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신냉전 속 군비 경쟁으로 최대 호황
[이슈메이커] 신냉전 속 군비 경쟁으로 최대 호황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5.1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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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군비 경쟁 펼치는 강대국
K-방산 성장 위한 고민 필요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신냉전 속 군비 경쟁으로 최대 호황
 

각국이 군비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방위 산업 기업들이 ‘골드 러시’ 시대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올해 글로벌 방산업계 시장 규모가 5,77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9%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한 해 사이에 무기 판매액이 424억 달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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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멈추지 않는 무기 공장
안보 분야 싱크탱크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각국의 국방비 합계는 2조 1,133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군비 지출 속도를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됐다. 특히 올해 전쟁 2년 차에 돌입하며 각국의 국방 예산 늘리기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국방 예산으로 4조 9,810억 루블을 책정했다. 2021년 말 러시아 정부 예상치보다 42% 증액된 금액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교육·보건 예산을 대폭 삭감해 국방 예산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역시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비 지출을 작년보다 7.2% 늘린 1조 5,537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이는 2년 연속 국방비를 7% 넘게 증액한 것으로 미국과 대만이 밀월 관계를 구축하자 대응 차원에서 군사력 증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군사 팽창을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미국은 2023 회계연도 국방 예산으로 전년보다 9.7% 급증한 8,580억 달러를 배정했다. 특히 전년 대비 미사일 구매 자금을 55%나 늘렸다. 여기에 일본의 군비 증강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 2023 회계연도 예산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는데, 그중 방위비가 지난해보다 26% 급증한 6조 8,000억 엔에 이른다. 그간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해 방위비를 GDP의 1% 수준만 유지해왔지만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방산 전문 매체 에비에이션위크는 당초 2021년 5,5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무기 도입 예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2032년이면 6,80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전쟁을 계기로 무기 도입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32년 7,5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이에 따르면 2032년까지 누적 무기 도입 예산은 처음 전망보다 6,000억 달러 늘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 업체들이 10년 동안 추가로 벌어들이는 돈만 780조 원대에 달한다.

 

각국이 군비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방위 산업 기업들이 ‘골드 러시’ 시대를 맞고 있다. ⓒLockheed Martin/Flickr
각국이 군비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방위 산업 기업들이 ‘골드 러시’ 시대를 맞고 있다. ⓒLockheed Martin/Flickr

 

생산 설비 늘리는 방산 업체
세계 각국이 군비 확충에 열을 올리는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현대전의 소모전 양상이 상상 이상이어서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발사하는 포탄이 하루 4,000~7,000발”이라며 “러시아는 그보다 많은 하루 2만 발을 쏜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1년간 생산하는 분량의 포탄을 우크라이나가 한 달이면 소진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283억 달러의 군사적 지원을 했다며 1년간 우크라이나에 넘겨준 무기와 장비 목록을 공개했다. 소형 탄약 1억 발과 155mm 곡사포 160문 및 포탄 100만 발, 125mm 탱크용 포탄 10만 발, 고성능 다목적 차량 험비 1,200대, M113 장갑차 300대 등이다. 이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물량을 투입하면서 서방 진영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무기·탄약이 부족해 고심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넘겨주고 바닥난 무기고를 채워야 하는 부담도 갖고 있다. 결국 무기 주문이 폭주할 수밖에 없어 방산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방산 업체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덕 부시 미 육군 무기 획득 책임자는 미국의 155mm 포탄 생산량을 월 15,000발에서 7만 발로 5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스크랜튼 탄약 공장의 설비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무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구식 무기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영국의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는 2005년부터 실전 배치된 M777 곡사포 생산을 거의 중단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자 미국 요청으로 M777 생산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 록히드마틴과 F-35 스텔스 전투기 35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무기 도입을 늘리는 중이다. ⓒLockheed Martin/Flickr
독일은 록히드마틴과 F-35 스텔스 전투기 35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무기 도입을 늘리는 중이다. ⓒLockheed Martin/Flickr

 

공급망 대란에 인력난까지, 없어서 못 팔아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서방 각국이 무기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나토(NATO는 국방 예산의 20% 이상을 무기 도입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지난해 30개 회원국 가운데 국방 규모가 크지 않은 5국만 빼고 모두 이 기준을 충족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2026년까지 유럽 국방비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까를 전망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없었다면 유럽 국방 지출은 2001년 이후 5년 동안 총 14%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5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최대 65%로 껑충 뛰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사력 증강에 소극적이던 독일이 변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GDP 대비 1.3% 안팎에 머물던 국방 예산을 나토 가이드라인대로 2%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며 무기 도입을 늘리는 중이다. 지난해 7월 록히드마틴과 F-35 스텔스 전투기 35대를 구매하는 내용의 84억 달러 규모 계약도 맺었다. 여기에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핀란드, 폴란드, 네덜란드 등도 F-35 구매에 나섰다.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가 적극적인데, 지난해 한국에서 K2 전차 1,000대와 K9자주포 672문 등을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국내 방산업계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1년 대비 2배가 넘는 약 2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로 우리나라는 2018~2022년 사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이 2.4%로 9위로 지난 2013~2017년 12위였던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작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1년 대비 2배가 넘는 약 2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작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1년 대비 2배가 넘는 약 2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미국은 지난해 외국으로 판 무기 금액이 무려 2,056억 달러로 전년보다 49% 늘어났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무기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관영 타스통신은 지난달 러시아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50개국이 넘는다며 해외 주문량이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전례 없는 특수를 맞은 방산 기업들은 대거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유럽 1위 무기 수출국인 프랑스에서 가장 큰 방산 업체인 탈레스는 작년에 11,500명을 새로 채용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신규 고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레이시온도 전체 직원이 18만 명이었는데 작년에만 27,000명을 채용했다.

  폭주하고 있는 주문으로 인해 납품 날짜를 맞추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더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공급망 대란 탓에 무기 제작에 필요한 원료나 부품을 제때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력난까지 나오고 있다. 방산 업계의 일자리는 각 업무에 따른 전문성이 요구되고 신원 확인 등 보안 절차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쟁에 더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테러 위협,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으로 군비 증강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방위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잠재력을 확인한 K-방산의 성장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고민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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