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fare Policy Ⅱ] 선진국의 복지정책
[Welfare Policy Ⅱ] 선진국의 복지정책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6.03.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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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다양한 방안 강구

선진국일수록 공짜 복지는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아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복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최근에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떠오를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최근 한 설문 조사 기관에 따르면 ‘이민’과 관련된 설문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된 국가로 떠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복지국가’에 대한 논쟁과 관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으며 선진국의 다양한 복지 정책을 통해 관심사인 복지 문제의 답을 찾고자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의 저출산 대책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우리가 잘 아는 유럽 선진국들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역시 저출산이었다. 특히 스웨덴과 프랑스, 영국이 출산율 하락의 위기를 겪었다. 스웨덴이 1998년 1.5명, 프랑스가 1994년 1.66명, 영국이 2001년 1.63명으로 출산율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4년 기준 스웨덴 1.91명, 프랑스 2.08명, 영국 1.9명으로 출산율이 회복됐다. 가족과 보육 및 교육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일과 가정에서 효과적인 여성의 양립 정책 등이 해당 국가들의 출산율 저하 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이 됐다는 분석이다 .

 
우선 북유럽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경우 보편적 복지 정책에 기반한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강화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체적인 스웨덴 출산 정책을 살펴보면, 출산 예정 60일전부터 480일 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고 쌍둥이를 낳으면 여기에 180일의 휴가가 더 추가된다. 이 기간 동안 월평균소득의 80%를 지급받게 된다. 아울러 12세 이하의 아이가 아프면 1년에 60일 한도로 120일의 간병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가 16세까지 매월 17만 원 가량의 아동수당이 전 아동에게 지급되고 출산 후 30개월 이내에 아이를 또 낳으면 아기를 출산했을 때 받은 만큼의 육아휴직 급여가 그대로 보장되는 '스피드 프리미엄'을 실시, 여성의 출산간격을 줄이는 제도도 시행중이다. 

 
90년대 초부터 매년 GDP의 2%이상을 보육 인프라 확보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출산율 회복의 밑거름이 됐다. 스웨덴의 보육정책은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기조 아래 교육과 일원화 돼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관리된다. 부모가 어린이집, 종일 유치원, 파트타임 유치원, 가정탁아 중 선택해 취학 전 아동 보육을 맡길 수 있으며, 모든 보육시설은 교육시설로 인정된다. 부모는 급식은 물론이고 모든 부수적인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출산율이 2명을 넘어서는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도 관심거리다. 물론 북아프리카 및 중동계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는 한편, 혼외출산을 인정했기 때문에 프랑스의 출산율이 대폭 상승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이 저출산 현황을 극복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임신에서 출산, 양육 교육의 전 과정에 현금 지원이 이뤄진다. 출산 3개월 전부터 출산 6개월 후까지 ‘유아수당’, 출산 후 ‘영아보육수당’, 2명 이상 자녀 모든 가정에 ‘가족수당’+3명 이상 자녀 ‘가족보충수당’, 6~18세 자녀 ‘입학수당’ 등이 지급된다. 해당 수당은 전국 123개 지역사무소가 개설돼 있는 ‘국립가족수당기금공단’에서 담당한다. 이 기관은 각종 수당 뿐 아니라 육아휴직 급여, 보육시설 지원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아울러 90%가 넘는 프랑스 미취학 아동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 유치원을 무상으로 다니고 있는 점도 출산 후 필요한 보육 부담을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도 2001년 1.63명까지 하락한 출산율을 회복하는데 IT와 의료보험부문 등 기술직 및 고급인력에 한정한 이민정책 시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16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근로자들의 탄력근무를 보장하고 유급 육아휴직 39주와 유급 모성휴가 39주를 제공하는 제도도 동시에 시행돼 출산율 회복에 일조했다.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16세 미만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아동 관련 세액공제도 실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선진국의 노인 복지 정책


