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챗GPT가 만들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챗GPT가 만들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2.0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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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챗GPT’, ‘판도라의 상자’ 열다
일상 대화 넘어 창작까지 놀라운 능력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챗GPT가 만들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지난해 말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 기업 ‘오픈AI’가 내놓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의 등장에 세계가 들썩였다. 머신러닝을 이용해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습득하고, 이용자는 무엇이든 질문하면 챗GPT가 완성된 답을 문서 형태로 내놓는다. 단순한 일상 대화를 넘어 그간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진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까지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가장 대화할 만한 AI 챗봇’이라는 평을 받는다. 성큼 다가서고 있는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TechCrunch/Flickr
ⓒTechCrunch/Flickr

 

‘가장 대화할 만한 AI 챗봇’ 평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세계 최대의 AI 연구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로 Y콤비네이터의 대표를 지낸 샘 알트먼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리더들이 투자해 2015년 설립했다. 처음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해 연구성과를 외부에 무료 및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이후 부분적으로 영리 법인화했다. 2017년에는 이들이 개발한 AI가 ‘도타2(Dota2)’ 게임에 적용돼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놀라움을 산 적이 있고, 2021년에는 그림을 창작할 수 있는 그림 AI ‘달리(DALL·E)’를 내놓으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언어생성 AI인 ‘챗GPT(ChatGPT)’를 공개했다. 2018년 GPT-1을 처음 공개한 뒤 2020년 GPT-3까지 발전시켰고, 이번에는 GPT-3.5 모델이 적용됐다. AI 모델의 크기와 성능은 ‘매개 변수(파라미터)’ 활용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인공신경망의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 간 정보전달 통로인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고, 뉴런을 연결하는 접합부인 시냅스는 100조 개에 달한다. 현재 GPT-3는 1,750억 개 수준으로 GPT-1의 1억 1,700만 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조만간 공개 예정인 GPT-4에는 매개 변수 1조 개 이상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챗GTP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전혀 몰라도 사이트에 접속해 채팅창에 질문만 하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긴 글을 짧은 글로 요약할 때나 외국어 번역이 필요할 시 이용할 수 있고 심지어 새로운 글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처럼 그동안 대화형 AI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챗GPT는 기존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인간과 거의 흡사한 대화’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인터넷에 흩어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답변에 일종의 제약이 걸려 있어서다. 챗GPT에게 주관적 의견이나 기분을 물으면 정중하게 답변을 거부한다. 또 윤리적·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 역시 답을 피하도록 설계돼 있다.

 

 

‘오픈AI’가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는 공개한 지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전례 없는 관심을 얻고 있다. ⓒOpenAI
‘오픈AI’가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는 공개한 지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전례 없는 관심을 얻고 있다. ⓒOpenAI

 

“구글은 끝났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공개한 지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AI 서비스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확보한 것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페이스북이 10개월, 넷플릭스가 3년 6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는 도발적인 전망까지 했다. 실제 구글은 비상이 걸렸다. 챗GPT가 기존 구글 검색 서비스의 최대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도 ‘람다(LaMDA)’라는 이름의 챗봇을 개발 중이지만 그 성능에 대해서는 비공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은 트위터에 “인공지능(AI)은 개개인에게 가장 많은 경제적 자율권을 제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 준다”고 글을 올렸다. 이는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조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이미 향후 AI의 활용 방안을 두고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챗GPT의 비즈니스 활용 방안’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챗GPT는 제품의 마케팅과 판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운영, IT 그리고 기업의 리스트 관리와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에서까지 활용도가 매우 높다. 더욱이 ‘콘텐츠 생산 능력’이 있다 보니 AI가 인간의 ‘지적인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일선 학교에서는 챗GPT로 학생들이 작문 과제를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의 도움을 받아 조금만 고치면 글을 쉽게 완성할 수 있어 글쓰기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 챗GPT가 AI가 쓴 작문을 감지하는 표절 소프트웨어까지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이 하거나 사람을 훈련시켜야 하는 부분을 대신하니까 훈련과 교육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샘 알트먼 CEO은 “인공지능(AI)은 개개인에게 가장 많은 경제적 자율권을 제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TechCrunch/Flickr
샘 알트먼 CEO은 “인공지능(AI)은 개개인에게 가장 많은 경제적 자율권을 제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TechCrunch/Flickr

 

정보 정확성에 대해선 여전한 의문

하지만 챗GPT에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챗GPT가 전달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로 인해 사실과 허구를 섞어 전달하는 경우 이용자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착각하게 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챗GPT를 사용해 본 이용자들을 통해 챗GPT가 허구의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들이 속속 전해진다.

 

또한 챗GPT가 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에 녹아 있는 인간의 편견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챗GPT에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부적절한 답변을 하면 이를 교정토록 하는 모더레이션 API가 있지만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 등 ‘사회적 편견’을 담은 답변과 관련한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사례처럼 새로운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에게 적지 않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AI 기술 발달이 가져올 노동 시장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상승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체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고용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부를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물론 전문가들은 여전히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AI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이 하는 일의 ‘절반’이라도 대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이 가져올 노동 시장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상승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ixabay
인공지능 기술 발달이 가져올 노동 시장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상승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ixabay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에 따른 노동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담론이 제기되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로봇세’다. 갈수록 자본 생산성이 노동 생산성을 앞서는 상황에서는 자본가가 더욱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 경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기술을 통해 노동이 사라진다고 해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로봇 사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예측을 지적하며 지난 2016년 기본소득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해석과 문화와 여가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직업의 조건을 반드시 생산 유발로 규정짓지 말고, 인간의 존재 이유를 노동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를 즐기고 소비에서도 찾자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받아들이게 될까? 그것이 ‘유토피아’인지, 혹은 ‘디스토피아’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 생활의 모든 차원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줄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사용하도록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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