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방법은?
전력계통과 최첨단 AI의 만남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지향하는 전력계통을 위해
이제까지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전기를 써왔다. 그런데, 현재 유럽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전기부족을 호소하며, 정부 차원에서 전기절약을 제도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전쟁이슈가 바꿔놓은 일상이다. 이런 이슈들이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운데, 에너지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국민의 생존, 국가의 존폐와 결부돼있는 아주 민감한 문제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Transactions on Sustainable Energy(TSTE) 편집위원 선임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전력계통을 연구하며 마이크로그리드에 전문성을 갖춘 김윤수 교수는 인공지능과의 융합연구를 위해 지스트(GIST, 광주과학기술원)에 지원했고, 2018년 임용됐다. 그는 전력계통이 전통적인 학문이며, 전기가 생산돼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거대한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이제까지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오는 모든 과정이 통제가 가능했는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등장으로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곳곳의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가 생산되고, 부쩍 수요가 늘어난 전기차도 하나의 전기저장장치가 되면서, 소규모 전력계통 즉, 마이크로그리드라 명명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공학자라고 소개한 그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즐거움을 느낀다며, 교수란 직업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불행하다고 하는데, 저는 취미로 먹고 살게 되어 늘 감사합니다” 이런 그의 마음가짐은 다양한 대외활동으로도 나타난다. 해외 저명 저널에 논문 게재는 물론 국제학회 리뷰어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지도와 입지를 어느 정도 다지며, 최근에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Transactions on Sustainable Energy(TSTE) 편집위원에 선임되는 영광을 안았다. IEEE TSTE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산하 Power&Energy Society(PES)에서 발간하는 저널로 세계 상위 10%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앞으로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향후 2년간 활동예정인데요, 포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내는 것입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활발히 활동해 편집위원을 넘어 편집장 등 그 이상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력계통의 새로운 키워드 ‘가상발전소’ 연구 활동 기대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김윤수 교수의 열정이 눈에 띄는데, 그는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걸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그걸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같은 위치에서 토론하고 논쟁하길 원하며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을 선발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연구합니다” 일례로, 전자약 무선충전 설계기술을 특허등록하고 스타트업에 기술을 이전한 일이 있다. 그의 연구그룹에서는 작은 연구영역이지만 공학 그룹으로서 기술이전이라는 두드러진 성과를 얻은 좋은 사례로, 그의 연구 유연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윤수 교수의 연구실 컨셉은 전통적인 전력계통에 최첨단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것이다. 전력계통은 발전, 송전, 변전, 배전 등 모든 시스템을 가리키며,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수식,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그는 ‘직류-교류 혼합전력계통의 경제적‧안정적인 제어알고리즘 개발’로 지스트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력계통은 거대한 인프라다 보니 손에 쥘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실물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저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실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강조하며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성과로 나타납니다” 김윤수 교수는 현재 가상발전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 전기차 등 분산에너지원이 전력시장 공급원으로 가세하면서 가상발전소로 그룹 지어지는데, 실제 거대한 발전소에 맞먹으려면 수백 개 이상의 분산에너지원이 필요하다. 흩어져 있는 이들을 어떻게 모델링해 세련되고 최적화된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작은 실체들을 수학적으로 수식화하는 것으로 고도화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고,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래 전력계통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연구는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을 줄여 신재생에너지 발굴과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연료비상승과 거의 상관없는 전기요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서민들의 삶, 경제와 가장 밀접한 부분이기에, 전력공급에서만큼은 정부가 제도나 정책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요, 저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가치와 상관이 있는데요, 에너지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 전통적인 전력계통에서 신재생에너지원들의 유연한 활용과 최첨단 기술들이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전력계통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수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실용화되기 위해선, 전력계통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며 “대중들에게 전력계통과 신재생에너지를 알릴 수 있는 제도개선과 정책 마련에 제 능력이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약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너무도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 하지만 그 편리성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필요한지 깨닫는다면, 전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