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관계 정상화 첫 발, 반대 여론 설득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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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4.0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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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발전적 계승
과거사 후퇴에 ‘굴욕 외교’ 비판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관계 정상화 첫 발, 반대 여론 설득은 과제

 

지난 3월 16일부터 1박2일간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실무방문 일정이 진행됐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19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후 약 4년 만이자, 양자 차원의 정상 방문으로는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 이후 약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회담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양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에 뜻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대한민국 대통령실

 

韓 소주와 日 맥주 나눠 마신 두 정상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2019년 9월 이후 4년 가까이 이어온 수출규제를 풀었고, 한국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며 경제 협력을 복원했다. 양국 최대 현안으로 꼽힌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도 일단락됐다. 또한 두 나라 재계단체는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특히 12년 동안 중단됐던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한 것이 눈에 띈다. 기시다 총리는 답방 차원의 방한 일정을 잡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과거사에 대한 사죄 표명 등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언급하는 선에서 끝났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양국 간에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교류가 힘차게 확대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측의 전향적인 사과 발언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하면서 구상권 청구는 없을 것이라고 확답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향방 등 과거사를 둘러싼 과제는 여전히 쌓여있고, 일본은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 우리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 위안부 소녀상 건립 등 그간 풀지 못했던 문제까지 외교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4년 가까이 이어온 수출규제를 풀었고, 한국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며 경제 협력을 복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4년 가까이 이어온 수출규제를 풀었고, 한국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며 경제 협력을 복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그런데도 양측이 밝은 표정으로 돌아선 건 오랜 시간 끊겼던 교류의 다리를 다시 붙였다는 것 때문이다. 일본 출국 전부터 대통령실에서 “이번 교류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던 만큼 양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와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지난 2019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사카를 방문한 이후 4년 만이다. 양자 정상외교 차원의 일본 방문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셔틀외교 차원에서 일본 교토를 방문한 이후 12년 만이다.

 

이에 양측 정부는 정상 간의 신뢰 구축을 위한 일정에 공을 들였다. 첫 날이던 16일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 관저에 도착한 뒤,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에 이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이어 부부 동반 만찬과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2차 회동까지 이어졌다. 오후 내내 양 정상이 붙어있었던 셈이다. 한국의 소주와 일본의 맥주를 나눠 마신 기시다 총리는 이를 ‘한일 우호의 맛’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정상 간 개인적 신뢰 관계는 외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신뢰 구축은 앞으로 양국 국민 간 친선과 교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화합주를 마시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는데, 이처럼 양측 정부는 정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일정에 공을 들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화합주를 마시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는데, 이처럼 양측 정부는 정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일정에 공을 들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정상회담 결과 두고 여야 극한 대치

국민의힘은 이번 정상회담을 ‘한일 신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와 제3자 변제안을 꼬집으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일본 측 요구를 100% 다 들어줬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방일은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국격을 무너뜨린 친일적 결단이자 외교 대참사”라고 주장했고, 김경협 의원은 “대통령과 장관의 행위는 헌법이 정한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 든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비판에 반박하며 정부를 두둔하는 동시에 문제의 책임을 전임 정부로 돌렸다. 이명수 의원은 “이 자체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내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며 “한일 간의 오래된 문제를 정리하고, 안보와 경제를 두 축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보겠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태영호 의원은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속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이 이 문제는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와 제3자 변제안을 꼬집으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와 제3자 변제안을 꼬집으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외교계 시각은 긍정적이다. 일본이 동아시아 지정학적 판도를 장악하고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미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목표는 일본의 이러한 전략을 뒤흔드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안보체계를 ‘한-미-일’ 삼각으로 만들면 한국의 국제적 존재감이 확대되어 일본의 장악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역사적 창”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다만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 홀로 ‘미래’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일본은 올해 1월에도 유엔에서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도 “가해국 기업에 배상 책임 면죄부를 준 피해국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도 “가해국 기업에 배상 책임 면죄부를 준 피해국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그래서 국내 여론도 좋지만은 않다.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기업의 참여와 사과가 없는 해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 경제 협력 등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인 33%에 그쳤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도 “가해국 기업에 배상 책임 면죄부를 준 피해국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담 이후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내 반발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내놓은 제12회 국무회의 발언은 분량이 공백 포함 7,500자로 약 23분에 걸쳐 생중계됐는데, 이 중 약 6,600자를 한일 관계 정상화 설명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마주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개인적 고뇌를 전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부터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는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핵 위협 고도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손 놓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에 양국 경제계와 재일동포 사회에서 보여준 반응을 근거로 “정부가 이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한일 관계 정상화로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조목조목 짚었다. 윤 대통령은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한일 양국 기업이 총 46개 국가에서 121건, 약 270조원 규모에 달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했다며 향후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은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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