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한국 진출 본격화 선언한 크라우드펀딩계의 공룡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한국 진출 본격화 선언한 크라우드펀딩계의 공룡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3.1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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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이끄는 이스라엘 기업가
한국 시장 진출 언급에 들썩이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국 진출 본격화 선언한 크라우드펀딩계의 공룡

 

전 세계 창업 생태계의 성장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은행이나 VC, 대형 금융회사에서 투자받은 뒤 궤도에 오르면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십시일반 소규모의 자금을 모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금 상황이 어려운 기업가들의 머릿속에 머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개인 투자자와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것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기에 창업 생태계 조성의 주역은 주식시장에서 크라우펀딩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조나단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 flickr.com
조나단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 flickr.com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국제 컨벤션 센터(ICC)에서 열린 중동 최대 벤처 투자자 행사 ‘아워크라우드 글로벌 인베스터 서밋 2023’이 개최됐다. 이스라엘의 크라우드 펀딩 VC(벤처캐피털)인 아워크라우드(Ourcrowd)가 2년 만에 주최한 이 행사에는 미국·UAE·일본 등 전 세계 81개국에서 몰려든 투자자 9,000여 명이 참여했고, 역대 최대 규모와 성과를 거두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자리에서 아워크라우드의 창업자인 조나단 메드베드 CEO는 조선일보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을 너무 몰랐다. 앞으로는 쿠팡보다 더 크게 성장할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했고, 이로 인해 세계 스타트업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경제 시장에서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기업인 아워크라우드는 어떠한 기업이기에, 이 기업의 CEO가 한국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이러한 예상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조나단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 flickr.com
조나단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 flickr.com

 

독특한 조직 운영 방식과 우수한 수익률이 성장의 동력

아워크라우드는 세계 최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자리 잡고 있다. 2013년부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개인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이른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이들이 직접 심사한 펀딩 프로젝트를 공고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1인당 최소 1만 달러부터 투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비즈니스를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아워크라우드에 등록한 투자자는 약 22만 명이고, 활성 투자자는 5,000여 명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관·VC 등과 함께 출자해 42개의 투자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창업 후 10년 동안 누적 20억 달러(약 2조6,090억 원)를 380여 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아워크라우드의 심사를 받은 스타트업은 1만 7,770개로 공개되어 약 2%의 심사 통과 비율을 보인다. 대단히 깐깐하게 심사를 하고 있기에 비욘드미트, 레모네이드 등과 같은 나스닥 상장사를 비롯한 61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이처럼 아워크라우드가 창업 10년 만에 세계 크라우드펀딩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메드베드 CEO의 독특한 조직 운영 방식과 아워크라우드만이 구현해내는 우수한 수익률이 주요하다. 먼저 아워크라우드는 GP라 불리는 글로벌 파트너들이 각 파트너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각종 거버넌스 제시 및 운영 관리를 총괄한다. 그 아래 OCV(OurCrowd Investment vehicle)와 파트너사인 OCC(OurCrowd management Company)가 자금 유치 및 투자를 돕는 구조다. 각 파트너사들은 개별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종 펀딩은 특수목적의 SPV(Special Purpose Vehicle) 설립을 통해 공인된 투자자들이 SPV 펀딩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후 SPV 청산 시 IPO나 M&A가 이뤄지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제하고 참여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한다. IPO나 M&A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주식으로의 교환은 불가하다.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투자자도 심사를 하는데, 소득과 배경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투자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촘촘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확립해놓았기에 아워크라우드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고, 기존 엔젤투자나 벤처투자, 사모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은 물론 짧은 투자회수 기간과 회수율을 기록하며 매년 배수 이상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워크라우드는 지난 2월 2년 만에 ‘아워크라우드 글로벌 인베스터 서밋 2023’을 개최했고, 역대 최대 규모와 성과를 거두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flickr.com
아워크라우드는 지난 2월 2년 만에 ‘아워크라우드 글로벌 인베스터 서밋 2023’을 개최했고, 역대 최대 규모와 성과를 거두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flickr.com

 

혼합형 투자방식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메드베드 CEO는 아워크라우드의 공동창업자로서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 자본가, 엔젤투자자로 약 40년 간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 분야에서 활동해 온 투자 전문가다. 그는 1995년 차고에서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200만 달러의 자금으로 ‘Israel Seed Partners’라는 투자 회사의 설립을 시작으로 Vringo를 설립해 공동창업자이자 CEO로서 2010년 6월에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Jerusalem Post) 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인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고, 뉴욕 타임스부터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의 아워크라우드는 2013년에 설립해 ‘크라우드펀딩계의 모건스탠리’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며 영향력을 전 세계로 행사하고 있다. 총괄 운영관리 조직인 아워크라우드 인터내셔널(GP)을 중심으로 투자자금 모집 및 지원을 돕는 글로벌 파트너(GP)를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에 두고 있으며, 캐나다, 미국, 영국, 스페인 등에는 지사를 두고 있을 정도다.

