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스터빈 원천기술 확보에 큰 기여
대한민국 가스터빈 원천기술 확보에 큰 기여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4.01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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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 열전달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 열전달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차세대 항공기를 위한 시각·레이더·적외선 동시 회피 복합 스텔스기술 개발’ 
2022년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 선정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새 학년, 새 학기를 빼앗겼던 대학캠퍼스에 일상이 돌아왔다. 예년과 같은 대면 수업에 캠퍼스는 학생들로 북적였고, 마스크를 벗은 앳된 얼굴의 신입생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캠퍼스 곳곳을 누빈다. 조형희 교수를 만나기 위해 찾은 연세대 서울캠퍼스의 2023년 3월의 모습이다. 올해로 교수 29년 차를 맞는 그는 올해도 Fresh 한 신입생들을 맞으며, 그의 연구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터빈 냉각기술과 3D프린팅 기술 활용해 가스터빈 고온 부품 국산화
10여 년 전 기자가 취재했던 조형희 교수의 열전달연구실은 현재도 같은 연구 열정을 가지고 연구의 심도를 더하고 있었고, ‘2022년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에 선정되는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2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연구들이 최근 성과를 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스터빈 열설계는 조형희 교수가 연세대학교에 임용된 1995년도부터 집중했던 연구 분야다. 가스터빈은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주축인 복합 LNG 발전,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중에서 복합 LNG 발전의 핵심 동력기관이다. 가스터빈은 큰 발전량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얻기 위해 초고온 환경에서 운전되고, 수만여 개의 정밀부품으로 구성된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이다. 결국, 이 기술을 선점한 글로벌기업이 가스터빈 엔진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기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가스터빈 엔진 전체를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수밖에 없었다. 가스터빈 원천기술의 확보를 절실히 느낀 조형희 교수는 기업에서 개발하여야 하는 가스터빈 엔진보다는 2~3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하고, 고부가 가치인 가스터빈 핵심 고온 부품(터빈 블레이드, 연소기)의 국산화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가스터빈은 16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열화에 따른 파손으로 고온 부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온 부품 원천기술이 없어서 100% 선진 외국기업에서 핵심 고온 부품을 수입해야 했고,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가스터빈 고온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터빈 블레이드와 연소기들에 적용된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냉각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우리 연구실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왔습니다. 최근에는 3D프린팅 공정 기술과 접목해서 기존의 주조 제작 방식으로는 시도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냉각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곧 실용화 단계로 진입해서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리라 생각합니다” 

조형희 교수는 2012년 발전용 대형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기획부터 참여하였고,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제작한 첫 번째 발전용 가스터빈이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되어 올해 3월 첫 점화에 성공하였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주) 제공)
조형희 교수는 2012년 발전용 대형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기획부터 참여하였고,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제작한 첫 번째 발전용 가스터빈이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되어 올해 3월 첫 점화에 성공하였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주) 제공)

한국형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엔진 실증 눈앞, “감회가 남다릅니다”
조형희 교수는 2012년도부터 발전용 대형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기획에 참여했고, 그 이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주관하는 발전용 대형가스터빈 개발에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연구 개발 비용을 투자하여 지난 2021년 개발에 성공했고, 실증을 위해서 2022년 4월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첫 번째 한국형 가스터빈을 설치하여, 올해 3월에 첫 점화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과 함께 발전용 대형가스터빈 엔진의 설계, 제작, 조립 기술을 보유한 세계 5번째 국가가 됐다. 가스터빈 고온 부품 국산화에 이어, 한국형 가스터빈 기술개발까지, 조형희 교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전력 수요를 매시간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합발전용 가스터빈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빠르게 시동, 정지가 가능한 장점은 전력 피크타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최적의 조건입니다. 복합발전을 담당하는 대형가스터빈을 국산화했다는 것은 국가 에너지 안보 확보뿐만 아니라, 향후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친환경 수소터빈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자로서 가스터빈 국산화 개발에 이바지하고 그 원천기술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국산 첨단항공엔진을 장착한 KF-21 전투기를 꿈꾸며 현재 조형희 교수는 첨단항공엔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의 난도가 높은 만큼 그는 첨단항공엔진이 마지막 남은 연구 꿈이라고 밝혔다.(자료사진출처=프리픽)
국산 첨단항공엔진을 장착한 KF-21 전투기를 꿈꾸며 현재 조형희 교수는 첨단항공엔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의 난도가 높은 만큼 그는 첨단항공엔진이 마지막 남은 연구 꿈이라고 밝혔다.(자료사진출처=프리픽)

