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농산부산물 ‘제로’를 달성해 에코사이클의 새로운 기준 만들다
-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 높여나갈 것
- ‘함께’의 진정한 의미 실현, 소비자와 기업, 농가 모두를 위한 가치 창출
농산부산물은 농업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농산부산물의 처리 방안과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어왔지만, 다양한 품종과 ‘폐기물관리법’과 같은 관련 법안, 인증 절차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을 보존함은 물론 농가에는 부수적인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많은 기업가는 농산부산물 재활용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딸기로부터 시작된 농산부산물의 해법
현재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국내 한 사립대에서 발표한 ‘농산부산물 부존량 조시 및 발전 가능량의 추정’이라는 논문에서는 청정 대체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며 바이오매스(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자원)의 다양한 활용을 요지로 언급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바이오매스의 다양한 활용법에 대한 연구 논문이나 기술 제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만큼 농산부산물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보이지만, 표면적으로 알려지거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두 명의 청년 창업가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딸기의 부산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해 독자적인 소재를 선보임은 물론 제품화를 통한 브랜드화를 진행하며 농산부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나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딸기의 농산부산물에 이어 토마토, 수박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기업, ㈜코코베리의 창업자인 나상훈 대표와 김훈수 이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반갑습니다. ㈜코코베리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상훈 대표) “안녕하세요. 딸기, 토마토, 수박 등에서 버려지는 농산 부산물 활용한 천연물 소재 연구와 적용 제품을 개발해 라인업을 다변화해나가고 있는 ㈜코코베리(이하 코코베리)의 대표 나상훈입니다. 현재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 하나인 ‘기는줄기’(일종의 번식기관으로서 땅 위를 기듯이 뻗어나가는 식물의 줄기)를 이용한 스킨, 크림, 보습크림, 모델링팩 등의 화장품과 대저토마토와 같은 지역 특산품종을 활용한 앰플 등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 ‘리원’(Re:ONE)을 크라우드펀딩에 론칭해 완판을 달성할 정도로 소비자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장해나가고 있어요”
스타트업이지만 직접 원료 수급부터 소재 개발까지 여러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훈수 이사) “그렇습니다. 코코베리는 농산부산물의 수거와 연구, 제품 개발, 소재 공급까지의 4가지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농산부산물의 경우 그 자체의 활용도가 높지 않아 대부분 방치 혹은 소각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파쇄기를 대여해 파쇄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농가에서 직접 처리를 해야 하기에 부담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코코베리는 농산부산물 수거 단계부터 직접 개입해 농가의 일손도 덜어드리고 곤란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나 대표) “그동안 농산부산물은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았던 분야입니다. 그만큼 블루오션으로서 시장의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이기도 하죠. 그래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저와 김 이사가 직접 연구해 원하는 소재를 개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산부산물은 일반적으로 비료나 사료 등으로의 재활용이 대다수였는데, 이를 화장품에 적용하는 사례는 전무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김 이사는 농산부산물을 화장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재를 직접 연구·개발해가고 있고, 이와 동시에 농산분산물을 소비자와 기업에 알려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개발한 소재는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B2B 영역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인 잇츠한불(대표 김양수)의 브랜드 ‘체이싱래빗’에 일부 품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창업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 이사) “충남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계신 부모님께서 딸기 줄기와 딸기 잎과 같은 부산물의 처리에 고민이 있으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부모님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전공을 살려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나상훈 대표와 함께 딸기 부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3년 동안은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지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ESG 경영과 친환경이 화두가 되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후 3년간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밝은 빛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처음 3년이 상당히 힘든 시기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나 대표) “사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은 부정적인 시선과 좋지 않은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농산부산물에 대한 색안경이 매우 짙었기 때문이었죠. 연속된 좌절감에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에 의심이 들기도 했고, 자신감도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초기 자금 확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격이었죠. 자취방을 빼고 사무실로 들어가 8개월 동안 숙식했습니다. 이 과정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저와 함께하고 있는 동료의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아이템에 대한 확신 덕분에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우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김 이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코코베리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20년이 되자 다양한 지원사업 선정과 계약, 제품 판매가 성사되었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코코베리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든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달라져 가는 사회의 인식 덕분에 조금씩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코코베리의 이러한 활동이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기를 바라시나요?
(나 대표) “코코베리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사용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이 농산부산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사회 저변에 농산부산물에 대한 긍정의 인식이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다면, 부산물의 폐기물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과 탄소 저감과 같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 “농가의 추가 소득 창출과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어 농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자원의 순환 및 소비에 대한 문제 해결에도 긍정의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곧 지속 가능한 화장품 시장을 열어가고자 하는 코코베리의 비전을 실현하는 방법이자 지속 가능한 농업, 나아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나 대표) “농가와 진정성 있는 협업 관계가 코코베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협업이 아닌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항상 귀를 열어놓고 있다는 부분은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관계를 유기적으로 형성해놓았기에 농산부산물을 직접 수거하고 연구·개발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농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가 기업 성장의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인재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인재관에 대한 견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이사) “코코베리의 기업명은 ‘함께’를 의미하는 접두사 ‘co’와 환경과 상태를 뜻하는 ‘eco’의 ‘co’ 그리고 코코베리의 시작인 딸기(strawberry) 농가를 넘어 농가를 의미하는 ‘berry’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코코베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함께’라는 가치입니다. 농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쉼 없이 정진해나감을 수용하고 성장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분들이 코코베리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코베리의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피력해 주십시오.
(나 대표) “앞으로 코코베리는 지역 특산물을 타깃팅해 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부산물에 집중할 것입니다. 현재 부산과 제주도를 눈여겨보고 있으며, 확장된 부산물 원재료를 통해 원료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농산부산물을 활용한 보다 다양한 화장품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김 이사) “현재 랩스케일에 머물러 있는 기업의 시설을 확충해나갈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해외에서도 농산부산물에 대한 문의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곧 코코베리의 글로벌 진출에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언제라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시설을 확충해 보다 내실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끝으로 못다 하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 대표) “함께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기업, 그리고 버려지는 농산부산물의 양을 ‘제로’로 만들어 에코사이클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글로벌 진출 역시 이미 인도 대사관과 한차례 미팅을 진행했고, 이달 중 두바이 전시회를 시작으로 일본과의 화상회의 진행을 앞두고 있는 등 해외 진출이라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기에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성장해나갈 코코베리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코코베리의 제품, 그리고 코코베리의 소재가 사용된 다른 제품들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