 

과거 메드베드 CEO는 한 인터뷰에서 아워크라우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벤처투자와 엔젤투자의 장점을 모은 혼합형 투자방식’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표준화된 벤처캐피탈 모델로 수수료, 성과보수 등은 국가별 벤처캐피탈 규제를 따르고 있으며, 국가별로 개별 규정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투자 자금 유치와 스타트업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조나단 메드베드 CEO는 아워크라우드의 공동창업자로서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 자본가, 엔젤투자자로 약 40년간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 분야에서 활동해왔고, 자신들을 ‘크라우드펀딩계의 모건스탠리’라고 지칭하며 영향력을 전 세계로 행사하고 있다. ⓒ flickr.com
조나단 메드베드 CEO는 아워크라우드의 공동창업자로서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 자본가, 엔젤투자자로 약 40년간 벤처캐피탈과 사모투자 분야에서 활동해왔고, 자신들을 ‘크라우드펀딩계의 모건스탠리’라고 지칭하며 영향력을 전 세계로 행사하고 있다. ⓒ flickr.com

 

처음 아닌 한국 시장 진출의 다짐

한편, 아워크라우드의 한국 진출은 이전부터 논의는 되고 있었다. 지난 2019년 국제회의 전문기업인 국내 기업 에이커스와 아워크라우드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경험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었다. 당시 메드베드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한국의 첨단기술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라 밝혔고, “한국의 첨단 스타트업이 아워크라우드 투자 플랫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함은 물론 글로벌 투자 매력도를 올리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전했었다. 당시의 한국이 미국과 캐나다 등 스타트업 선진국과 비교해 VC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았던 만큼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기를 기대했지만, 이 파트너십이 성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고, 아워크라우드의 한국 진출 역시 파트너십 체결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아워크라우드는 신중한 기업 선택과 차별화된 모델로 파트너와 투자자 간의 신뢰도를 높이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 flickr.com
아워크라우드는 신중한 기업 선택과 차별화된 모델로 파트너와 투자자 간의 신뢰도를 높이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 flickr.com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독보적인 영향력

아워크라우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자, 그들과 비슷한 형태의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드베드 CEO의 오랜 경험과 자신들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던 아워크라우드였기에 그들의 견제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점유율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신중한 기업 선택과 차별화된 모델로 파트너와 투자자 간의 신뢰도를 높이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나간 아워크라우드의 저력이 빛을 발하는 시기였다.

 

한편 메드베드 CEO는 과거 자신들의 지분참여형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쉬운 현상에 대해 토로했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증가와 함께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스타트업 역시 자본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마련하게 되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자본 마련의 기회로만 삼아 무분별하게 사이트에 등록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며 스타트업의 평균 수준이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은 바로 지분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주장했고, 이 시스템을 아워크라우드의 시스템에 녹여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의 평균 퀄리티를 높였다고 전했다. 결국 아워크라우드의 크라우드펀딩은 VC와 엔젤투자자들이 아워크라우드 시스템 내에서 스타트업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공인된 투자자들의 공동 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먹튀 논란, 불량중개 논란 등 얼룩진 인식은 넘어야 할 과제

이처럼 단기간에 상상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아워크라우드기에,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메드베드 CEO가 한국 시장을 주목한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과거에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거나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말해왔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립서비스 수준에서 끝나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쿠팡’을 예로 들며 쿠팡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이 그동안 자신이 해온 투자 판단 중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라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고, 한국에 지사를 세워 이스라엘에서 발굴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의사를 내비쳤기에 기존과는 분명 다른 시각으로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식이 먹튀 논란, 불량중개 논란 등으로 인해 기존보다 많이 낮아진 상태다. 물론 문제가 됐던 이들은 아워크라우드와 같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아니기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내 시장으로 진출 시 이 같은 여론의 인식을 반드시 감안해야 할 것이다. 크라우드의 의미는 곧 대중이고, 대중은 곧 기업이기에 이 같은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올바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 형성에 도움을 주고,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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