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에 울리는 부활의 음악
낙원상가에 울리는 부활의 음악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5.02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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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낙원상가에 울리는 부활의 음악

세계 최대 악기상가로 불렸던 종로 중심지, 젊은이의 거리로 재탄생하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상가.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3가역과 가깝고, 관광명소인 인사동과 근접해 있어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방문하는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70년 문화의 중심지라 불렸던 낙원상가는 악사 인력시장 기능이 사라지면서 볼품없는 관광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젊은 뮤지션들이 낙원상가에 무대를 꾸리면서 이곳에는 부활의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 뒤에 숨어있는 낙원상가

소설가 손아람의 소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에는 낙원상가를 뮤지션들의 낙원이라 표현했다. 책에는 ‘낙원상가는 꿈에서 만져도 오금이 저릴 것 같은 온갖 비싼 악기들이 다 모여 있는, 말 드래도 뮤지션의 낙원이다’라고 적혀있다. 소설의 내용처럼 낙원상가는 예부터 다양한 악기가 전시돼 있었다. 1980년대에는 악기점 300여 곳이 밀집해 ‘세계 최대의 악기상가’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낙원상가는 1968년 처음으로 종로 한복판에 세워졌다. 당시 낙원상가는 보기 드믄 주상복합상가 건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건물의 1층이 자동차 도로로 사용되는 특이한 설계로 건축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낙원상가는 처음부터 악기 전문 상가로 건설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옷가게와 볼링장, 당구장, 카바레 등이 있었다. 물론 악기점도 있었지만 찾는 고객은 미군에서 공연하던 악사와 통기타 가수 정도였다. 낙원상가가 악기 전문 상가로 발전한 시기는 1979년부터다. 당시 탑골공원 담장정비사업으로 피아노 상점들이 입주하면서 낙원상가는 본격적으로 악기 전문 상가의 면목을 다져나갔다. 1970년대에는 종로와 명동, 광화문 일대가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화면서 낙원상가 2층은 음악인들이 일자러를 구하러 모이는 악사 인력시장이 됐다. 낙원상가가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다. 1988년 ‘88서울 올림픽’의 개최와 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한국은 유흥업이 발전했다. 이에 따라 악사와 악기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면서 낙원상가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낙원상가는 199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심야영업단축과 유흥업소 단속으로 악사 인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노래방 기계와 외환 위기였다. 노래방 기계의 등장으로 악사들이 설 곳을 잃어가면서 낙원상가는 악사 인력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 또한, 경제적가 어려워짐에 따라 상가를 떠난 상인도 급증했다. 따라서 상가에 방문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낙원상가는 찬란했던 과거의 흔적만 남기고  평범한 공간으로 남겨졌다.
 

이후 낙원상가는 변화를 거듭해왔다. 유행하는 음악이 바뀌면서 상가에는 클럽에서 사용하는 디제잉 장비나 홈 레코딩 장비를 판매하는 업체가 증가했다. 낙원상가 4층에 있던 ‘허리우드 극장’도 2009년 실버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실버 영화관은 옛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과거의 명성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낙원상가에 젊은이들의 방문이 급증하면서 낙원상가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부활의 기지개 켜는 낙원상가

낙원상가를 순대골목과 아귀찜식당들로 둘러싸인 낡은 악기상가로 여기던 시대가 지났다. 현재 낙원상가에는 서로 연주를 뽐내는 이들의 열기로 뜨겁다.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낙원상가 복합문화공간에는 ‘기지개 콘서트’가 열렸다.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듯 낙원상가에도 새로운 활력이 깃들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번 콘서트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출현했다. 청춘버스커 ‘윤딴딴’을 비롯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 싱어송라이터 듀오 ‘동네빵집’, 여성 싱어송라이터 ‘임현정’과 ‘로켓트아가씨’ 등 다양한 개성의 어쿠스틱 밴드들이 공연을 진행했다. 입장권 1만원에 진행된 이 콘서트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방문했다. 이처럼 낙원상가는 2012년에 100석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멋진하늘을 조성한 뒤 다양한 문화공연을 진행해왔다. 특히 매년 ‘유재하 동문회 낙원상가 동창회’를 통해 많은 뮤지션들과 팬들이 낙원악기상가에서 만남을 가져왔다.
 

