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지구촌 환경위기의 구세주 될까?
[이슈메이커] 지구촌 환경위기의 구세주 될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3.0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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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50 넷 제로’ 동참 속 기후테크 주목
투자 한파 속에서도 뭉칫돈 몰려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지구촌 환경위기의 구세주 될까?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201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2050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오는 2030년까지 국가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제시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기후테크(climate tech)’다. 폐기물 재활용부터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다양한 기후 기술이 연구·개발되며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2020년 226억 달러에서 지난해 701억 달러로 증가하며 투자 한파 속에서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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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1억 달러 상금 내건 기술, ‘CCUS’

현재 기후테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거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땅에 묻거나 원료로 재활용하는 ‘CCUS’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CCUS 기술이 가진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평가할 정도다. 단일 기술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역시 CCUS에 대해 “세상을 뒤흔들 혁신 기술”이라고 극찬하며 관련 기업에 투자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고의 탄소 포집 기술’에 상금 1억 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탄소를 땅에 저장하는 기술(CCS)은 1970년대부터 이미 석유 업계에서 폭넓게 활용되었다. 정유사들은 발전소나 산업 시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원유 회수 증진(EOR)’이라는 공정에 사용한다. 이때 땅속에 있는 원유를 끌어 올릴수록 압력이 낮아져 채굴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주입해 압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EOR은 원유 회수율을 최대 60%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고, 이 과정에서 쓰인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지하에 매장된다. 이로 인해 CCS는 탄소를 줄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상업 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26개로 연간 총 이산화탄소 처리 용량만 4,000만 톤에 이른다. 최근에는 산업 시설이 아닌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전문 기업들도 등장하는 중이다.

 

물론 CCS도 단점은 존재한다. 탄소 포집에 에너지가 많이 들고 가격이 비싸며,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석유 및 가스전이 충분치 않다. 또한 CCS 저장소를 지으려면 막대한 면적도 필요하다. 그래서 포집한 탄소를 땅에 묻는 대신 재활용하는 기술(CCU)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미 건설 소재나 고분자 화학제품 생산 등의 일부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식음료나 패션 분야 등에서도 다양한 탄소 활용법이 개발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201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2050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UNclimatechange/Flickr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2019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2050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UNclimatechange/Flickr

 

다양한 기술로 주목받는 기후테크 기업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환경오염을 줄이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 ‘그린라이언’은 다 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2차 전지의 ‘양극활물질’로 바로 재사용 가능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의 95%가 폐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활용도를 높여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서크’는 섬유 폐기물을 새로운 섬유로 재생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폴리에스테르·면 혼방 섬유를 온전한 원료로 분리할 수 있다.

 

아마존이 지난 2020년 20억 달러를 투입해 조성한 ‘기후 서약 펀드’에서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차세대 기후테크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턴타이드 테크놀로지스’의 경우 환경 파괴가 심각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전기 모터를 만드는 회사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전기 모터를 모두 턴타이드 제품으로 교체할 시 아마존 열대림 7곳이 새로 생기는 환경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여러 배터리 공장에서 리튬·코발트·구리·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재활용하고 있고, 콘크리트 제조사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제조 시 액상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공법을 쓴다.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등을 제로 탄소 연료로 변환하는 전기 연료 솔루션 업체 ‘인피니엄’과 수소 전기 항공 설루션 개발 회사 ‘제로에비아’,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보유한 인도의 ‘이온에너지’ 등도 주목받는 기후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기후테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거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땅에 묻거나 원료로 재활용하는 ‘CCUS’다. ⓒPixabay
현재 기후테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거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땅에 묻거나 원료로 재활용하는 ‘CCUS’다. ⓒPixabay

 

태양 지구공학에 커지는 관심

여기에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일부 반사해 지구를 덜 뜨겁게 만드는 ‘태양 지구공학’ 기술도 논의되고 있다. 아직은 이론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현된다면 기후 위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기술은 대기 성층권에 탄산칼슘 같은 에어로졸을 분사해 태양 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SAI)이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 박사는 2006년 “성층권에 황화수소·아황산가스 형태의 미세 입자를 150만t가량 살포하면 산업혁명 이후 온난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SAI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에어로졸 분사 지점으로 성층권이 거론되는 이유는 물질의 대류 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어서 상태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에어로졸을 뿌리면 대기가 극지방으로 순환하며 전 지구에 적당한 양이 분포된다. 성층권에 뿌려진 에어로졸은 2년 정도만 잔류하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거나 통제하기도 좋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스코펙스(SCoPEx)’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는 이곳에 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스코펙스는 분필 가루의 주성분으로 빛을 잘 반사하는 특성이 있는 탄산칼슘 가루가 담긴 초대형 풍선을 성층권까지 띄워 스프레이를 분사하듯이 공중에 뿌리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이러한 SAI는 강력한 기후테크로 꼽히지만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지구공학자들은 지구와 일치하는 환경 조건의 기후 모델을 만들어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기에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학계와 환경 단체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생태계 전반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포이베 자네츠케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SAI로 지구의 습도와 강우, 폭풍 양상과 공기의 질, 오존 수치, 직사광 대비 산란광 비율 등 다양한 환경 요소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지구화학적 과정과 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태양 지구공학’ 기술은 아직은 이론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현된다면 기후 위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Pixabay
‘태양 지구공학’ 기술은 아직은 이론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현된다면 기후 위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Pixabay

 

국내 생태계도 ‘기지개’

한편 기후테크 열풍은 국내에서도 점차 번져 투자 혹한기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환 솔루션 스타트업 에이치투는 최근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2차 전지 벤처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누적 투자금 560억 원을 돌파했다. 에이치투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흐름 전지를 개발하는 곳인데, 화재 위험성이 없고 대용량화에 이점이 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VRFB)를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폐기물 수집 운반 서비스인 ‘업박스’의 운영사 리코도 15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마무리했다. 업박스는 기업형 프리미엄 잔반 수거 서비스로 사업장별 폐기물 컨설팅 서비스 및 자원 회수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 신규 투자금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 및 폐기물 관리 소프트웨어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투자 유치에 앞서 차량공유 기업 ‘쏘카’와 체결한 폐기물 수거 운반 차량 관제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ESG 건축 플랫폼 에너지엑스가 200억 원의 시리즈B,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플러그링크가 13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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