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커피 왕국의 변화 이끌 새 수장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커피 왕국의 변화 이끌 새 수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5.30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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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CEO’ 하워드 슐츠 물러나고 새 지휘봉
위기와 기회 공존 속 ‘커피 왕국’ 아성 회복할지 주목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커피 왕국의 변화 이끌 새 수장

 

타벅스를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 전 CEO가 물러나고 지난 3월 랙스먼 내러시먼이 새로운 CEO로 임명됐다. 승승장구하던 스타벅스가 최근 대내외적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룬 변화다. 스타벅스는 “강력한 소비자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많은 경험이 있고 전략적이면서 변화에 능한 리더”라고 내러시먼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스타벅스
ⓒ스타벅스

 

최고경영자 내정 후 커피산업 집중 공부

스타벅스는 내러시먼을 CEO로 내정했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두 번에 걸쳐 23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낸 슐츠 전 CEO는 2017년 이사회 고문과 명예회장을 맡으며 한동안 현장 경영에서는 손을 뗐다. 그러나 스타벅스 실적이 나빠지고 5년간 회사를 맡았던 케빈 존슨 전 CEO가 사퇴하자 지난해 4월 임시 CEO로 다시 복귀했다.

 

이후 슐츠와 이사회는 차기 스타벅스 CEO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내부 인사도 거론이 됐으나 체질 개선을 위해 외부에서 ‘소방수’를 데려오는 게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작년 9월 스타벅스는 영국 생활용품 기업 레킷벤키저 CEO인 내러시먼을 차기 CEO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차기 CEO에 지명된 뒤 6개월간 내러시먼은 스타벅스와 커피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공부’에 들어갔다. 인수인계를 기간 매장에서 40시간의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스타벅스의 상징인 녹색 앞치마를 두르고 매장 근무도 했다. 또한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리더십 팀의 모든 구성원도 지원 부서가 매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토론과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체감함과 동시에 스타벅스 경영진에게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노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스타벅스는 최근 내외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현재 미국 내 매장 200여 개 이상에서 노조가 설립돼 노조로부터 근무 여건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로 매장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적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 전 CEO는 두 번에 걸쳐 23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내며 기업을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시켰다. ⓒGage Skidmore/Flickr
하워드 슐츠 전 CEO는 두 번에 걸쳐 23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내며 기업을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시켰다. ⓒGage Skidmore/Flickr

 

빠른 의사 결정과 강한 추진력 돋보여

내러시먼은 인도 서부 도시 푸네 출신으로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학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 학위 2개를 땄다. 학업을 마친 뒤 1993년부터 19년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미국과 인도를 포함해 여러 나라를 옮기며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가 맥킨지에서 주로 맡은 분야는 소비재 산업과 의료 산업이었는데, 특히 소비자 행태 분석에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식당 체인점과 식료품 소매업, 건강용품 판매사업의 자문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내러시먼은 2012년부터 글로벌 음료기업인 펩시에서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CO)를 비롯해 여러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9년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인 레킷벤키저 CEO로 발탁돼 스타벅스 CEO로 임명되기 전까지 역임했다. 당시 레킷벤키저가 1999년 설립 이후 외부 인사 영입은 첫 사례라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레킷벤키저는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옥시레킷벤키저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차기 CEO에 지명된 뒤 6개월간 랙스먼 내러시먼은 스타벅스와 커피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공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차기 CEO에 지명된 뒤 6개월간 랙스먼 내러시먼은 스타벅스와 커피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공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레킷벤키저가 내러시먼을 영입한 이유는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 시달리던 중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함이었다. 내러시먼이 합류하던 2019년쯤 레킷벤키저는 세계 3위 이유식 업체인 미국의 미드존슨을 166억 달러에 인수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한 각계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내러시먼은 레킷벤키저를 맡아 과감한 경영으로 회사를 빠르게 쇄신했다. CEO를 맡은 지 3개월 만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고, 32년간 레킷벤키저에서 근무한 위생용품 사업부 대표도 내쫓았다. 동시에 전 직장 펩시에서 일한 동료 임원을 최고혁신책임자(CTO)로 기용해 레킷벤키저의 변신을 이끌었다. 아울러 사업 구조도 빠른 속도로 바꿔나갔다. 중국의 출산율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관련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영유아식 시장 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미드존슨의 중국 내 분유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한 것이다.

 

내러시먼이 레킷벤키저에서 보여준 과감한 변화를 스타벅스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의사 결정이 빠르고 강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점에 더해 그는 회사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19년 9월에 레킷벤키저에 처음 발을 디딘 내러시먼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는 직접적으로는 연관이 없지만, 그는 CEO가 된 후 2019년 연말 영국을 방문한 가습기 살균제 현장 조사단에 사과했다. 자신의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해서 공식적인 사과 서한을 보냈는데, 당시 영국 언론은 내러시먼이 전임 CEO 때 있었던 일에 사과했다는 데 점수를 줬다.

 

 

스타벅스는 최근 노조 설립과 탄압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태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최근 노조 설립과 탄압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태다. ⓒ스타벅스

 

노조 탄압 의혹 속 내부 소통 과제로

이러한 모습 속에 내러시먼이 스타벅스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개혁의 수술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가 음료 제조 방식, 커피 추출 기계, 매장 구조, 고객 응대 방식까지 스타벅스의 A부터 Z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내러시먼이 CEO에 취임하기 이전에 커피 제조 공장과 커피 농장 등을 찾아 현장 탐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슐츠 전 CEO의 영향력이 워낙 큰 기업이기에 내러시먼이 얼마나 자율성을 갖고 바꿔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노조를 결성하려는 매장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노조 탄압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태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300여 곳이 노조 결성에 투표했고,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의 인증을 받았다. 이는 미국 스타벅스 매장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NLRB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뉴욕주 버펄로의 21개 지점에서 노조 결성 시도에 대한 보복, 노조 지지 입사 지원자의 채용 거부, 노조 결성 주도자 전근 등 33건의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가 매장 직원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도 가해지고 있다. 내러시먼은 매장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2시간짜리 ‘커피 데이트’에 직원들을 초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특별한 결실은 보지 못하고 있다. 노사 문제와 별개로 고용 인원이 많은 탓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도 해결해야 한다.

 

 

최근 발표한 스타벅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약 87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Pixabay
최근 발표한 스타벅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약 87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Pixabay

 

다만 시작은 좋다. 최근 발표한 스타벅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약 87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4억 달러를 소폭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작년 동기 대비 25.4% 늘어난 74센트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임금과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격을 인상을 단행했고, 커피 고객이 꾸준히 유입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스타벅스 측은 “고객들이 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료 구매를 줄이지 않았다”며 “추가 시럽이나 샷, 그리고 음료 위에 쿠키나 초콜릿 조각을 뿌리는 ‘애드 온’ 등으로 추가 지출을 늘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내러시먼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스타벅스 카페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점차 마진을 개선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게다가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과 맞물려 2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조짐도 보이는 중이다. 실제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영업망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내 6,000호점을 연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매장을 9,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스타벅스가 아시아 최초로 상하이 인근에 짓고 있는 로스팅 공장도 올해 문을 열 예정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준비는 끝난 상태인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내러시먼이 주도해나갈 변화의 양상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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