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괴담으로 불안감 확산
검증되지 않은 괴담으로 불안감 확산
  • 한태윤 기자
  • 승인 2011.12.23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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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대한 불만표출인가? 단순한 호기심인가?
[이슈메이커=한태윤 기자]

미국산 쇠고기, 천안함 사건, 원전 방사능 등을 둘러싸고 우리사회 속에서 괴담(怪談)이 끊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DDoS 공격, 한미FTA, 폭력시위 등을 놓고도 괴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가히 ‘대한민국은 괴담과 무법천지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우리사회의 괴담은 어떠한 의

도로 퍼지고 있으며, 과연 어떤 결론을 향해가고 있을까

 

反정부 의식이 괴담 만들어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중심으로 연일 계속되는 반대 시위의 현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미FTA를 둘러싼 근거 없는 괴담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뒤늦게 괴담에 대해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온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8일이 지난 11월 30일에서야 공식 브리핑을 보강하고 해명 자료를 배포하는 등 괴담의 확산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명 보도 자료 배포에 그치는 등 수동적 대응으로 오히려 진실공방을 확산시키고 있어 제2의 ‘촛불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 저지시위현장을 비롯한 인터넷 및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각종 괴담들은 촛불사태 당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29일 국내 첫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이를 한미FTA와 연관시키는 괴담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광우병 첫 국내 사망자 발생, 우려했던 공포가 현실로’, ‘인간광우병이 현실화된 듯, 정부와 언론이 외면’이라며 인간광우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 이내영 교수는 “괴담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광우병 파동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괴담은 또 다른 괴담으로 이어졌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FTA 반대 시위대에 있던 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시위대는 3명, 현장에서 전경을 폭행한 시위대는 5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점차 ‘자작극’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박 서장이 당시 사복을 정복으로 갈아입은 채 시위대를 우회하는 대신 시위대 속을 뚫고 야당의원을 만나려 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점이 지적됐다. 시위자들은 그 전의 시위에서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맞았다.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흥분한 시위대를 자극하려는 결과를 빚은 박 서장의 행위는 무모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건 당일 사복 경찰이 나에게 와서 경찰서장이 뵙겠다고 한다고 해서 이정희 대표에게 말을 전했고 우리는 대화상대를 지정해 알려주겠다고 하자 돌아갔다”며 그런데 “잠시 후 연설이 시작 되자, 종로경찰서장이 연설회 참가자들을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우리는 그를 부른 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한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모씨에 대해 법원에서 기각된 점 역시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의 근원, SNS가 괴담의 주범?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커다란 이슈 뒤에는 ‘괴담’이 따른다. 괴담의 근원은 어디일까? ‘괴담의 나라’ 주인공으로는 2040세대가, 그 무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목된다. SNS는 ‘송신자로부터 수신자로’라는 한 방향으로의 전달과 달리 시·공간 제약을 넘어 서로 정보를 나누는 소통, 공감, 연대의 장이다. 세계 수십억의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놓는다. 인터넷 실명이라는 자정작용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스마트폰 국내 사용자만 2000만 명을 넘었다.
한국 사회에서 약 530만 명의 트위터 이용자는 주로 정치문제 그리고 757만 미투데이 이용자는 연예계 동정에 관심이 많다. 문제는 좋은 것보다 나쁜 얘기를 서로 나눈다는 사실이다. 한국소셜메트릭스의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에 올라온 글 중 부정적 언급이 64.7%로 긍정적 언급 25.3%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내재한 불신과 불만의 반영인 셈이다. 현역 국회의원 팔로어들 중 진보적 성향 사용자가 보수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많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울대 김명신 교수는 “정보 독점에 따른 기득권 유지는 더 이상 쉽지 않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았듯이 20~40대의 반란은 SNS를 통해 가능했다. 이제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위대한 사회(big society)’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SNS의 구조적 한계는 이를 더욱더 뒷받침해준다. 이미지 중심의 지식은 진정한 소통의 도구가 되기 어렵고, 실제로 단순한 메시지 외에 논리적 사고가 파고들 틈이 없다. 이런 형식은 즉시성(卽時性)이라는 SNS의 또 다른 특징과 맞물리면서 수용자들이 시간을 두고 검토하거나 비판할 정신을 마비시킨다. 게다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까닭에 집단논리가 확대·강화된다는 특징도 보인다. 검증을 거친 정보가 아니라 선동이 난무하는 소위 ‘디지털 포퓰리즘’은 이렇게 탄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SNS를 소통의 돌파구가 아니라 괴담의 통로로 여기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70%의 몰표를 준 집단인 2040세대를 투표장에 끌어낸 게 SNS이라고 주장하며 그 소통구조를 괴담의 근거지로 몰아가기도 한다.
SNS는 이론적으론 활짝 열린 민주적 공간이다. 접근성이 높고 소수자의 억눌린 의견도 자유롭게 표출된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신기원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극소수 전문 선동꾼들이 점령하고 있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광우병 사태 당시 다음의 아고라도 극소수의 사람이 하루 수백 건의 글을 올리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중이 스타에 몰리듯 팔로어가 쏠리는 자유 아닌 예속과 우민화의 공간인 것이다. 대중은 루머와 괴담을 퍼나르고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떠맡고 있다. 그 결과 자유로워야 할 SNS 공간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사회에 떠도는 괴담은 괴담 자체가 널리 퍼지기보다 그러한 실체 없는 괴담을 인용하는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에서 기인하고 있는 점이 괴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저스토리랩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장기적출 인신매매’ 괴담은 트위터에서 별로 없고 오히려 그것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기사가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괴담의 온상이 일부 언론과 논객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세정 시사평론가는 “누구나 정보에 대한 욕구를 지닌다. 우리의 경우 기존 매체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 사실을 염색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 쪽은 애국이고 다른 쪽은 매국이라 한다. 논평은 다르더라도 사실은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 보도가 정확하고 논평이 공정하면 괴담이 설 자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 역시 전문가 등을 통한 적극적이며 대규모 대응보다는 보도 자료 등을 통한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어 오히려 진실공방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번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에는 보건당국의 책임이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첫 iCJD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1년간 숨겼다. 지난해 11월 환자가 사망한 이후 검사가 진행됐고, 올 9월 말 잠정결론이 나왔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환자를 담당했던 한림대병원 김윤중 신경과 교수가 1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던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가 ‘괴담’으로 끝난 데에는 이 환자가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과 무관하다는 정부 설명이 나오고 나서였다.