“첨단항공엔진 국산화를 이루는 것이 나의 마지막 남은 꿈”
기자가 10여 년 전 조형희 교수 연구실을 소개할 당시 그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방피탐지감소기술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첨단 국방기술로 수출제한 품목인 스텔스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23년 3월 현재, 조형희 교수를 만났을 때는 개발에 성공한 첨단 스텔스기술을 국방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차세대 항공기를 위한 시각·적외선·레이더 동시 회피 복합 스텔스기술’로 2022년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됐다. “국방특화연구센터를 조직할 당시만 해도 국산 기술로 제작된 항공기도 없었고, 스텔스기술이라는 것은 영화에서나 보던 첨단 기술인데, 과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사이에 다목적 무인기,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탄생했고, 우리도 발전된 최신 탐지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적외선·레이더·시각 동시 회피 메타표면 스텔스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스텔스기술이 무인기와 KF-21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가 큽니다”라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항공기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는 이루지 못해 KF-21의 엔진은 아직 수입에 의존해야 합니다. 항공기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항공엔진 국산화가 제 마지막 남은 연구 개발의 꿈입니다. 현재 감항인증이 까다롭고 높은 안전성을 요구하는 유인 항공기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무인 항공기 엔진 개발을 목표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2018년부터 ‘무인기용 고효율 터빈기술 특화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마지막 꿈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15년 후에는 국산 첨단항공엔진을 장착한 KF-21 전투기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조형희 교수는 말했다. 

조형희 교수가 지금까지 배출한 석·박사 인력이 약 170명이다. 그는 29년 연구경력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후학양성을 꼽았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밝은 미소가단체사진을 더 빛나게 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조형희 교수가 지금까지 배출한 석·박사 인력이 약 170명이다. 그는 29년 연구경력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후학양성을 꼽았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밝은 미소가단체사진을 더 빛나게 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열전달연구실 졸업생과 대학원생들에게 큰 감사”
인공지능, 반도체가 주목받고 자동차 내연기관이 전기 배터리로 대체되는 지금, 기계공학의 입지가 좁아지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계공학의 필요성이 더 대두되고 있다. 산업혁명의 근간이었던 기계산업이 4차산업혁명 시대 최첨단 기술과 만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조형희 교수는 “항상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10~20%는 새로운 걸 연구하려고 노력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분야와 소통하는 게 연구에서는 중요합니다. 저도 기계공학을 하지만,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10대 기계기술 선정에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는 AI 기술을 도입해, 설계 최적화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기계공학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반 기술이며,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응용하느냐가 새로운 역량 탄생의 비결입니다. 자신이 가진 기본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연구 역량을 확장하라는 것이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라고 밝혔다.
  기자에게 이제까지의 연구성과와 향후 연구계획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된 PPT를 설명하는 동안 조형희 교수는 성과에 대한 희열 그리고 향후 연구계획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섞인 듯한 벅찬 감정을 느끼며 굉장히 즐거운 모습이었다. 10년 후 첨단항공엔진 국산화를 기약하며, 그는 굳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엔 29년 동안 하나하나의 연구장면과 스토리가 한 편의 영화처럼 엮여 있을 듯하다.
  그의 연구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책 말고도 그가 주례를 선 제자들의 결혼사진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배출한 석·박사 인력이 약 170명, 연구경력만큼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그의 제자들은 국책연구소와 산업체, 대학 등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을 보이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이는 조형희 교수의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우리 연구실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게 된 것은 졸업생들과 대학원생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전념해 준 모든 열전달연구실 제자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서 감사의 뜻을 표하며, 그들에게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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