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37년 독재, 김정일 사망
막 내린 37년 독재, 김정일 사망
  • 한태윤 기자
  • 승인 2011.12.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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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한국과 4강 외교의 앞날은?
[이슈메이커=한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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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죽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증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으로 사망했다고 12월 19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일 동지의 질병과 서거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 제목의 보도를 통해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지난 17일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며 “발병 즉시 모든 구급치료 대책을 세웠으나 17일 오전 8시30분에 서거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권력 승계 유력
김일성 주석 사후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김 위원장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하고 28일 평양에서 영결식을 개최키로 했다. 29일까지는 애도기간으로 정해 29일 중앙추도대회를 연다. 외국조문단은 받지 않기로 했다. 북한 매체들은 평양시내 곳곳에서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전하며 추모 분위기를 돋웠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군대와 인민은 후계자 김정은의 영도를 받들 것을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 서거하셨다는 비보에 접한 천만 군민은 지금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며 “이 시각 사람들의 가슴마다 더 굳게 자리 잡는 것은 승리의 신심과 낙관, 비장한 맹세”라고 전했다. 인민군 군관 정일국은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며 주체혁명의 새 승리를 위해 더욱 억세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에 근무하는 허성철은 “김정은 동지께서 계시어 우리 혁명은 오늘도, 내일도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을 새 영도자로 사실상 선포한 셈이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더불어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권력 승계가 원활히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낙관 혹은 비관의 기로에 서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당분간 남북대화나 북미대화 등 북한의 외교 활동은 잠정 중단되고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동북아 정세 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의 경우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북한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돌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새 지도체제가 남북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전략연구소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는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 힘들지만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 안보연구소의 짐 월쉬 박사는 “일반인들은 ‘독재자가 사망했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더 위험한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월쉬는 “김정은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리티지 재단의 아시아정책 담당자인 브루스 클리너 역시 “김정은 가까운 미래에 필연적으로 자신만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 지도부가 체제 결속을 위해 다시 무력시위를 전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고 국제사회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늠할 수 없는 동북아 정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으로 동북아 정세는 한층 더 불투명해졌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미 대화)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북미 관계 개선인 만큼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지 않겠냐”며 “미국이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차관은 “북중, 북러 협력의 경우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면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정책들을 그대로 끌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해를 1년 앞두고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와 같은 고립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오후 10시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김성환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1차적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한미 양측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동맹국으로서 공조를 계속해 나가자”고 밝혔다고 외교통상부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내부 상황, 권력 승계 등에 관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내각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한국, 미국, 중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또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에 경계태세의 강화를 지시하는 한편 관련 부처의 국장급 회의를 상시로 열고 있다. 일본 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지만 북한에서 급변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시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후계자가 정해지는 등 체제가 정비된 상태”라며 큰 혼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와다 교수는 “하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라고 해도 아직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불과한 만큼 집단지도체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처럼 북한이 장기적으로 유고체제를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中, 김정은 체제 지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후 북한과의 대표 ‘혈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이 후계자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지도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사실 중국은 군사, 외교를 넘어 경제적 지원까지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해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북한이 비상 상태에 빠진 만큼 중국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그간 북한 및 한반도의 안정이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였다.
중국의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 북한에 대한 정책은 김정은 체제가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차단하고 새로운 북한정권에 대한 안정을 부여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 내 군부 등이 이상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 후계체제를 용인하고 후계 정착을 지원에 나설 것 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직전까지도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도 모두 자신의 사후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중국의 용인과 지원을 받으려는 행동에서 주도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전을 받는 측은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5개 권력 기관으로 조전에서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 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조선은 국경을 맞댄 이웃으로서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중국 인민은 영원히 조선 인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정일 동지는 조선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위대한 사업에서 불후의 업적을 쌓았고 옛 지도자들이 손수 구축한 양국의 우의를 부단히 발전시켰다”며 “중국 당, 정부, 인민은 비통한 심정으로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동지여 영원하라”라는 말로 조전의 끝을 맺었다.

긴밀한 외교적 대응 필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는 예측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북한의 체제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안보 상황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강 외교의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돼버렸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나 소요사태가 발생해 체제 붕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였던 김정은이 안정적인 후계 체제를 구축하고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복잡한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감안해 긴밀한 외교적 대응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이 지금까지보다 유연한 입장을 갖는다면 남북 관계를 오히려 쉽게 풀어갈 수도 있다”며 “김정은이 외국에서 공부를 했고 영어를 잘한다는 점은 김정일이 갖고 있지 않은 요소다. 이런 김정은의 특징을 잘 활용한다면 김정은 체제에서 결실을 거둘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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