 

괴담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SNS로 인해 괴담 아닌 괴담들이 퍼지다보니, 정부에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SNS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정보 심의팀’ 신설을 강행함으로써 앞장섰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야당 위원들의 반대 속에 다수결로 의결했다. 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문제의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자진 삭제를 권한 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계정(아이디)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방안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서를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이미 10·26 선거 이전부터 이에 대한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소위 ‘유해·불법정보’ 등에 대한 신고를 명분으로 SNS에 대한 검열을 공식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분명한 점은 자본주의는 시민사회 없이 가능하지만, 민주주의는 시민사회가 있기에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핵심은 공론장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소통공간인 공론장(public sphere)이 고장 나 있다는 것이다. SNS가 공론장이 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다. 국내외 현안에 대한 오프라인 공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SNS를 통한 온라인 공론장이 시끄러울 뿐이다”라며 “물론 흥미, 비방, 선동을 위한 책임없는 악의적 정보전달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SNS를 규제하기 위한 법제화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우리 사회의 소통과 교류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명지대 김우환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민주화 20년 이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토론과 비판이라는 협의문화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SNS가 지니는 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일방적 규제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시민적 권리와 의무의 자각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여과할 수 있는 의식개조와 자율정화가 효율적이고 적절한 해답이다. 언로가 열려 있지만 왜곡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SNS는 그나마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며칠 전 ‘인기 방송인 강호동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라는 문구가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이라는 실명을 통해 죽음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조작하니 사람들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입과 귀를 통해 퍼지면서 뜬소문의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방식의 괴담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나 집단이 적지 않다. SNS 규제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단국대 김명신 교수는 “역사와 소설은 다르다. 하나는 실존인물에 근거해 사실(fact)에 충실하고, 다른 하나는 상상력을 통해 허구(fiction)를 꾸며낸다. 딱딱한 역사보다 소설이 재미로운 이유다. 요즘 소셜네트워크(SNS)에 떠도는 괴담은 실명을 도용해 소설을 쓰는 일종의 ‘팩션(faction)’에 가깝다”고 전했다.
괴담은 현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괴담이 나도는 사회는 문제적 사회이며, 그 경고를 무시한 채 현실을 방치하면 괴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괴담 속 대한민국’에서 과연 우리는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괴담에 대해 어떠한 대처를 해야 할 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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