면서다. 때문에 북미·남미·유럽·아시아 등 국가를 막론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IMF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이해만을 대변한다는 이유에서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세계 경제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불안하기만 한 세계 경제


IMF(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지난 4월, 선진국들의 경기 둔화를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더 낮추겠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에서 연말로 갈수록 경제 활동이 약해지고, 위험자산 가치가 가파르게 내리기 때문에 경제 전망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또한, IMF는 G20 국가들에게 세계 경기 둔화가 더 깊어질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며 함께 정부 지출을 늘리는데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월에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에서 이미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인 3.6%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으며, 2017년 성장률 전망 역시 0.2%포인트 하향된 3.6%로 수정했다. 

 
이에 세계은행(WB)은 일부 대출 자금이 환경 요인과 국제적 분쟁 등 특정이슈로 인해 늘었다고 밝히며 세계 경기의 침체를 우려하고 나섰다. 김용 WB 총재는 “위기가 아닌 시기 가운데 대출규모가 최대치”라며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이 기후 변화로 생긴 신종바이러스의 여파, 시리아 난민으로 인한 국제적 분쟁 등의 이슈로 인해 자본 요청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WB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특정 이슈로 인한 대출이 아닌 특정 국가 예산에 개입하는 ‘개발 정책 대출((Development policy lending)’이 크게 늘었다”며 “전체 대출의 45%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 유가 등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원수출국의 적자 규모가 증가해 대출 요청으로 직결된 것이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올해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10억 달러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2월 나이지리아는 이미 세계은행에 긴급 자금을 요청한 상태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WB가 국가 자금난 등 위기 대응에 있어 IMF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대출 조건에서 IMF보다 WB의 승인절차가 헐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 총재는 “우리는 IMF와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늘어나는 대출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 개혁 촉구 조건을 확립하고 자금 확충 방안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저성장에 대응하는 ‘방법’


유럽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금리 정책까지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미국에서도 올해 초에 한때 고용 호조를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지만 최근 발표된 소비와 물가 지표들은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여러 국가와 협력하며 동시에 각국의 형편에 맞춰 저성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무 당국이나 세무 당국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결혼생활과 마찬가지로 파탄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라가르드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에서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닌 성장세에 있다”면서 “하지만 회복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장세의 내구성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는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중국 경제 둔화와 원자재 시장 부진, 주요 중앙은행들의 부양책 축소 등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 핵심은 이렇다. 미국 달러 강세, 유럽 취업률과 투자금액 저하, 일본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등이 세계 경기를 억제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성장력을 희생한 부분도 짚고 넘어갔다.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하락으로 브라질과 중동 국가, 러시아 등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도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였지만, 너무 오랫동안 저성장세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책, 통화정책 등을 적절하게 사용해 경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서 비춰진 라가르드 총재의 판단 


한편,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그리스(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대한 860억 달러(약 99조 원) 규모의 3
차 구제금융안에 IMF가 참여하려면 더 현실적인 재정 목표에 따라 완전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경고했다. 지난달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그리스가 목표로 삼은 재정 흑자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는데, 이는 IMF가 6년간 이어온 그리스 구제금융에서 빠질 가능성에 직면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FT는 풀이했다. 실제 그리스와 유로존의 다른 회원국들은 지난해 7월, 3차 구제금융안에 합의했지만, IMF는 아직 사인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IMF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향방을 놓고 벌여오고 있는 설전에서 알 수 있다.

 
과거 그리스는 2018년까지 이자를 제외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재정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금 인상, 지출 축소, 경제 개혁을 실행하는 데 동의했다. 이대로라면 그리스는 이론적으로 올해 GDP의 185%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부채의 상환을 시작할 수 있다. 높은 소득세와 연금개혁, 부가가치세와 다른 세금의 징수 개선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그리스 측은 전망하고 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같은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IMF는 여전히 극도로 회의적이다. IMF는 세금을 적게 올리는 대신 연금을 더 삭감해 2018년까지 더 현실적인 1.5%의 재정 흑자 목표를 달성하자고 제안해왔다. 즉, 그리스가 긴축을 덜 하는 대신 유로존 회원국들이 그리스의 부채를 덜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재정 흑자 3.5% 목표를 그리스인들의 영웅적인 노력으로 달성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3.5%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가정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GDP의 1/4이 감소한 6년간의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그리스는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면서 “이제 IMF가 제 몫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 지표의 부진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이중잣대’론을 타개해야 해결의 ‘열쇠’를 쥘 것


이처럼 IMF와 WB가 세계 경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관해 세계 정·재계 인사들은 전폭적인 믿음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 이해만을 대변한다는 시선에서다. 물론 IMF가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조율하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7년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IMF가 보인 행보는 ‘선진국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 국제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거나 국제정책의 조율을 꾀하는 과정, 또는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거나 국가채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IMF는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 입김에 많이 흔들렸다.

 
2010년 9월 노벨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는 IMF는 ‘전 세계 경제정책 조정자’로서 위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G20 국가들은 자신의 모임이 정책협력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기능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효율성을 가진 별도기구가 필요하다”며 “IMF가 이러한 역할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인도중앙은행 라구람 라잔 총재도 이에 동의했다. 라잔 총재는 “연준의 정책이 신흥국 금융시장의 부침을 결정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어 “따라서 IMF와 같은 국제기구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판단함으로써, 국제 경제,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IMF 전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은 “연준은 미국의 경제적 환경에 따라 금리를 움직일 뿐”이라며 “IMF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많은 싱크탱크들은 디플레이션과 높아지는 금융 불안정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만 나아가려 한다면, 전 세계의 고통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은 해야만 한다. 국가 간, 단체 간의 이해와 배려, 타협, 그리고 존중을 통해 세계 경제 불황이라는 ‘자물쇠’가 움직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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