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커다란 사건이 아닌 잔잔한 지금
변화, 커다란 사건이 아닌 잔잔한 지금
  • 한태윤 기자
  • 승인 2011.12.23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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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곧 퇴직이 되도록 자기 준비가 필요”
[이슈메이커=한태윤 기자]

 [Power Interview]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얼마 남지 않은 2011년 추운 어느 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과의 인터뷰는 기자의 차가운 마음에 따뜻함을 불어넣어주는 시간이었다. 느리지만 차분한 말투 하지만 핵심을 찝어내는 그의 주옥같은 한마디 한마디는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경종처럼 울려 퍼졌다. 마지막 인사로 “일을 즐기면서 하세요”라고 건네던 구본형 소장의 미소는 다가올 2012년을 설레게 만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작다 해도 그것을 계발하여 모두 쓰고 간 사람들은 모두 비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비범함의 기준은 ‘타고난 재능이 얼마이든 그것을 모두 쓰고 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평범함으로 오염된 내 속에서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십분 계발하여 그것에 의지하여 독립적으로 살게 된다면 비범한 인생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구본형-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집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저는 이 직업이 천직인거 같아요. 43살에 첫 책을 쓰기 시작해 비록 늦게 이 직업을 만났고 그 전엔 글을 써본 적이 없지만 지금 재밌어요. 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2,3시간 씩 글을 써요. 매일 쓰면 일 년에 책 한 권정도가 돼요. 영감이 필요하긴 하지만 영감을 기다리지는 않아요. 습관 속에서 영감이 생성되는 것이죠. 아마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아요.”  

보통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일주일의 3일 이상 일하지 않아요. 이틀은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죠. 어떤 때는 여행을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책을 읽기도하고요. 또 나머지 이틀은 가족들과 같이 지내요. 하지만 이런 모습은 무작정 쉬는 것이 아니라 휴식 속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것이에요. 집에서 쳐져있는 것만이 쉬는 게 아니라 밖에서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쉬는 것이에요. 무엇보다도 시간을 잘 배분해서 쓰는 과정이 중요하겠죠.”

 

사람이 준비되면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우주는 우연의 이름으로 다가와 운명으로 이끈다. 우연의 상황을 인생의 도약으로 삼으려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구본형, ‘깊은 인생’-

 

변화경영연구소 소장님으로서 변화에 대해 조건을 말씀해주신다면?
“변화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고 삶의 방식이에요. 변화라고 하면 보통은 전부 바뀌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변하지 않는 어떤 것들이 있고, 나머지 것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대비가 되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는 흔히 ‘대응적 가치’라고 얘기하곤 하죠. 이는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여름이 있으면 겨울이 있고 있듯이 이 중에서 어떤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요.”

소장님도 인생에서 변화를 이끈 극적인 순간을 꼽으신다면요?
“우선 외향적인 부분에서는 직장인이었다가 직장인이 아닌 형태로의 전환이었던 거죠. 제가 작가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것을 보고, 사람들은 드라마틱하다고 얘기하고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고 궁금해 해요. 하지만 나에게 드라마틱한 일들은 외면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겼어요. 촉발시킨 원인은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지만, 별거 아닌 사건일 수도 있어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죠. 저는 단식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한 경우에요. 무라카미 하루끼는 어느 날 야구장에 갔었는데, 그 때 타자가 친 공이 푸른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글을 쓰고 살아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런 경우예요.”

