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부’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4.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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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부’

사회적 선입견이 불러온 또 다른 ‘역차별’

 

 


최근 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미혼부 책입법’을 법제화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미혼부에게 강제적으로 책임을 질 의무를 부여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홀로 아기를 키우는 미혼모의 경제적 부담만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시작되었지만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모든 미혼모가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대로 미혼모가 아기에 대한 책임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책임법은 적용 범위를 미혼부로만 한정 짓고, ‘미혼모 책임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실제 이러한 역차별로 인해 미혼부는 미혼모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아기를 양육하고 있다.

 

 

미혼모 보다 힘든 미혼부

2012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 2,630가구였던 미혼부가 2010년 1만 8,118가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최저생계비 130% 이하인 미혼부 가정은 636가구로 전체 미혼부 가구의 3.5%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미혼모 가구 중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미혼모 가구가 1.9%인 것에 비해 약 3배가량 높다. 즉, 미혼부들이 미혼모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준다. 최근 이혼·사별·혼외임신 등 여러 사유로 한부모가 늘어남에 따라 미혼부 역시 증가했는데,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이들의 수가 약 2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처럼 미혼부가 증가했음에도 이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이에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부모 가족 지원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한부모가족지원법이 전체 한부모 가구 중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하여 여전히 많은 한부모 가족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이 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미혼부에 대한 현행법의 변화

과거,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명시했다. 간혹, 산부인과 의사나 조산사 또는 친모와 함께 사는 친족 등 일부 제삼자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을 뿐 여기에 친부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혼외자녀와 친생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인지청구소송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재판을 거쳐야 했으며, 기간도 1년 이상이나 걸렸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 가면서까지 이들이 출생신고를 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이 그렇지 않으면 미혼부의 자녀들은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해 어린이집은 물론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몇몇 미혼부는 자녀를 보육원에 보낸 뒤 입양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언론을 통해 생모의 인적사항을 몰라 출생신고를 못 하는 ‘사랑이 아빠’ 사연이 소개되면서 지난해 말에 법률개정안이 이뤄졌다. 덕분에 미혼부는 유전자 검사서 등을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16년부터는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위한 법적 절차(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2항)를 진행할 때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법이 개정된 이후에 두 달간 미혼부들이 제출한 출생신고서는 100여 건이 넘었지만, 법원에서는 여러 이유로 기각하여 16건만 통과되었다. 이는 미혼부에 관한 정책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20대 초중반의 군 미필자인 미혼부는 출생신고에 대한 걱정조차 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군대라는 가장 큰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때문에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유기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미혼부가 증가하고 있다.


  한 미혼부는 “미혼부 역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유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 미혼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히, 군 복무 문제까지 겹치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욱 어려워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미혼부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모성애 못지않은 부성애, ‘아버지’

모성애도 부성애도 똑같은 부모애인데 왜 부성애는 모성애만 못 하다는 선입견이 생겨난 것일까? 이는 여성이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60~70년대에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가부장적인 이미지가 사회에 고착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면서 부성애가 ‘모성애보다 낮은 사랑’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전반에 확산됐다.


  과거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팀이 부성애도 모성애만큼 강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빠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부성애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아기를 양육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본 여성과 남성의 정서와 심리변화를 알아봤는데, 연구결과 아기 양육에 깊이 관여하는 남성일수록 모성애와 비슷한 정서와 심리작용을 보였다고 한다. 연구에 참여한 사리나 새턴 박사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육아에 대한 남성의 몰입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며 “아버지 역시 어머니처럼 아이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고, 어머니가 없을 때에는 이러한 능력이 더 강화된다”고 밝혔다.


  신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설계의 시작은 둘 중 한 명이 사라지더라도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를 대신할수록 한 ‘신의 한 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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