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200조 시대, 부채관리 적신호 켜져
가계부채 1,200조 시대, 부채관리 적신호 켜져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3.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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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가계부채 1,200조 시대, 부채관리 적신호 켜져

가계부채 이어 공공부채도 급증,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한국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무려 1,000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가계부채가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고 공공부문 부채도 1,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가나 국민이나 모두 재정적자 관리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로 내려가자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소득보다 은행 빚이 더 많은 ‘한계가구’도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가구의 14.7%에 해당할 정도로, 나라 전체가 ‘빚’에 허덕이며 기나긴 어두운 터널에서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위험수위 도달, 증가속도는 지속적으로 빨라져

가계부채가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40조원 이상 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돈 빌리는 기준이 깐깐해지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아파트 분양시장 호황에 집단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발표한 ‘201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부채는 무려 1,206조 9,798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78%를 웃도는 상황이다. 2013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70%를 넘어선 지 2년 만에 80% 대까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셈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작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1분기 기준으로 18개 신흥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4%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72%에 비해 12%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선진국의 평균 74%를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신흥국의 40%에 비해 2배가 높다. 이와 함께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5%(재작년 말 기준)에 육박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상환 비율(가처분 소득 중 가계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들어가는 돈의 비율)도 11.5%에 달했다. 이렇게 가계 빚이 급증하게 되는 이유는 잇따른 금리 인하에다가 자고나면 오르는 전세값과 개선되지 않는 가계소득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다.

 
부채의 규모 자체도 커졌지만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늘어난 가계부채가 121조 7,206억원(11.2%)에 이른다. 2012년 5.2%까지 떨어졌던 증가율은 2006년 11.8%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대로 높아졌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된 주택담보대출은 총 501조 2,073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해 한해 사이 8.8% 늘어났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집단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집단대출은 시공사나 건설사나 담보를 제공해 중도금 등을 위해 일괄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카드사나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에서 돈을 빌리는 판매신용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말 판매신용은 65조 1,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2014년 증가율이 3.0%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폭이 더욱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내 경제시장을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우려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빚만 빠르게 늘어난다면 부채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임금 상승과 함께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부채도 급증해 경제 불황 악순환, 재정 건전성 빨간불 

빚을 갚을 수 있는 '부채 상환능력'은 점점 하락하는데, 한국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르다. 국민은 이러한 빚 상환에 허덕이느라 저축과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내수침체와 소비절벽으로 직결돼 경기침체와 경제 한파라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대한민국의 부채를 ‘경제 화약고’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빚은 총액보다 '갚을 능력'이 더 중요하다. 소득과 생산이 높고 자산이 충분하다면 빚이 많아도 걱정할 일이 적지만 얼마 되지 않는 빚도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면 '부도'에 처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빚은 총액 규모도 막대하지만 갚을 능력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가 진 빚인 국가채무와 공공부채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595조 1,000억원이다. 2016년 확정예산 기준으로는 644조 9,000억원으로 49조 8,000억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4%에 달하며 2016년 예산 기준으로는 40%를 넘어선다. 정부는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율 평균인 113.8%보다 우리나라의 채무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빚의 증가 추이를 보면 심상치 않다. 주요 국가의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2000년에서 2013년까지 미국 9.1%, 프랑스 6.8%, 일본 3.6% 정도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12.3%나 급증했다. 특히 국민이 나라 빚을 갚을 수 있는 역량척도인 1인당 국민소득이나 인구 고령화 진행속도 등을 감안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더구나 이 금액은 중앙정부의 빚만 추계한 것으로, 정작 부채 비율이 심각한 지방정부 채무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금융 공기업을 모두 합산한 등 공공부문 부채가 재작년 기준으로 950조원을 돌파했는데 GDP 대비 무려 95.5%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0조원 이상 늘어나 1,000조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공공부문 재정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에 발간한 '월간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국가채무와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을 포괄한 공공부문의 부채를 일컫는 D3는 2014년 말 957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조원 이상 늘어난 1017조원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을 말하는 D1이 2014년 말 533조 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95조원으로 6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영리공공기관과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D3는 1,015조~1,020조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D3를 산정할 때 내부거래 규모에 따라 몇 조원 수준의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D1은 당초 예상했던 595조원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도 전년과 큰 폭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D1의 증가분과 비슷한 수준에서 D3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복지예산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면 D1의 급격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개혁 등은 물론 페이고(pay-go) 도입 등 강력한 재정준칙을 마련하지 않고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페이고는 세출을 늘릴 때 재원조달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고를 법제화하고 세출 구조조정 등 재정개혁으로 재정여력을 비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과 국가에 이어 한국 기업들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총 부채는 2015년 1분기 말 기준으로 2,347조원을 기록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약 150%다. 미국 재무부 금융조사국이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심지어 기업부채와 부실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의 140%보다도 높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기업부채의 경우 단위당 규모가 크며, 향후 잠재성장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추가적인 경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기업 가운데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위험기업의 부채가 전체 기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상반기 기준 21.2%로 2009년(16.9%)보다 4.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빚 때문에 쓰러질 수 있는 기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위험기업의 비중은 전체(2,032개)의 18.8%(382개)로 3.1%포인트 높아지고, 기준금리 오름폭이 1.5%포인트에 달하면 21.2%(431개)로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KBS

 

 

부채로 인해 소비도 얼어붙어, 총 부채관리 절실

국민들이 떠안은 가계부채는 소비에도 크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부채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가구의 중 78.7%는 가계의 저축과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빚 구조가 이자만 내던 구조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 저축이나 투자,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내수 경기가 침체와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생산성 하락을 불러온다.

 
국가총부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부채 상환능력 저하는 국가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경착륙'을 유도했다간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좀비기업(만성 한계기업)·좀비 가구(만성 한계가구)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좀비기업과 좀비가구에 대한 정리·회생을 돕는 총부채관리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현재 정부는 국가 총부채에 대한 집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정부부채만 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연금 등을 총 합산한 부채액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 부채나 가계부채는 각종 지표로 조각내 발표하기 때문에 총액 규모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총부채관리를 하려면 일단 국가총부채에 대한 제대로 된 집계부터 시작하고 이를 담당 부처별로 분담해 관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경제관계부처에서 가계대출 심사 강화,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나 국가 채무나 연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부채관리 방안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부채 관리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땜질식 부채관리론 한순간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총부채 규모 측정과 관리 방안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 시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의 대응 방안에 대해 정부는 최근 상환능력을 높이기 위한 소득증대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서민·취약계층 지원 등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일관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적인 경제불황의 직간접적인 원인인 ‘부채 문제’에 대해 국가와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놓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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