 

좋은 상사는 우리를 보호하는 훌륭한 울타리 역할을 하지만 나쁜 상사는 폭우에 무너지는 담과 같다. 생각 없이 담 밑에 앉아 있다가는 맥없이 깔려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평생을 함께 갈 좋은 상사라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그의 성공에 기여하되 그렇지 않은 상사라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중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좋다.- 구본형, 더보스: 쿨한동행-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셨는데요.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랜 직장생활 결과, 일의 성패는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느냐가 결정적인 걸 알게 됐어요. 과정이 즐겁고, 성과가 있었다면 그 조직원들이 곧 성과의 힘이죠. 어떤 조직이 훌륭한 지는 알려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지를 보면 되죠. 한국IBM 경영혁신팀장으로 있을 때  다른 나라 IBM의 상황은 어떤지 평가를 하면 우수한 곳의 시스템과 제도를 벤치마킹하죠. 하지만 결과는 다르죠. 바로 구성인원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 조직의 문화가 곧 그 조직의 퀄리티인 셈이죠. 결국 조직원을 성장시키는 리더가 바로 진정한 리더예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현재 시점에 부응하는 리더의 모습을 말씀해주신다면?
“우리는 흔히 영웅적 리더를 많이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이끌어 새로운 도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항상 마음속에 있어요. 하지만 영웅적 리더는 최상의 리더는 아니에요. 이에 대한 원인이 중요한데, 만약 영웅적 리더가 우리를 잘 이끌어서 위기를 극복하고 조직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가정하죠. 이 리더도 물러날 때가 있겠죠. 근데 리더에 의해서 이끌려온 사람들은 리더가 물러나면 무기력한 존재가 돼버려서 위기가 닥쳐오면 또 다른 리더를 기다려요. 과연 우리를 무력한 존재로 남겨둔 사람을 최고의 리더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겠죠.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 외칠 수 있는 리더가 최고예요. 리더 홀로 이끄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다수가 ‘사회를 움직여가는 과정에 내가 힘을 보탰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말이죠. 성숙한 사회로 향하면서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현 사회가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이죠.”

베이비부머의 은퇴자들이 급증하는 시점에서 조언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약 25년 동안의 수입을 가지고 40~50년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모델이죠. 은퇴를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불안해서 뭐라도 하려고 하죠. 가장 많이 하는 게 ‘밥집’이죠. 경제가 어려워도 밥은 먹는다는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3분의 2는 서서히 문을 닫죠. 결론적으로 생애경력관리가 필수적이죠. 은퇴 후 50년 동안의 경제활동무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죠. 직장생활에서 또 하나의 전문적인 커리어 패스를 찾아야 해요. 이는 지금 맡고 있는 직무 속에서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전략적 직무를 개발하는 것이죠. 그 후엔 매일 직무훈련을 해야 해요. 그래서 차별적 전문성을 확보하게 되면 회사에 있을 때는 그 전문성으로 회사에 기여하고, 은퇴 후에는 그 전문성을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거죠. 결국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전문화가 되느냐, 안되느냐가 결정되게 되죠.”

 

상상해 보라. 날마다 떨리는 가슴으로 일어나 해가 뜨면 그 붉은 흥분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차가운 물로 세수하고 나서 매일 그 일을 한다. 그 일은 보람이고 기쁨이다. -구본형, 세월이 젊음에게-

 

신년의 시작은 바로 계획에서 시작되는 데요. 당부의 말씀이 있으신가요?
“신년계획의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을 알려드릴게요. 해야 할 것을 결심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걸 결심하세요. 하고 싶다고 하는 생각하는 자체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그리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세요. 단계적인 계획보다는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아름다운 장면을 그리라는 얘기예요. 그럼 그 그림이 자신을 움직이게 할 꺼예요. 그다음으로 매일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꿈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세요. 이것은 성공의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죠.”

소장님의 2012년이 궁금합니다.
“인문학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에 따라 책 내용도 달라질 듯해요. 커다란 주제는 ‘변화’겠지만 실용서보다는 인문서적이 가까워질 꺼 같아요.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인문학과 경영학의 통합된 저서의 성격을 띌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출세한 사람도 아니죠.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요. 지금 ‘내가 내 일을 찾았구나’하는 마음이죠. ‘앞으로 이 일을 하면서 달려가다보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저만의 차별적인 일을 내가 할 수 있겠구나’라고 꿈꿔요.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게 놀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일을 통해서 자기의 새로워지고 놀랄 수 있어요. 이게 삶의 프로젝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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