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표적신약 시대를 이끌 새로운 단백질분해 기술
혁신 표적신약 시대를 이끌 새로운 단백질분해 기술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2.2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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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표적신약 시대를 이끌 새로운 단백질분해 기술 

이병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 단백질 항상성 및 신약개발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이병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 단백질 항상성 및 신약개발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단백질분해가 신약개발의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그룹은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바이오기술로 각광받는 ‘표적단백질분해 기법’
기초 기전연구에서 신약개발까지
 
2003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약 2만개 이상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 생명의 신비가 모두 밝혀지고, 질병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약 2만여 개의 유전자 정보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70조 개의 세포 정보를 파악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유전체학(지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나며, 사람들은 유전체 산물인 세포 내 단백질에 집중했고,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문인 단백질학 및 프로테오믹스(단백체학)가 차세대 바이오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 중 ‘표적단백질분해 기법’을 통해 단백질학과 융합하는 신약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자 노력하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병훈 교수를 만나봤다. 

(자료출처=프리픽)
(자료출처=프리픽)

 

‘단백질’은 나의 운명
단백질분해를 중심으로 바라본 단백질 항상성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의 저명한 바이오 분야 연구자들이 국내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이병훈 교수도 그중 하나다. 그는 세포와 미생물을 연구하며 그들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근간인 단백질에 관심이 갔나 보다. 그렇게 그는 단백질 연구에 빠져들었다. 1999년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간 후 2016년 귀국하기까지 약 17년을 미국에서 단백질을 연구하며 전문성을 심화시켰다. “처음에는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여 세포신호전달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이나제(kinase, 인산화 효소)를 연구했습니다. 2007년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면서 단백질분해 현상에 큰 흥미를 느껴 현재까지 단백질분해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표적단백질분해 연구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걸 보면, 그의 단백질 연구는 하나의 선견지명이었다. 이 교수는 단백질 항상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 몸의 70조 개의 세포들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활동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이고, 비정상적인 단백질들을 제거하기 위해 단백질이 끊임없이 합성하고 분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 항상성이다. 단백질 항상성 과정 중, 이 교수는 단백질분해에 집중하며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단백질분해 과정을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질병도 우리가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단백질분해를 핵심 주제로 잡고 접근하고 있으며 신약개발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탈유비퀴틴화 효소 기전 밝히며, 신약후보물질 개발 기대감 상승
“우리 연구그룹의 컨셉은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아우르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어떤 단백질분해 효소를 타겟팅해서 어떤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질병에 응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기초 신약개발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이후에는 신약 스크리닝을 통해 응용연구까지 이어가 보고자 합니다” 최근 이병훈 교수는 단백질분해 효소 중 탈유비퀴틴화 작용을 조절하는 효소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비퀴틴은 비정상인 단백질에 붙는 일종의 표식이다. 유비퀴틴이 붙어야 비정상 단백질임을 인식해 세포 내 쓰레기 처리 장치인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된다. 이러한 유비퀴틴-프로테아좀 경로는 프로탁(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기술로 대표되는 새로운 표적단백질분해 기법의 탄생 배경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내성과 부작용이 적어 현재 매우 주목받고 있는 신약개발 기술이다. 이병훈 교수는 이 프로탁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제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탈유비퀴틴화를 조절하는 효소를 찾아 인위적으로 탈유비퀴틴을 억제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탈유비퀴틴화 작용 조절을 통한 프로탁 기반 단백질분해유도 증진기법 개발’ 과제에 선정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저는 탈유비퀴틴화를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을 찾는다면, 프로탁과 탈유비퀴틴화 억제 기술까지 더해져 질병 관련 단백질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걸 증명하고자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또한, 최근 하버드의대, 막스플랑크 연구소, 보훔 루르 대학과의 해외 협력 연구를 통해 단백질분해 과정을 조절하는 새로운 탈유비퀴틴화 효소의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성과를 2022년 3월 발표하기도 했다. “탈유비퀴틴화 효소가 단백질분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떠한 분자적인 작용 원리에 의해 단백질분해가 조절되는지는 수수께끼였습니다. 저희는 프로테아좀 상에 존재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가 일종의 ‘알로스테릭 스위치(allosteric switch)’로 작용하여 단백질 기질 분해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하며 주목받았습니다”라며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재 가장 주목받는 표적단백질분해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프로테아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를 능동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질병 단백질의 효과적인 분해를 유도하는 유망한 신약후보물질 개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밝혔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 위해선, 관리가 아닌 지원하는 행정시스템으로 바뀌어야”
미국에서의 공부와 연구 기간이 17년. 이병훈 교수는 연구가 길어지고 전문성을 더할수록 미래가 더 불확실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그때의 마음고생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겠지만, 그의 단백질 연구에 뚝심과 의지는 그에게 교수라는 제2의 인생을 선물해줬다. 고진감래로 그의 연구 인생을 수식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에서의 연구시스템을 오랫동안 경험한 그는 한국의 연구자 지원 시스템에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려면 국가 정책이나 행정이 관리나 통제가 아니라 지원해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연구개발 예산은 늘었지만, 행정적으로 경직돼 있다 보니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발전을 위해서 꼭 제안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오랜 연구원 생활을 경험하며, 학생들의 고충을 많이 이해한다는 이병훈 교수는 “생물학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험난하고 실패율도 높습니다. 10번 하면 한 번 정도 좋은 결과가 나올까 말까인데, 정말 좋은 성과를 내고 싶으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분야는 천재보다는 노력과 투지가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면 지름길입니다. 간절함이 있다면, 미개척분야가 많은 생물학에서 본인만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병훈 교수는 단백질조절 분야 leading group 그룹이 되고 싶다며 기초연구를 잘 다져, 응용연구까지 이어가는 대학교 연구그룹의 새틀을 짜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이병훈 교수는 단백질조절 분야 leading group 그룹이 되고 싶다며 기초연구를 잘 다져, 응용연구까지 이어가는 대학교 연구그룹의 새틀을 짜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아카데미 랩에서 신약개발 성공신화 이룰 것”
이병훈 교수의 연구비전은 뚜렷했다. 바로 ‘신약개발’이다. 관련 분야 연구자 모두의 꿈이겠지만, 그는 연구그룹 자체적으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라는 두 가지 컨셉을 모두 성공시켜 아카데미 랩에서 신약개발 성공신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내세울 수 있는 신약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기초연구자이지만, 도전정신을 발휘해 신약후보물질까지 개발해내는 단백질조절 분야 leading group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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