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 압승”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친윤계’ 전폭적 지원으로 당권 거머쥐어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친윤계 4선 국회의원인 김기현 후보가 선출됐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당 대표로 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김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며 “그 목표는 첫째도 민생이고, 둘째도 민생이고 그리고 셋째도 오로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당 요직 두루 맡고 행정 경험까지 겸비
지난 3월 8일 진행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당선된 김기현 대표는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하는 중진의원이다. 1959년생 울산 출신으로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와 변호사 생활을 한 법조인 출신으로 2003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분할 신설된 울산 남구(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같은 지역구에서 18대와 19대, 21대 총선을 거치며 4선 의원을 역임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조정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당내 대표적 ‘정책통’으로 꼽힌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과 포용력, 행정 경험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에는 지방선거에 출마해 울산광역시장을 지냈고 2018년 재선에 도전했으나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 사건으로 패배했다. 당시 지방선거를 3개월 남긴 시점에 경찰은 같은 해 울산시청 공무원이 지역 건설 현장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황과 관련해 3월 울산시청 시장 부속실과 공사 관련 부서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김 대표의 친동생에겐 울산의 또 다른 아파트 건설 현장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재선에 실패했지만, 비서실장 등 측근들은 선거가 끝난 이듬해 3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당선하며 원내 복귀에 성공한 김 대표는 초선 및 중진의원들과 접점을 넓혀가며 21대 국회 2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이준석 전 대표 당선까지 공석이던 당대표직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엔 ‘울산 회동’ 등으로 경선 과정에서 갈등하던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사이를 효과적으로 중재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후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고, 그는 새 지도부의 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과 관저에서 독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찍이 ‘윤심(尹心)’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경선 초반 3%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그는 전당대회 직전 한 달 동안 꾸준히 40%대 중반을 넘어서며 1위를 굳혔다.
잡음 속 당선, ‘봉합’이 과제로
당권을 거머쥔 김기현 대표는 관리형 대표로 윤석열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의 초대 당 대표였던 황우여 전 의원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당시 관리형 당 대표로서 황 전 의원은 집권 초반 안정적인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성과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도 부여받았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룰 마련을 비롯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세부 전략 등을 마련하느냐 여부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한 평가와 내년 총선 승리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당내 봉합’이다. 대통령실의 지원 기조 속에 다른 경쟁자들과 잡음이 불가피했던 만큼 관련 갈등을 마무리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당심 살피기에도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갈등 봉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앞서 지역별 합동연설회에서 연대와 포용, 탕평으로 대통합 원팀으로 가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제가 마음을 비우고 하나의 팀이 되도록 더 찾아뵙고, 말씀을 여쭙겠다”고 말했다. 수락 연설에서도 그는 다른 후보들을 차례로 일컬으며 “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밝혔다.
그러나 봉합의 과정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들은 물론 지지 세력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만한 일들이 벌어져서다. 특히 ‘윤안 연대’ 언급 등으로 대통령실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안철수 후보 측과의 갈등이 깊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가 김 대표를 지지하도록 당원을 종용했다며 강승규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공개 비판했다. 선거 직전 이를 두고 “막장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한 김 대표지만, 결국 마무리에 나서야 하는 것 역시 김 대표의 몫이다. 또한 안 후보에 대한 공세만큼이나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과정에서도 거친 모습이 연출됐고, 이로 인해 당내 비판과 우려가 컸던 것 역시 김 대표가 지워내야 할 기억들이다.
지지율 급락에 민생행보로 돌파
문제는 취임 2주도 되지 않아 당 안팎의 악재로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정신 헌법 수록 불가 발언에 더해 주 69시간 근로 개편안과 대일 굴욕외교 논란도 지지율 발목을 잡았다. 김 대표는 3월 2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취임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당은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거고 청년층, 수도권 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 행보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체제 정비를 마친 김기현 대표는 본격적인 민생행보를 통해 지지율 반전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경제를 꼼꼼히 살필 특위를 발족하고 지방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며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민생희망특별위원회(가칭) 발족 소식을 전하며 “단순히 한두 번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민생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생특위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 문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 등 서민경제를 중심으로 다방면의 문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취약계층 자금난 해소를 위한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추진 현황 점검에도 나섰다. 무엇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저소득계층을 위한 희망 사다리가 끊기지 않도록 집권 여당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이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노동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근로 시간 주 69시간 개편안과 청년세대 일자리 문제 등 현안들을 폭넓게 챙기며 경제 정당의 인식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김기현 지도부는 정책 지원과는 별개로 국회 주도권을 찾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는 여소야대 구도에 묶일 수밖에 없기에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김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쟁점이 덜한 부분부터 빨리 법안을 처리했으면 한다”고 강조한 만큼 여야가 고금리 부담 완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서로 간 이견이 없는 법안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와 이 대표의 공통 관심사인 서민 금융 지원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념적으로 부딪히는 주요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해법 마련을 위한 김 대표의 중재력이 협치 국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