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길 걷는 신용카드
몰락의 길 걷는 신용카드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5.0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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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몰락의 길 걷는 신용카드

결제수단의 절대강자, 20년 만에 꼬리 내리다

 

 

 

결제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신용카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업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 돌풍을 몰고 올 정도로 성장세를 이뤘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신용카드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비유할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20년도 되지 않아 이 사업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 열풍 등의 외부적 사정과 더불어 기업 내부사정으로 일부 카드사는 매각설이 돌 정도다.

 

 

과도한 경쟁으로 안정된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 카드사

1997년 한 증권사 보고서에는 카드업은 현금수익과 안정된 성장을 보장하는 향후 유망산업이라는 글이 실렸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한 덕분에 신용카드사들은 차별화와 세분화한 회원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은 2015년 보고서에는 전혀 다른 글이 게재됐다. 이 보고서에는 카드업계는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는 글과 함께 순익은 3년간 제자리이고, 외부로부터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압박도 거세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카드업계는 5,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적혀있다. 이처럼 과거 유망산업이었던 신용카드사는 현재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신용카드가 도입된 연도는 1967년이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이 자사의 중역들을 대상으로 통장식 신용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 조선호텔이 회원들에게 플라스틱 카드를 나눠주었고, 8년 후에 미도파백화점이 신용카드를 발행하면서 한국에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LG카드의 전신인 코리안익스프레스는 1978년 카드 발행 전문회사를 세웠고, 대략 두 달 뒤 한국신용카드는 카드 발행 전문 회사를 만들었다. 1980년 국민은행은 국민카드를 발급했다. 신용카드는 국내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2년에 5개 시중은행의 연합체인 비씨카드가 만들어졌다. 비씨카드의 ‘B’는 Bank(은행)를, ‘C’는 Credit(신용)를 의미하는데 상품이 출시한 직후부터 이 카드는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용카드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익이 되는 사업으로 평가받자 1980년대 중반부터는 LG와 삼성 등 대기업 계열 저문 신용카드사가 등장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업이 처음부터 ‘황금알 낳는 거위’로 표현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을 겪으면서 카드사는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카드 업계는 발 빠르게 부실 카드회원 정리 등에 나섰고, 경기가 호전하면서 다시 카드업이 회생하게 됐다. 이때부터 은행권에서 발행한 카드와 대기업이 인수한 카드업체 간의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여기에 씨티은행, 상하이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GE캐피탈 등 외국카드 회사가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카드업계는 대결과 성장의 구도를 이어나갔다. 
 

과도한 경쟁은 탄탄한 재정 관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신용카드 산업은 가맹점 공통망, 인프라 확보 등 초기 자본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또한, 신용카드사가 안정적으로 경영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회원 확보가 필수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고, 주유 금액을 할인해 주는 등 할인과 무료서비스 경쟁을 벌였다. 이때 LG카드(현 신한카드)는 국내 카드회사 가운데 최초로 1,0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당시가 200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와 노약자를 제외한 경제활동 인구 셋 중 한 명은 LG카드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국내 카드업계는 이처럼 외형은 커져갔지만 과도한 무료서비스와 고정적인 수입이 없던 대학생에게까지 카드를 남발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돼 결과적으로는 하락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잇따른 대기업 카드사의 몰락

