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며”
“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며”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2.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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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며”

조남기 전남대 약학대학 교수 / 생약학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조남기 전남대 약학대학 교수 / 생약학연구실 (사진=임성희 기자)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천연물 신약 개발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국내 자생 식물, 해외 허브 시장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 충분

(자료출처=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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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버섯이 암에 좋다더라, 어떤 과일이 노화에 좋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뜨면, 금세 그 버섯이나 과일을 찾는 수요가 는다. ‘카더라 통신’은 ‘내가 해봤더니 좋더라’라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오랜 구전을 통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카더라’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내는 학문이 바로 ‘생약학’이다. 식물, 동물, 광물 따위 천연물의 일부분을 원형 그대로 건조하거나 간단히 가공하여 약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으로 천연물 유래 신약개발의 바탕을 이룬다. 우리나라도 많은 우수한 연구자들이 생약학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그중 눈에 띄는 신진연구자인 전남대 조남기 교수를 만나 그의 생약학 연구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자료출처=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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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품고 있는 경이로운 화합물
생약학으로 인체 친화적인 약물 개발

미국 Virginia Tech 천연물 연구소에서 항암 및 항바이러스 천연물 후보물질 개발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좋은 기회로 전남대 약학대학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다는 조남기 교수는 “전남지역의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학교에 임용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 전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 약물 개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내면서 항암 치료 약물 개발에 몸담기도 했다. 충남대 약학대학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약학대학에 가면 약사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 때 공부를 하다 보니 식물이나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대사산물이 인체 친화적인 효소를 사용해 만들어 낸 것이라 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천연물 유래 약물 개발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식물은 한 땅에 뿌리를 내리면 죽을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한다.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물질들을 뿜어내는데, 그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화합물 중에 인간에 이로운 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식물을 주제로 한 생약학의 연구 내용이다. 조남기 교수는 특히 한반도 자생 식물에 관심을 두고, 동의보감 등을 참고해, 문헌에는 나와 있지만, 아직 현대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식물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연은 값없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범주 안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의 소재를 자연으로부터 얻으려는 노력은 항상 진화하고 진보되어야 합니다”라며 최근 첨단기법을 접목한 천연물 연구 분야에 진출한 계기를 소개했다. 진화가 진보를 담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조 교수는 진보를 담보하기 위해서 네트워크 약리학 기법을 응용했다. 

(자료출처=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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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육상식물에서 항암작용 신규화합물 발굴
조남기 교수는 ‘국내 육상식물로부터 network pharmacology 기반 유방암 표적 저해제 발굴’과제를 수주해 천연물 신약 개발 과정을 네트워크 약리학 기법으로 시스템화하고 분자 도킹 in silico 방법을 접목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제가 미국 NCI 천연물신약개발 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 체계적인 천연물 스크리닝 기법 및 막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빠르고 정확한 항암제 개발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적용해 이미 주어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한 방법으로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본 연구그룹에 구축하고자 과제를 기획했습니다. 이러한 약물 스크리닝 기법에 한반도의 지리적, 기후적 특성에 특화된 육상식물의 대사산물들을 소재로 적용하여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본 과제의 최종 목표입니다” 관련해서 조남기 교수는 싸리나무에 주목했다. 싸리나무 주요성분에서 혈액암의 증식을 저해할 수 있는 신규화합물을 발견해 2개의 특허를 등록했고, 연구성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atural Product(2019, 11월호)에 게재했으며, 제품개발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싸리비 만드는 그 싸리나무인가요?”라고 물으니, 조 교수가 맞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이 빗자루로 만들어 쓸 만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에서 항암 성분을 발견해냈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그는 그렇게 우리 주변의 친숙한 식물에서 인간에게 이로운 신규화합물을 발굴해내는 것을 연구그룹 테마로 잡고 있다. “싸리나무 차는 이미 일반에서 암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과학적으로 연구가 안 된 식물이라 더 흥미를 끌었습니다. 이소플라보노이드(isoflavonoid)의 일종인 신규화합물 레비 쿠메스탄을 싸리나무에서 발굴했고, 이는 백혈병 치료제 개발에 있어 유망한 잠재적 약물 표적인 MALT1 활성을 억제하여 MALT1을 통하여 매개되는 혈액암을 예방하거나 개선 및 치료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백양꽃(Lycoris sanguinea) 알뿌리에서 추출한 나르시클라신이 인간 식도암세포인 Eca-109와 KYSE-150세포에서 뛰어난 세포독성과 증식 및 전이 억제를 보이는 효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저희 연구그룹은 이러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과기부 우수신진연구, 해양수산부산물 바이오 소재 개발, 환경부 기능성 소재 개발, 한국식품연구원 식품 소재 개발 등의 여러 국가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남기 교수가 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는 만큼, 그의 연구실은 다국적의 연구원들로 이뤄져 다양한 연구네트워크를 생성함은 물론, 질높은 연구데이터를 축적해 신약개발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사진=임성희 기자)
조남기 교수가 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는 만큼, 그의 연구실은 다국적의 연구원들로 이뤄져 다양한 연구네트워크를 생성함은 물론, 질높은 연구데이터를 축적해 신약개발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사진=임성희 기자)

치료약물, 기능성 식품 등 제품개발로 연구꽃 피우기 위해 노력
미국과 유럽의 허브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며, 조 교수는 특히 치매, 당뇨, 퇴행성 관절염 등의 노인성 질환의 예방치료를 위한 천연 건강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반도 국가로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 특성이 있어 국내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미생물 소재가 풍부합니다. 저희는 해외 시장에 국내 천연물 소재의 연구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을 진출시키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기자는 그의 말에서 국내 자생 식물이 지닌 특성과 장점을 살린 천연물 유래 기능성 식품으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조 교수의 계획이 성공하면 요즘 말로 K-생약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조 교수는 2018년 부임 이후 연구그룹의 뿌리를 성공적으로 내리고 현재는 줄기와 가지에 해당하는 다양한 연구 카테고리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생약학 연구의 지향점은 바로 제품개발이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은 물론, 암 치료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 개발까지 꿈꾸며 연구꽃을 피우기 위한 동력으로 삼고 있다.
  국산 생약의 세계화를 꿈꾸는 만큼 그의 연구실은 다국적의 연구원들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우리 연구그룹에서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독립연구 능력을 키워 귀국하면 그곳에서 친한파 연구자가 되어 또 다른 연구 네트워크가 형성됩니다. 같은 작물이라도 어떤 지역과 기후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대사산물이 다릅니다. 우리 분야는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물정보를 공유하며 연구데이터를 쌓고, 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천연물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덧붙여 그는 “천연물에서 화합물을 분리해내는 과정은 상당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연구 과정도 험난하다 보니, 학생들이 불안함을 많이 느끼지만, 모든 순간이 기회이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따라와 주는 우리 학생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와 인생의 여정에 우리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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