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논란 속 사라진 양곡법 개정안
[이슈메이커] 논란 속 사라진 양곡법 개정안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5.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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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하락과 지지 이견 여전해
정부 후속대책 이행 주목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논란 속 사라진 양곡법 개정안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개정안은 폐기되었다. 하지만 ‘쌀값 안정화’를 둘러싼 관련 논의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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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문제가 정쟁 수단으로

양곡관리법은 1948년 제정된 법으로 쌀을 포함한 양곡의 수급 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목적을 가진다. 논란이 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쌀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해 가격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구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쌀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야당은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소득이 줄어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산지 쌀값은 풍작으로 인해 2021년 10월부터 하락했고, 지난해 9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농업 현장에서도 쌀값을 지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물론 개정안이 발의되기 이전에도 정부는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양곡 매입과 관리 비용 등에 매년 2조 3,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올해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가격이 80㎏당 20만 원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부가 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빼는 것을 뜻하는 ‘시장 격리’를 위한 쌀의 정부 구매도 포함돼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개정안은 폐기되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개정안은 폐기되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더라도 막대한 재정만 투입될 뿐 쌀값을 지지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해 쌀값 하락과 농가 소득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일각에선 개정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쌀에 예산이 편중돼 다른 품목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축산 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고,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밀, 콩 등의 자급률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량안보 강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농업 문제가 정쟁의 수단이 되며 갈등만 확산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정황근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정황근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 추진

결과적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다시 넘어왔다. 이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재투표했으나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내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후 입장 자료를 통해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농식품부는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 이후 쌀 산업 발전 및 수급 안정 방안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 등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남는 쌀을 수확기에 전량 강제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산업과 농업·농촌의 발전을 가로막는 법안이기에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청하고, 대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수확기 쌀값이 20만 원 수준이 되도록 선제적이고 과감한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전략 작물 직불제 등 실효적인 수단을 활용해 쌀 수급균형을 회복하고,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뒷받침하겠다”며 “농업직불제 예산을 내년 3조 원 이상,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확대해 농가 소득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청년농 3만명 육성, 스마트농업 확산 등을 통해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쾌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4월 2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권 거부 및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촉구 농민대표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촌 현장에 가득한 것은 울분”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여전히 시장원리만을 외치며 농업과 농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야말로 농업포기, 농민말살 정권”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거부했듯 우리도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비롯해 쌀 수입 중단,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수입 중단, 농업생산비 폭등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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