신용카드의 매출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와 대출 서비스를 통한 이자수입이다. 신용카드 회원들을 모았다면 이제는 그들이 카드를 쓰게 만들어 회사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게 신용카드사의 입장이었다. 과거 대다수 신용카드사는 수수료보다 대출 서비스를 통한 매출 증가에 비중을 뒀다. 당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 정도였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익성이 높은 카드사의 대출 서비스를 선호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류 모 씨는 “당시 신용카드 회사가 선호하는 것은 ‘현금서비스’였다”며 “신용카드사는 고객들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늘리면서 자신의 상품을 쓸 것을 권유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향후 카드 사태로 이어지는 불씨를 제공하게 됐다. 2002년 보도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은 2.5%(2001년 말)에서 10%대(2002년 2월)까지 치솟았다. 또한, 신용카드사에 부실 채권(연체)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대손 비용(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을 쌓아놓는 것)은 2조 3,000억 원(2001년 말)에서 7조 3,000억 원(2002년 말)으로 급증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02년부터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과다경쟁에 대해 권고조치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같은 해 5월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대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편법적인 방법으로 카드 발급을 이어갔다. 결국, 가입 고객 숫자로 카드사 1위였던 LG카드는 신용불량자의 급증으로 이어졌고, 연체대금으로 인한 회사의 현금 유동성 부족 사태를 맞이했다. 쌓여가는 연체대금은 부도 위기로 치닫게 되기도 했다. 결국, LG그룹에서 LG카드의 부도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부분 손실을 책임졌고, 그 이후 LG는 카드와 증권업 등 모든 금융권에서 손을 떼게 됐다. 
 

LG카드가 쇠퇴의 길을 걷고 대략 14년이 지난 지금, ‘삼성카드 매각’과 ‘현대카드 매각’의 실마리가 불거졌다. 호시탐탐 국내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GE캐피탈은 현대자동차 그룹과의 합작 차원에서 현대캐피탈(전체 지분의 43.3%)과 현대카드(43%)를 투자했다. 현재 현대카드 매각의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는 이 GE캐피탈 때문이다. GE캐피탈은 2014년까지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GE캐피탈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누군가 이 회사의 지분을 사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카드회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LG카드와 마찬가지로 삼성카드 역시 자금난에 시달렸다. 삼성그룹이 내놓은 해결책은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을 합병한 뒤에 계열사가 1조 원의 증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카드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삼성생명이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일부 시민연대는 카드사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보험회사가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보험회사 가입자의 돈을 유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자동차 사업 실패 이후에 ‘두 번째’ 경영 실패작이 됐다.

 

 

현실화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 인터넷 전문 은행의 도전

근근이 사업을 이어왔던 신용카드사가 최근 몰락의 위기에서 헤매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과 핀테크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사는 최대 위기에 국면 했다. LG카드 매각 이후 카드업계에는 수많은 위기설이 돌았지만, 성장은 이어오고 있었다. 금융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주요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337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1% 늘어난 수치다. 앞서 2013년에는 2,732억 원, 2014년 3,042억 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에 당기순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순익 1,169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1.2%나 증가한 액수다. 신한카드는 2015년 6,948억 원의 순이익을 내 지난해보다 9.4%의 증가율을 보였다. KB국민카드도 2015년 당기순이익이 3,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늘어났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카드 업계는 한목소리로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카드사가 위기에 처한 핵심적인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돼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에 대해 신용카드는 0.7% 포인트, 체크카드는 0.5% 포인트 낮추기로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카드 수수료 부담이 한 해 약 6,700억 원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가 지난 2015년 올린 당기순이익 합계는 대략 2조 2,000억 원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는 20% 이상의 순이익을 못 벌게 됐다. 
 

핀테크의 성장과 인터넷 전문 은행의 성장 역시 카드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와 같은 핀테크의 성장은 카드 업계를 파국의 길을 걷게 했다. 카드 업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각종 간편 결제 서비스가 카드 시장을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히려 모바일 카드의 확산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간편 결제는 카드 중심이 아닌 ‘○○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간편 결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2013년 1분기 1조 1,270억 원 규모에서 2015년 상반기 5조7,200억 원으로 5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전문 은행은 카드사의 수익원 중 하나였던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측된다. 카드론 이용 금액은 2006년 11조 원에서 2010년 24조 원, 2015년 30조 원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신용카드는 등장과 함께 하나의 결제방식으로 대중에게 깊은 사랑을 받아왔다. 카드를 사용하면서 얻는 할인 혜택과 부가서비스 등은 서민에게 새로운 힘이 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신용카드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어쩌면 문명의 발달과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신용카드의 몰락은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용카드사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새로운 경제 성장 방법으로 쟁점가 됐던 신용카드의 왕조 기간은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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