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반복되는 교차상영 논쟁
끊임없이 반복되는 교차상영 논쟁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4.04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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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끊임없이 반복되는 교차상영 논쟁


모두를 위한 최선책은 무엇인가?

 
 

최근 개봉했던 영화 ‘검사외전’이 전국 극장 스크린의 95%를 차지하여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이에 영화관계자들과 일부 대중들은 대형극장·제작사의 횡포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대형극장은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검사외전에 대적할 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같이 언급된 것이 바로 스크린쿼터와 교차상영이다. 대형극장의 입맛에 따라 이전부터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교차상영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알아봤다.

 
 


나쁘기만 한 교차상영? 

주마다 생산되는 중소영화만 하더라도 약 200편 가량. 하지만 현재 영업 중인 428개 극장 대부분이 흥행이 될 만한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영화는 설 자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시작된 상영방식이 바로 ‘교차상영’이다. ‘교차상영’ 혹은 ‘퐁당퐁당’으로 잘 알려진 이 상영방식은 하루에 하나의 상영관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번갈아가며 상영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중소영화가 교차상영으로 대중에게 노출된다. 지정상영관에서 하루 종일 상영되는 대형영화를 생각한다면 중소영화가 교차상영 되는 것이 부당한 대우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교차상영으로 개봉해 점차 상영관 수를 늘려 나중에는 지정상영이 되는 영화들이 여러 있었기 때문에 교차상영을 나쁘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2009년에 개봉했던 ‘워낭소리’를 살펴보면 개봉 당시에 고작 두 상영관에서만 하루 8번 상영했다. 하지만 10일 만에 22개 상영관으로 11배 증가했는데, 이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워낭소리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은 총 관람객 약 3백만 명이라는 쾌거를 낳았다. 이 밖에도 앤 헤서웨이 주연의 ‘인턴’이나 J. K. 시몬스가 출연했던 ‘위플래쉬’ 등이 교차상영으로 개봉의 기회를 얻어 후에 지정상영된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이에 대해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교차상영이 무조건 극장·배급사의 횡포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전형적이고 관념적인 비판이다”라며 “교차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소영화들이 0.5라는 공간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콘텐츠’ or ‘이윤’, 선택의 기로에 선 극장

교차상영이 일부 영화에 개봉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극장에서는 흥행 성적이 저조한 영화를 첫 영화 회차나 마지막 영화 회차에 배정할 확률이 높은데, 이로 인해 해당 영화를 찾는 관객 수가 더 줄어들어 악순환이 반복된다. 극장이 교차상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교차상영이 중소영화에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자본의 논리로부터 국내영화산업을 보호하고, 대중에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공하기 위해 스크린쿼터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제도도 극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검사외전’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대형극장은 애초에 이들이 추구했던 멀티플렉스(Multiplex)와 달리 싱글플렉스(Singleplex)화 되어간다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왜 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것일까. 자본시장의 논리로 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극장이 문화콘텐츠를 선도하는 장(場)임과 동시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사업수단인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장이 벌어들인 수입만 생각할 뿐 극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극장 역시 비수기와 성수기로 나뉘는데, 그 격차가 매우 심하므로 자본논리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영화개봉 이후 그 영화평이 어떠냐에 따라 극장이 해당 영화의 상영 회차나 상영관 수를 늘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해 2월에 개봉한 ‘귀향’이다. 국민모금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4년간의 제작 기간 동안에 여러 번 영화가 무산될 뻔 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개봉날짜가 확정됐지만, 개봉 직전 전국 21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영관 늘리기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개봉 당일 513개 스크린 상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강경호 CGV 프로그램 팀장은 “현재 영화 시장은 스크린의 숫자로 관객이 움직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다. 콘텐츠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작은 영화라고 해서 편성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다”며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

극장의 교차상영이 중소영화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본논리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도, 예상외의 흥행을 거둘 수도 있다. 이에 중소영화들은 영화개봉과 동시에 ‘공동체 상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공동체 상영은 해당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이 직접 영화를 임대하여 자발적으로 상영하는 방법이다. 제작자에게 소정의 금액으로 판권만 구매하면 스크린이 있는 곳 어디서든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공동체 상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영화가 김명준 감독의 작품인 ‘우리 학교’다. 영화 내용과 관련이 깊은 전국의 교육·통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체 상영이 진행됐는데, 김 감독은 공동체 상영 매출이 일반 영화관 상영관 매출과 비슷한 규모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교차상영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체 상영이나 자동차 극장, 독립영화관 등 다양한 상영방법이나 영화관이 이야기 되었다. 하지만 이는 교차상영을 일부 보완해줄 뿐 최선책이 되기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입소문을 생산하는 대중들이 다양한 영화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교차상영의 부정적인 요소는 제2의 검사외전 사태를 생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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