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Ⅲ] 새로운 가족의 탄생
[가족 Ⅲ] 새로운 가족의 탄생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5.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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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새로운 가족’들의 진화
 

 

다양한 가족 구조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절실

 

▲ⓒ셰어하우스 우주

 

 

시대가 흐르고 사회적인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가족의 형태도 그야말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이 모여 동거하는 ‘셰어하우스’부터 동성결혼 등의 ‘법외가족’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이러한 가족구조의 변화는 비단 국내의 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회적 변화이기도 하다.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인가구 시대를 이끄는 ‘셰어하우스’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달라진 결혼관과 경제적 불황 등으로 인해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고, 이 결과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08년 68.0%였던 것에서 2014년 56.8%로 감소했다. 반면 이혼에 대해서는 관대해졌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4년 44.4%로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9%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국내의 1인가구의 수는 이미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렇듯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혈연’에서 벗어나 동거형 가족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가족 아닌 사람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가 바로 그 중 하나다. 낯선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셰어하우스는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드라마 같은 데서나 가끔 볼 법한 낯선 풍경이었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찾는 수요가 제법 많아졌다. 최근에는 아예 설계부터 셰어하우스를 목적으로 지은 집이 등장하는가 하면, 입주자 취미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띠기도 한다.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같은 집을 여러 명이 함께 빌려 모여 산다는 의미다. ‘공유(Share)’와 ‘집(House)’이 합쳐진 말이다. 일종의 공동주택으로 침실을 제외한 거실이나 부엌, 욕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 특징이다. 입주자 한 사람당 임대료 수준은 지역, 집·방 면적에 따라 30 ~ 6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세와 달리 집 안의 방 한 칸을 빌려 사는 개념이라 보증금이 없거나 적으며, 일반 오피스텔이나 원룸보다 월세가 저렴한 편이다. 

 
이러한 셰어하우스는 1인 가구가 일찍이 등장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주거 형태로 알려져 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대도시 젊은이들이 집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던 것이 셰어하우스의 시작이다. 국내 주택 임대 시장에 셰어하우스가 도입된 이후에는 아파트나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임대해 보수한 뒤 입주자에게 재임대하는 셰어하우스 전문업체가 속속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셰어하우스 임대료는 인근 원룸 시세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오히려 집을 혼자 차지하지 못하고 함께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까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요즘의 젊은 층들은 셰어하우스에 크게 열광하며 반기는 모습이다. 셰어하우스를 이용하는 입주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학생들과 같은 1인가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보통 도시의 높은 임대 보증금이 부담스러운 이유로, 혹은 혼자 사는 외로움 때문에 셰어하우스를 선택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입주자들끼리 친분을 쌓거나 영화나 요리, 독서, 미술, 운동 등 취미를 함께한다는 매력도 있다. 전문가들은 셰어하우스 인기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주 수요층인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집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전체 가구의 27% 정도인 1인 가구 비율이 2025년에 31.3%(656만 가구), 2035년엔 34.3%(762만 8,00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셰어하우스 관련 시장이 점차 확대되며 가족의 트렌드를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혼’ 등 법외가족의 출현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고, 국내에서도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재인식 문제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같은 성별의 동성 간 결혼인 동성혼 문제를 중심으로 사실혼이나 동거 등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여름. 국내 최초로 동성혼 허용 관련 재판이 열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 소송은 지난 2013년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씨가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서를 불수리처분한 데 대한 불복소송이었다. 당시 서대문구청은 민법상 당사자 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두 사람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동성혼 소송을 제기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이처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법외가족’은 동성혼 뿐 아니라 사실혼이나 독신가구, 동거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통계청의 지난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과 이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한부모 가족 비율 또한 전체 가구수 대비 2000년 9.4%에서 2010년 11.1%로 점점 늘고 있다.

 
재작년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조사한 ‘한국 LGBT(성적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보고서’에서는 전체 응답자(3159명)의 45.3%가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5%는 동거중이라고 답했다. 또 40대 이상 응답자의 절반 이상(51.2%)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동성 간의 결혼만이 가족의 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미 있는 조사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 사회 가족 구성이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최근의 현실을 반영해 ‘법외 가족’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상당수 발의됐지만 논의 과정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차별금지법안’이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총 51명이 이름을 올린 ‘차별금지법’은 발의된지 2달여 만에 철회됐다. 김 의원안보다 일주일 늦게 제출된 같은 당 최원식 의원안도 같은 날 철회됐다. 결정적 철회 이유는 ‘법안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독교계 등의 반발이었다. 당초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유엔 인권이사회 등이 한국에 채택하도록 권고하고 촉구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실제로 대부분의 인권 선진국에서는 이를 채택하고 있다. 현행의 건강가족기본법에서는 가족을 ‘혼인 및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되고 있고, 이를 개정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실현되기에는 아직까지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캥거루족 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확대되고 있다. ⓒKBS

 

 

경제 불황으로 ‘신 캥거루족’과 ‘할마·할빠’도 생겨나


가족의 분열과 붕괴 등 가족의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경제불황으로 인해 오히려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인구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25살 이상 미혼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의 비중이 미혼 자녀를 둔 가구의 26.4%(2010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만혼, 비혼, 취업난, 주거비 부담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구의 세부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출산율 제고 등 실효성 있는 가족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연구팀이 발표한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미혼 1인 가구와 부부만 사는 가구, 캥거루족 등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가구 형태의 증가 추이가 두드러졌다. 이번 분석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1% 표본)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25살 이상 미혼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의 비중은 1985년 9.1%에서 2010년 26.4%로 껑충 뛰었다. 이 중에는 부모의 집에서 사는 캥거루족뿐 아니라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함께 사는 이들도 섞여 있다. 미혼 자녀를 둔 3대 가구에서도 25살 이상 미혼 자녀와 함께 사는 비중이 같은 기간 6.1%에서 17.9%까지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일본에서는 캥거루족에 이어 취업 악화의 장기화 등으로 35살 이상에서도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자녀인 ‘중년 캥거루족’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정 등으로 미혼 자녀들의 독립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는데, 이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 및 심적 스트레스 증가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비혼 및 만혼화를 불러와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는 ‘신 캥거루족’(결혼한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에도 주목했다. 미혼 자녀와 부부가 사는 2대 가구는 1985년과 대비해 2010년에 1.2배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에, 기혼 자녀와 사는 2대 가구는 4.2배가 늘었다.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하고도 부모와 함께 사는 신 캥거루족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신 캥거루족은 3대 가구에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5살 이하 자녀를 둔 3대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1985년 43.1%에서 2010년 59.2%로 늘었다. 핵가족화로 3대 가구가 줄고 있지만 맞벌이 비율은 늘고 있는데, 부모에게서 자녀양육에 대한 도움을 받으며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할마’ 또는 ‘할빠’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조부모 양육에 배경이 있다. 대한민국 육아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조부모 육아는 '할머니+엄마, 아빠'라는 뜻을 가진 ‘할마’, ‘할빠’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신적인(Devoted) 50~70대 조부모 세대를 의미하는 ‘피딩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맞벌이 가구의 영아양육을 위한 조부모 양육지원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조부모 육아 비율은 맞벌이 가족 기준으로 53.0%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구성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자연스러운 사회적 트렌드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가족 형태의 변화에 맞춰 가족의 범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개인의 삶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대임에도 복지체계와 돌봄 관계망은 전통의 가족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족을 포괄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인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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