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체 연구부터 디스플레이 응용까지
발광체 연구부터 디스플레이 응용까지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01.3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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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체 연구부터 디스플레이 응용까지

이강문 강원대 화학생화학부 화학전공 교수/유기금속소재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이강문 강원대 화학생화학부 화학전공 교수/유기금속소재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화학계, 최연소 데뷔 그리고 조기 정교수 승진
자율성 속에서 커지는 학생들의 연구력 

(자료출처=프리픽)
(자료출처=프리픽)

너무나 추운 초겨울을 보내고, 해가 바뀌면서 겨울의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시기, 강원대 이강문 교수를 만나기 위해 춘천으로 향했다. ‘건강한 연구실’ 선정이라는 좋은 소식을 취재하기 위해서인데, 화학자인 그와의 인터뷰가 더 기대됐다. 화학, 모든 것을 융합해낼 수 있는 학문, 화학자로부터 연구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이강문 교수는 어떤 화학 연구를 하고, 학생들과 어떤 케미(chemistry)를 이루는지 궁금했다.

“드라마 ‘카이스트’를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어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총 81부작으로 방영됐던 드라마 ‘카이스트’를 기억하면, MZ세대일까? 기성세대일까? 아마도 그 시기가 MZ와 기성세대를 나누는 밀레니엄 시대였기에, 그 경계에 끼인 세대가 많을 것 같다. 이강문 교수는 어린 시절 드라마 ‘카이스트’를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미디어가 한국 과학계를 이끌어갈 신진연구자 탄생에 큰 기여를 한 실제사례를 목격하다니, 그의 과학자로의 성장 과정에 더 관심이 갔다. “드라마에서 로봇 축구대회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 쓰였던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자율주행 기술로 진보되어 실생활에 활용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자도 드라마 ‘카이스트’가 기억나는데, 천재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드라마로 인상 깊다. 그렇게 이강문 교수는 어릴 적 꿈꿨던 카이스트에 진학하고, 화학을 전공하며, 화학자로 성장했다. “박사학위까지 받고, 삼성전자종합기술원에 입사해 OLED 발광체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교수채용에 도전했고, 임용까지 이어지며, 영광스럽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강문 교수가 임용될 당시 2014년 9월, 그는 만 29세였다. 강원대뿐만 아니라 전국 화학계에서도 가장 젊은 교수였다. 화학계 막내 교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과 관심은 그에게 부담이 됐을 듯한데, 그는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술회했다. “선배 교수님들께서 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만큼 그에 부응, 아니 그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연구와 교육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8년 차가 되던 2022년, 그는 평균보다 빨리 정교수로 승진하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의 보상을 받았다. 정교수 승진은 그가 대내외적으로 질적, 양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성과를 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은 온전하게 그의 연구 정체성을 찾아가는 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 산업을 이끌 all-in-one 연구인력 배출
학교에 부임해 그는 유기금속소재연구실을 꾸리고, 유기금속 화합물들의 광물리적 기능성 연구에서 소재응용연구까지를 연구컨셉으로 잡았다. 이러한 연구 기조는 얼마 전 한일무역분쟁으로 벌어진 소부장 사태를 통해 더 가치를 발휘했다. “한일 무역분쟁은 소부장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소재 패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인재양성도 이뤄져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재 설계, 소재구현(합성), 특성분석, 이론적 증명, 응용의 과정을 모두 선도하는 ‘연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일당백’ 인재가 되어야 하며, 이 과정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all-in-one 연구인력을 키워 내는 것이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유기금속소재연구실에서는 기초연구로 유기카보레인이 어떻게 발광성을 나타내는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개발연구로는 OLED 인광소재,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학교 연구그룹의 연구는 바로 산업에 직결된 결과를 보여주진 않지만, 이런 풀뿌리 연구가 곧 국내 전자소재 산업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나아가 산업경쟁력의 영속성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 연구그룹은 27%의 외부양자효율과 3,400시간 이상의 소자 안정성을 보이는 OLED용 백금 기반 청색인광발광체를 개발하여 2022년 말, 광학분야 상위 10% 저널인 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보고했다. 또한, 2021년에는 최초로 닫힌 형태의 유기카보레인이 지연형광(delayed fluorescence) 발광을 보이는 현상을 발견하여, 그 연구 내용을 영국왕립화학회 최우수 저널인 Chemical Science에 보고하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이와 같은 우수한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자재료 분야 기업연구소, 대기업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강문 교수는 연구실 구성원의 자율, 연구책임자의 성실, 연구결과물의 공정이 연구실 문화 키워드라고 밝혔다. 그중 책임있는 자율성은 학생들의 연구력을 상승시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이강문 교수는 연구실 구성원의 자율, 연구책임자의 성실, 연구결과물의 공정이 연구실 문화 키워드라고 밝혔다. 그중 책임있는 자율성은 학생들의 연구력을 상승시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어린이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연구자가 되자”
MZ세대 끝자락에 속하는 이강문 교수와 MZ세대 한 중심에 있는 학생들과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연구실 구성원의 자율, 연구책임자의 성실, 연구결과물의 공정이 연구실 문화 키워드라며, 특히 자율성에 방점을 두었다. 그는 자신이 설명하는 자율성은 방임과는 다르다며,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학생 개개인이 자유롭게 설계한 질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이 건강한 연구실 선정의 원동력임이 확실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과기정통부 건강한 연구실에 선정돼, 장관상까지 받게 돼서 지도교수로서 매우 뿌듯합니다. 사실 연구실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타공인 연구실로 거듭난 것 같아 더 의미가 깊습니다”
  “화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제약, 화장품 등에 관심을 두고 오는데요,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 그중에서도 소재 화학 분야에 최대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학전공자들이 관련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강문 교수는 ‘호기심’이 과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라며, 세월이 흘러도 ‘어린이 같은 호기심’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는 단체 사진 촬영 내내 끊이지 않던 건강한 웃음소리를 기억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웃음소리가 바로 이강문 교수 연구그룹의 미래를 상징하는 듯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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