선진국들이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개념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최고의 노인복지 서비스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노인복지 선진국들은 노인과 젊은 사람의 공동 거주, 노인협동조합 등 다양한 ‘고령친화 커뮤니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노인들에게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으며, 한 번 형성된 커뮤니티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독일과 이를 목전에 둔 오스트리아는 오래전부터 관련 정책을 준비해 많은 시행착오를 줄였다. 두 국가도 ‘저출산 고령화’ 파도가 몰아쳤지만, 고령친화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구축된 사회 공동 안전망이 방파제 역할을 하며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10만8000여명이 살고 있는 독일의 에를랑겐시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만5000여명에 달한다. 시는 노인들의 고독함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여름 뉘렌베르크-에를랑겐 대학교와 협력해 노인·대학생 공동 거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거 등 생활비 마련에 허덕이는 대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외로움을 겪는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하다 이 프로젝트가 탄생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청소, 빨래, 병원 같이 가기, 산책 등 자신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 목록을 제출하면, 노인들은 이를 검토한 뒤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파트너십 성사 여부를 결정한다. 시와 대학은 이 과정에서 중계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5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신청을 했고 이 중 상당수가 파트너십으로 연결됐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과 노인 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생각에 공감을 한 결과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에를랑겐시 직원 2명이 일주일에 15시간 정도 일을 하며, 1년에 8000유로(960만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스트리아는 올해 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오스트리아 정책의 핵심은 ‘노인과 함께하는 정책’이다. 오스트리아 노인 대표들은 연방과 지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노인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고 있으며, 정당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분수령이 된 것이 1998년 제정된 연방노인법이다. 이 법을 통해 오스트리아 노인회가 법적인 대표성을 갖게 됐으며 경영자·노동자·농부 대표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노인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각종 정책이 쏟아졌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났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오스트리아의 노인거주 주택에 승강기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무이자 공공대부, 노인 아파트 소유자에게 주거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환불을 보다 쉽게 하도록 하는 특수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노인주거 시설에 대한 위생 및 난방 서비스 등의 개선이 정책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복지 혜택이 늘어나면 세금 부담도 늘어나


북유럽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복지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때 세금을 더 걷는다. 실제로 OECD 주요 회원국 중 미국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한국보다 조세부담률이 높다. 2012년 기준 한국이 20.2%에 불과한 반면 스웨덴(38.6%) 영국(28.2%) 프랑스(26.3%) 국민들은 한국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 스웨덴은 올해 초 90억 크로나(약 1조4700억 원)의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류세(5%) 및 담뱃값 인상, 승용차 탄소세 인상, 개인연금 세금공제 축소 등의 재원마련 대책을 내놨다. 뉴질랜드는 2011년 퇴직저축에 대한 세액공제를 절반으로 줄이고 사업자가 분담하는 퇴직연금 납부분에 세금을 물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영국은 2011년 부가가치세 세율을 17.5%에서 20%로 올리면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주세 및 자동차소비세 인상 등의 카드를 꺼냈다. 포르투갈은 2011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부가세율을 21%에서 23%로 높였다. 그리스, 스페인, 폴란드 등도 부가세를 올렸다. 간접세인 부가세를 높이는 게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경제적 논리를 충실히 따랐다. 

 
선진국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소신 있게 증세를 추진하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책임정치를 구현한다. 이들 국가의 증세정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무상보육 등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정책을 잇따라 시행하면서 재원마련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한국 정치권과는 분명 차이가 크다. 소비세를 올린 일본 정부가 대표적이다. 5%이던 소비세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계획보다는 크게 후퇴해 8%로 합의했지만 수차례 선거와 논쟁을 거친 끝에 정책 추진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증세 카드를 정치권이 직접 꺼내들고 국민을 설득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사회보장에만 쓰겠다는 주장으로 국민을 설득했으며 끈질긴 토론과 설득으로 국가부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은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범죄행위인 탈세를 막으면서 세수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정책도 눈길을 끈다. 미국은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을 신설해 해외에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납세자의 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알리도록 했다. OECD 회원국들은 불법 해외 재산 은닉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해외 거주자 계좌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탈세방지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을 지출할 때 세수를 동시에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재정준칙’을 도입해 무분별한 재정확대를 막고 있다. 재정준칙은 재정수지, 국가채무비율, 정부차입금 규모 등 주요 재정지표에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 남발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약 실현을 위한 비용을 분석해 공개하는 나라도 있다. 호주는 선거를 앞두고 재무부가 국가 재정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하면 정치권이 이를 참고해 공약에 따른 비용을 구체적으로 추계한 보고서를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정부출연기관인 CPB가 총선 전후 정당별 공약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내놓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국가 채무를 관리하고 있지만 재정준칙이 법제화돼 있지 않아 재정 악화를 막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다수 사회복지 전문가는 중간계층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많든 적든 적정한 세금을 부과해야 재정건전성이 유지되며 유럽국가 수준의 복지정책을 펴려면 그들만큼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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