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칩’,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인류의 건강
‘장기 칩’,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인류의 건강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5.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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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칩’,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인류의 건강

안송이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 생체모사시스템연구실
안송이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 생체모사시스템연구실

황반변성, 치매 등 노화에 따른 질환 다뤄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장기 칩(Organ on a chip)은 말 그대로, 인체 조직이나 장기의 미세한 구조와 환경을 재현한 작은 칩에 인간 세포를 배양하여 만든 것으로 임상시험을 위한 동물실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더 자세히는 생체모사 장기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해당 장기의 기능과 특성뿐만 아니라, 역학적, 생리적 세포 반응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생체모사 장기칩에는 기계공학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기계공학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의 장기를 다루고 질병을 연구한다고? 생소하지만 이는 첨단 문명 시대의 현실이고, 앞으로 건강한 인류를 위한 미래이기도 하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소녀가 첨단 기계공학과 만나다
안송이 교수가 ‘불로장생’이라는 말을 할 줄이야! 취재하는 기자는 신선했지만, 곧 이 말이 그녀가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소양과 목표를 갖춘 실력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 주변 분들이 나이 들고 아픈 모습이 슬퍼서, 불로장생약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학을 좋아했고,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그녀가 어렸을 때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불로장생이 주술적인 의미로 느껴졌겠지만, 성인이 되고 그녀가 본격적으로 과학을 공부하면서는 인간 생명 연장을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배웠을 것이다. 그렇게 안송이 교수는 기계공학과 생물학 융합연구를 하는 연구그룹에 들어가, 연구를 시작했고, 생체모사 장기칩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몸속 세포들은 생화학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공학적인 환경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관 세포들은 혈액이 흐르는 혈액 유동에 노출돼 있고, 팽창, 수축을 반복하는 심장, 폐 등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인장력과 압축 등 공학적인 자극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 자극까지도 계산하고 모사할 수 있는 칩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제가 연구하는 생체모사 장기칩입니다” 안 교수는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미세유체 장기칩을,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3D 프린팅 기술에 기반한 유기 광다이오드 어레이 등을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그녀는 뇌혈관 장벽칩을 개발해서 약물이 뇌 부위에 어떻게 분포되는지 정량적으로 볼 수 있는 툴을 만들어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게재하며 향후 연구 행보에 기대를 받았다. 이 성과로 부산대 기계공학부에 부임해 연구와 교육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망막칩을 넘어 인공 망막까지
장기 칩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어, 동물 생명윤리에서 자유로우며, 체내 세포 활동이나 질환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고, 신약 스크리닝과 정밀의학 시대 맞춤형 의료기술 등 인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효자 같은 기술이다. 안송이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을 살폈고, 그중 황반변성에 관심을 두고 ‘망막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복합적 다층 구조 망막 칩 모델 개발’로 우수신진 연구자 과제에 선정되며 집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황반은 망막이라는 안구 내 신경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로, 이 부분이 변성되면 실명까지 이를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아직 발병기전을 밝히지 못했고, 이에 완전한 치료도 힘든 상황입니다. 망막은 복잡한 다층구조로 돼 있어 모사칩 개발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최선을 다해 망막칩을 만들어서, 다양한 약물 테스트와 기전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안 교수는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도 접목할 예정이다. 생체 전자장치를 프린팅해서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연구인데 궁극적으로는 인공 망막을 이야기할 수 있다. “망막칩이 예방과 치료 차원의 기술이라면 인공 망막은 이미 시력을 잃으신 분들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 망막은 빛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인체에 잘 이식될 수 있게 유기소자로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인공 망막은 오랜 연구를 해야 하는 주제라며 소개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그녀지만, 연구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정말 당찼다. 장래가 촉망되는 여성 공학자로서 안송이 교수는 남성 중심의 공학 세계에서 많은 난관을 거쳤겠지만,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탁월한 실력과 당찬 포부로 세상의 편견을 물리쳐 왔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저는 선배 여성 공학자들을 보고 꿈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저도 제 발걸음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고 여성 공학자 양성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안송이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길 부탁했다. 학생들에게 좋은 캠퍼스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안 교수는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하다.(사진=임성희 기자)
안송이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길 부탁했다. 학생들에게 좋은 캠퍼스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안 교수는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하다.(사진=임성희 기자)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학문 접하며, 연구 스펙트럼 넓히고 싶습니다”
“신임 교수인 저를 믿고 따라와 준 학생들 덕분에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지금도 재미있게 학생들과 연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평범한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올해는 좀 더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누리며, 대학생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송이 교수에게 연구는 재미의 다른 말이다. 과학적 탐구와 공학적 응용을 즐기며 연구해가는 게 즐거웠기에, 재미있게 연구를 해올 수 있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이제 2년 차가 된 신진연구자인 안송이 교수는 기계공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제 연구를 큰 틀에서 이야기하면 공학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는데 일조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라며 “‘나는 기계공학자니까 이것만 해야 해’라는 생각보다 다른 연구 분야를 배워서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접목하면서 계속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불로장생의 꿈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에 남아있는 듯했다. 불로는 힘들어도, 건강한 장생을 위해서 안송이 교수연구역량의 쓰임새가 기대된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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