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일상 멈추게 하는 초연결 사회의 역설
[이슈메이커] 일상 멈추게 하는 초연결 사회의 역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4.11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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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의 지배력, 더 큰 피해 불러와
기업과 정부, 개인 모두의 대책 필요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일상 멈추게 하는 초연결 사회의 역설

 

1월 말과 2월 초 디도스(DDos) 공격으로 LG유플러스 인터넷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5차례에 걸친 서비스 장애 시간은 각각 63분과 59분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통신 장애로 사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동통신뿐 아니라 LG유플러스 유선망을 사용하는 소상공인들도 피해를 입었고, 같은 회사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B2B 사업자 또한 통신망 장애로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는 SK브로드밴드 광케이블 손상으로 일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도 있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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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슈퍼앱 만들기 시도 이어져

‘초연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지털 사회가 고도화된 현재 이러한 ‘연결’이 단절되었을 때 나타나는 혼란은 무척 크다. 통신 장애 등 인터넷 서비스 외에도 전 국민이 사용하는 ‘슈퍼앱’에 오류가 발생하면 사회 전체가 멈추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 발생으로 IDC에 입주한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장애를 겪으며 온 국민의 일상이 멈추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뱅크 등 여러 서비스가 중단되며 사용자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국민 메신저나 다름없는 카카오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사람들 간의 소통이 단절될 정도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가 4,777만이 넘는 만큼 카카오톡을 대체할 수단도 사실상 없다. 개인 인증이나 결제 시스템 등 여러 부가 서비스도 연동되어 있어 말 그대로 ‘마비’ 사태까지 번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이처럼 슈퍼앱이 가진 강력한 사용자 장악력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슈퍼앱 만들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일상생활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부터 “모든 것이 가능한 앱 X를 만들 것”이라며 슈퍼앱 개발에 대한 목표를 드러낸 바 있다.

 

슈퍼앱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별도로 다른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만능 칼’로 불린다. 대표적인 예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2억 명이 넘는 중국의 ‘위챗(WeChat)’이다.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된 위챗은 현재 게임과 금융, 모빌리티, 쇼핑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중국인의 모든 일상에 함께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이나 말레이시아의 ‘그랩(Grab)’도 금융과 음식 배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슈퍼앱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슈퍼앱으로 인정받고 있고, ‘토스’ 역시 하나의 앱에서 뱅킹과 증권, 보험 등 모든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며 이러한 전략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장애를 겪으며 온 국민의 일상이 멈추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장애를 겪으며 온 국민의 일상이 멈추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먹통’ 사태 발생 시 장애 범위 영역도 커

슈퍼앱의 지배력은 개인 이용자를 넘어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강력하다. 디지털 로그인을 통해 개인 인증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 서비스 예약과 결제 등을 진행하는 소상공인들이 ‘먹통’이 발생했을 때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카카오의 대규모 먹통 사태 당시 커머스에 입점한 업체는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카카오맵 기반의 일부 서비스도 큰 차질을 빚어야만 했다. 정부의 통합 행정 서비스 포털 ‘정부24’도 본인 인증 방식의 하나로 카카오나 네이버 로그인을 인정할 정도라 코로나19 방역 절차에 활용되던 당시 디지털 재난이 발생했다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디지털 시대에 통신망 장애나 슈퍼앱 오류가 발생하면 사회에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디지털 인프라가 국민 대다수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 기간망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장애의 피해 범위가 컴퓨터,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일상생활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TED Conference/Flickr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일상생활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TED Conference/Flickr

 

실제 전 세계 20억 명이 사용하는 메타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은 지난해 10월 먹통 사태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세계 곳곳에서 송수신 장애 현상이 빚어지면서 사용자들의 신고가 급증했고, 두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정상화됐다. 왓츠앱은 과거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함께 동시다발적 먹통 현상을 빚은 바 있는데 당시 가상자산부터 원유 거래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21년 12월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서비스 오류가 나타나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AWS를 이용하는 여러 곳에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수집 및 저장되는 개인 데이터의 양이 증가하며 이에 대한 보안 위협도 늘어나는 등 개인정보 유출 피해 역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7만 건에 달했으나 처분기관의 수는 23건에 그쳤다.

 

 

개인 유저는 슈퍼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디지털 피난’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Pixabay
개인 유저는 슈퍼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디지털 피난’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Pixabay

 

‘디지털 피난’ 방법 강구 필요

이처럼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이들 기기를 중개하는 서비스도 통합되는 추세다. 슈퍼앱의 중요성이 커지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협도 늘어나면서 편리해진 일상 대비 예상치 못한 장애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통이나 통신 같은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처럼 디지털 사회간접자본도 끊임없는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오작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할 방안을 미리 준비하고 고민이 필요한 때인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서비스 장애가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디지털 보안에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오프라인 인프라에 준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슈퍼앱 오작동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구제 방안에 대한 대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디지털 재난에 대한 피해구제를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도의회는 지난 3월 22일 ‘경기도 디지털재난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해당 조례안은 지난해 10월 성남 판교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네이버쇼핑 등의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는 장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발 빠른 피해보상과 대응이 되지 않은 바 있어 신속히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디지털 재난 관련 책무를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민간업체에서 발생한 디지털 재난이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도민들의 피해를 우선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유저는 슈퍼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디지털 피난’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과거 정전이 발생하면 양초를 켜고 라디오로 바깥 상황을 파악하는 등의 행동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앱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앱 계정을 미리 생성해놓거나, 오프라인 서비스로 대체할 방법을 강구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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