낙원상가 공식 홈페이지는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한다. 그 중 눈에 띄는 이벤트 중 하나는 ‘미생 응원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바쁜 일상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직장인에게 무료로 기타와 보컬을 강습해준다. 낙원상가의 상징인 ‘음악’을 통해 상가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다.
 

상가의 발전을 위해 악기점 사장도 합심했다. 이들은 현재 ‘악기 드리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과 기업, 단체에서 중고 악기를 기부 받아 각 악기점 사장들이 무상으로 수리한 후 문화예술 소외계층의 악기 교육 사업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낙원악기상가는 지난 3월 한 달간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을 통해 문화 소외지역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악기를 신청 받았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아동양육시설·그룹홈 등 416개 기관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바이올린 755대, 피아노 135대 등 요청받은 악기만 무려 2,602개에 달했다. 혹여 기부 받은 중고 악기 숫자가 필요한 양에 못 미칠 경우를 대비해, 낙원악기상가는 4층 야외공연장 ‘멋진 하늘’에서 진행되는 공연 수익금을 부족한 악기 구입에 활용할 계획도 세워뒀다.
 

최근 낙원상가에는 버스킹 공연도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버스킹 공연은 홍대 주변이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에서 많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이 상업적으로 많이 활용되면서 각 장소마다 있었던 특색도 사라지고 음식 값이 오르는 등 젊은이들이 찾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갔다. 이 때문에 최근 젊은이들은 음식 값이 저렴하고 종로 중심가에 있는 낙원상가로 모여들고 있다. 

 

상가의 부활은 한국 관광지 발전의 첫 단추

낙원상가 지하에는 식당과 슈퍼마켓, 정육점 등의 100개의 점포가 모여 있다. 이곳에는 최근 TV맛집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백반집과 더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국수집이 위치해 젊은이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특히 이곳의 국수나 김밥 등은 2,000원으로 저렴해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청년은 “서울에서 유명한 거리에서는 음식 값이 상당히 비싼 편인데 낙원상가는 그렇지 않다”라며 “인사동에 놀러왔다가 낙원상가를 방문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연주 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려와 데이트 하기 좋은 장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낙원상가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익선동 한옥마을의 변신도 낙원상가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이곳에는 낡고 소박한 한옥들이 100여 년의 세월을 지켜왔지만, 지저분한 이미지로 찾는 이들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창업자들이 전통의 한옥을 지키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익선동 한옥마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특히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개성 있는 카페와 갤러리의 등장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서울시는 최근 북촌과 서촌 한옥마을에 이어 익선동 일대도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한옥의 특성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익선동에서 사업을 하는 젊은이들은 이곳이 앞으로도 관광지로서 높은 면모를 이어갈 예정이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중국 베이징 21세기 극장에서는 ‘2016 한국관광의 해’ 개막식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이 행사는 2014년 7월 한중 정상 회의에서 지난해를 '중국관광의 해', 올해를 '한국관광의 해'로 지정함에 따라 추진됐다. 이처럼 한국은 ‘관광’을 새로운 경제 성장의 모델로 잡고 꾸준히 관광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이 개최됨에 따라 한국은 국내 광광지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한국다운 관광지가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만 보더라도 옛 일본을 상징하는 거리가 많다. 또한, 호텔에는 기모노가 있어 관광객이 쉽게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관광지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낙원상가다. 한국적인 거리로 알려진 인사동과 가까우면서 종로 중심가에 있는 낙원상가는 관광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악기상가’로 기네스북에 오른 낙원상가를 그 이름에 맞게 음악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낙원상가에 울려 퍼지는 직장인과 젊은이들의 음악소리는 1980년대 화려했던 상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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