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에 주목하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에 주목하다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5.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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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에 주목하다

박현봉 국립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 / 미생물화학생태학실험실(사진=임성희 기자)
박현봉 국립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 / 미생물화학생태학실험실(사진=임성희 기자)

 

장내 미생물 대사체가 가진 신비 해석
신약개발에 새 지평을 열 기초연구 매진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됐지만, 여전히 인간 질병 치료는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 그래서 또 다른 키워드로 단백질 관련 연구와 신약개발도 주목받고 있는데, 최근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리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현봉 교수는 막 급부상하고 있는 이 연구주제에 또 다른 핵심을 더했다. 바로 ‘대사체’다. 이게 바로 그의 연구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다.

천연물 기반 항생제소재 개발에서, 장내 미생물 대사체 발굴 및 기전연구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스위스 바이오기업의 마이크로바이옴 장 질환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을 받으며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여는 인간 질병 치료의 서막이었기 때문이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은 인체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유전체를 뜻하고 구강, 피부 표면, 위장관 등 부위마다 특정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하며 특히 대장에 가장 많은 미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세포 수가 체세포 수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운데, 그래서 인간 생명의 신비를 풀고, 질환의 기전을 밝히며 그에 맞는 치료제까지 개발할 수 있는 키워드로 주목받는 것이다. 박현봉 교수는 학부 때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약학을 전공하며 천연물-바이오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 천연물 중에서도 미생물을 다뤘고, 이들의 대사체를 화학적으로 규명하고 합성해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미국 예일대 화학과 및 화학생물학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으로 재직하면서 항생제 등 의약품개발뿐만 아니라, 숙주와 미생물의 생물학적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 와중에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접하면서,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기초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특히 질환을 조절하는 장내 미생물의 대사체에 집중했습니다. 그 대사체가 어떤 화학적 구조를 갖추고 조절기전을 일으키는지를 연구하는 게 저의 주요 연구컨셉입니다” 장내 미생물 대사체는 아직 학계에 잘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로 미지의 영역이다. 장내 미생물을 면역학, 병리학, 세포학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연구는 많지만, 화학적 관점으로 장내 미생물이 뿜어내는 대사체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연구그룹은 흔하지 않다. 박현봉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후과정과 연구원으로 9년의 연구를 거치며 염증성 장 질환(IBD) 발병원인을 장내 미생물 대사체 기전으로 밝혀내는 등 차별화된 연구주제와 성과로 2021년 가을학기 모교인 강릉원주대에 부임할 수 있었다. “제가 대학 생활을 보냈던 학교에서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아직 제 스승님들도 계시는데, 제가 잘 정착할 수 있게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하며, 제자이면서도 후배들인 우리 연구그룹 학생들과 함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연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생물-화학-생태적 관점의 융합연구가 ‘핵심’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분야에서 인체의 건강과 질병을 조절하는 기전을 장내 미생물 대사체로 밝히려는 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흔하지 않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박 교수는 그 원인 중에 하나로 어려운 연구환경을 꼽았다. “장내 미생물은 사람의 대변샘플에서 분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 부분에서부터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있으며 난배양성으로 무산소 환경조성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실 세팅에서부터 고비용과 난분리, 난배양 등 부딪쳐야 할 난관이 많다는 단점이 있고, 어렵게 유전자를 분석해내도, 소재의 다양성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진입장벽이 높긴 합니다”라며 “그런데도 이제 시작단계인 연구 분야이기에, 우리가 풀어야 할 연구주제도 많고, 성공한다면 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연구이기에 매진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주목할 수 있는 신약개발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연구그룹 이름은 미생물화학생태학실험실로 실험실에서 다루는 모든 연구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연구영역은 크게 3분야며 첫째로, 강릉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백분 발휘해 동해안 사구에 서식하는 외래종 식물 대사체로 화장품도 만들고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외래종을 제거할 방법도 찾는 일석이조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둘째로, 지역의 경포호나 송지호의 흙을 채취해 환경 미생물을 발굴하고 이들로부터 항생제를 만드는 연구다. 박현봉 교수는 이 두 연구주제를 잘 수행한 학생들이 연구그룹의 핵심 연구영역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염증성 장 질환 연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규명’ 과제에 선정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염증성 장 질환에 주목해 기존에 밝혀진 장내 미생물 연구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사체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서 연구그룹 차원에서 염증 유발 감염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연구주제를 펼쳐갈 계획입니다”

박현봉 교수는 학생들의 열정이 뛰어나 오히려 교수인 자신이 더 많이 배운다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조언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수이자 선배이기도 하기에 학생들에게 쏟는 그의 애정이 각별할 듯하다.(사진=임성희 기자)
박현봉 교수는 학생들의 열정이 뛰어나 오히려 교수인 자신이 더 많이 배운다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조언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수이자 선배이기도 하기에 학생들에게 쏟는 그의 애정이 각별할 듯하다.(사진=임성희 기자)

표준화에 안정적인 치료제 개발 도전
“FDA 승인된 마이크로바이옴 장 질환 치료제는 유익한 미생물군집을 약으로 만든 것인데요, 물론 치료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대단하지만, 미생물도 생물이기에 특정 환경과 자극에 따라 의존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농후하여, 의약품 소재로서 표준화와 안정성이라는 부분은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유효물질로서 대사체를 기반으로 하는 의약품 소재는 동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 온 뒤 더 상쾌해진 공기와 예쁜 정원을 배경으로 선 학생들의 모습이 청춘스럽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어대는 학생들 덕분에 단체 사진 촬영하는 기자도 신났다. “저는 배움에 즐거움이 있는 우리 학생들이 원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특기가 뭔지를 잘 찾아주는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을 더 빛나는 길로 이끌고 싶습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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