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RNA 연구시대를 여는 개척자
병원균 RNA 연구시대를 여는 개척자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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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 RNA 연구시대를 여는 개척자 

이민호 한림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 분자미생물학실험실
이민호 한림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 분자미생물학실험실(사진=임성희 기자)

 

식중독균 분자 수준에서 연구
세균 생명의 신비 알면, 그들을 이길 수 있다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식중독이다. 온화한 기후에서 세균들이 창궐할 가능성이 커, 세균성 식중독이 특히 문제다. 식중독에 걸리면 구토와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 병원에서 수액을 맞거나 항생제 투여를 받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식중독 치료법이다. 제때 세균을 제거하지 못하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인데, 딱히 다른 치료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첨단과학 시대 세균도 스마트하게 치료할 수 없을까? 잠복해 있는 식중독균을 미리 진단할 수 있는 키트는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그룹이 있어 찾아가 봤다.

“RNA 연구는 블루오션”
분자생물학의 핵심원리 센트럴도그마는 DNA->RNA->PROTEIN이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mRNA 백신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인체에 전달하여 인체가 항원을 만들어 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백신 제작 속도가 빠르고 안전해, 코로나팬데믹 시기 인류건강에 큰 역할을 한 기술이다. 이처럼 인간 감염병이나 질병 치료를 위해 RNA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민호 교수는 세균의 항생제 내성 기작 중 하나인 drug efflux pump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후과정으로 재직 시 RNA 안정성 연구에 주목하면서 연구 주제를 바꿨다. DNA나 단백질 연구는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들을 연결해주는 RNA 연구는 연구자를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렵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는 하다. “연구 주제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저는 RNA 연구를 아직 밝혀내야 할 것이 많은 미지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과감히 도전했고, 병원균의 RNA 분해효소 연구와 리보솜 연구에서 성과를 내며 한림대 의대 미생물학 교실에 부임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균에서 RNA 안정성에 관한 연구 주제를 적용한 사례는 아직 국내에서는 드물어, 이민호 교수의 행보가 더 주목받고 있다. 처음이라는 부담과 처음이기에 뭐든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기대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이 교수에게 딜레마처럼 느껴졌을 테지만, 그는 긍정의 마인드로 이를 극복했다. “연구 주제를 바꾸며, 현재 독립된 연구를 할 수 있기까지 연구시간이 더 필요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저만의 연구그룹을 꾸려, 연구 동료라 할 수 있는 학생들과 함께 심도 있는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게 기쁩니다. 연구그룹명은 분자미생물학실험실이며, 의대 소속이기 때문에 의대, 병원과 협업할 수 있는 병원균을 메인주제로 정했고, 그중에서도 현재는 식중독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박사학위를 받았던 항생제 내성 균주의 내성 기전에 관한 연구도 지속해서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식중독균 RNA 안정성 조절 기전 풀어, 인간에게 유리하게 활용
이민호 교수는 ‘그람 음성 식중독균에서 병원성 관련 유전자의 RNA 안정성 조절을 통한 숙주 감염 기전에 관한 연구’ 주제로 올해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우물파기 과제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그가 연구할 예정인 그람 음성 식중독균에는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등이 있다.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균주들은 생존시스템이 비슷해, 연구성과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NA 안정성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RNA 분해효소와 이와 관련된 인자들이 식중독균의 독성 인자(virulence factors)의 RNA 안정성을 조절하여 병원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초연구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그는 “우선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을 이용해 야생형 균주와 RNA 분해효소 결실 균주의 전사체(transcriptome)를 비교 분석한 후, 타겟 유전자 탐색 연구를 진행하여 유의미한 병원성 관련 유전자를 선별하고 그들의 생리적 기능을 탐색해서 RNA 분해효소에 의한 병원성 관련 유전자의 RNA 안정성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실험 기법을 이용하여 RNA 분해효소와 상호작용을 하는 관련 인자들을 동정하고, 이들의 역할을 규명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민호 교수는 이를 통해 병원성 관련 유전자의 발현 및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고, 숙주 감염 기전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하여 그람 음성 식중독균에 의한 식중독 질병 발생 및 치료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덧붙여 그는 “그동안 대장균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던 RNA 안정성 조절 연구를 그람 음성 식중독균으로 확대하여 다양한 미생물에 적용할 수 있고, 모든 생명체 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RNA 안정성 조절을 통한 생리활성 조절에 관한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초연구가 성공해서 상용화된다면, RNA 분해효소 혹은 결합하는 관련 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와 기존 진단키트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한 식중독 감염 진단키트 등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서 식중독 발병률이 낮아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역지침이 많이 완화되면서 식중독 발병률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다. 이민호 교수는 “병원성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언제든지 심각한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과제가 지향하는 병원성 세균에 관한 체계적인 기초연구는 꼭 필요하며,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 실현과 인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민호 교수는 RNA 연구법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신진 연구인력을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취업이든 진학이든 학생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이민호 교수는 RNA 연구법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신진 연구인력을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취업이든 진학이든 학생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임성희 기자)

 

“RNA COME TRUE”
RNA를 한글자판으로 치면 ‘꿈’이 된다는 이민호 교수의 말이 신선했다. 그는 현재 RNA를 인간에게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고, 그건 바로 과학자로서 그의 꿈인 것이다.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밝히는 이 교수의 모습이 당차다. 세균이 세균이지 그걸 분자 단위로 연구해 생명의 신비를 밝힐 필요가 있을까? 라며 의심하는 사람들, 하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인간을 괴롭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더 잘 알아야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저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을 좋아합니다. 제 연구철학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인데, 미생물을 다루는 연구는 시간과 인내와의 싸움입니다. 과학자로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며, 연구에 임하고자 합니다”라며 이민호 교수는 “이제는 무엇이 될지 모르는 미래 감염병 Disease-X를 준비해야 하며, 저희 연구그룹의 연구가 X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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