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변수 ‘스핀닥터’, 전략가와 선동가의 경계에 선 전문가
선거의 변수 ‘스핀닥터’, 전략가와 선동가의 경계에 선 전문가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6.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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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전략가와 선동가의 경계에 선 전문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스핀닥터에 대한 인지와 이해가 필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3 총선이 다가오며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에서 후보자들과 정당에 대한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선거 환경은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높은 식견을 지닌 전문가들은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으며 여론조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 선거문화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스핀닥터’에 대해 알아봤다.




장막 뒤에 숨은 모사꾼, ‘스핀 닥터’를 말하다


스핀닥터(Spin Doctor)는 특정 정치인과 고위 관료의 대변인 구실을 하는 정치홍보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다. 스핀닥터는 정치인과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스핀’은 돌리거나 비틀어서 왜곡한다는 뜻이며 여기에 전문가라는 뜻을 지닌 ‘닥터’가 더해져 ‘왜곡의 전문가’라는 의미다. 이 단어는 1984년 뉴욕타임스가 10월 21일 사설을 통해 미국 대선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을 평가하며 처음 사용했으며 현재 모사꾼이라는 의미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스핀닥터는 영미권에서 ‘스핀스터(Spinster)’ 또는 ‘스핀마이스터(Spinmeister)’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스핀닥터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당시 영국에서는 노동당의 집권 이후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미디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스핀닥터는 사회 전역에서 주목받는 단어로 떠올랐다. 이들 스핀닥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인 영국의 유럽 통화통합 참여 여부와 시기에 대해 당파적 입장에서 무책임한 브리핑을 남발해 여론을 조성했다. 이에 금융시장과 기업은 혼란에 빠지며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정부의 불협화음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스핀닥터가 만든 정보들이 확대 재생산되며 토니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정치 지도자들과 고위 관료들의 측근인 스핀닥터들이 자신들의 계파에 충성하기 위해 스스로가 정책결정자인 것처럼 행동해 언론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한편, 1997년 스핀닥터가 전 세계적인 쟁점이 된 것은 미국의 역할도 컸다. 미국 정치권은 스핀닥터에 대해 과거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을 대표적 사례로 이야기한다. 당시 빌 클린턴과 인턴 직원인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문제가 주목받자 백악관은 스핀닥터들을 동원해 정부의 경제적 성과와 외교 능력을 부각하며 홍보전을 펼쳤다. 1998년 빌 클린턴의 부적절한 성 추문 사건에 미국 하원의원은 탄핵안을 가결했지만 스핀닥터들의 활약에 재선에 성공했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스핀닥터 제임스 카빌은 빌 클린턴의 실용적인 경제·외교 정책을 부각하며 70%에 가까운 지지율을 끌어냈다. 빌 클린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핀닥터는 대상의 문제성보다 성과에 초점을 맞추며 대중을 선동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핀닥터의 원조가 나치독일의 대중선동가 ‘폴 조셉 괴벨스’라고 이야기한다. 히틀러의 참모로 유명한 괴벨스는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는 사람들이 이미 선동되어 있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은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남긴다’ 등 다양한 명언을 남겼다. 이에 괴벨스의 정치 선동에 관련된 명언들은 지금도 많은 스핀닥터를 통해 실행되고 있다. 

  

 

▲언론매체를 접하는 모든 시민들은 스핀닥터의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형 스핀닥터, 정치와 경제에 개입하는 사람들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정연우 교수는 2012년 3월 27 한 신문사의 사설에서 스핀닥터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을 속이는 기술자라고 표현했다. 정연우 교수는 스핀닥터는 신념과 철학이 없으며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건강·합리적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언론의 자유가 낮은 국가의 공영방송, 일간지 등 대중매체는 공정하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스핀닥터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에 지난 2015년 OECD 34개국의 언론 자유도 조사에서 한국은 30위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진실보도를 외면하는 스핀닥터는 언론으로 위장한 용병 집단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모른다고 비난했다. 


스핀닥터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여론을 담당한다. 특히 정책 시행에 앞서 국민의 생각을 읽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을 설득하거나 정치인들의 정책을 국민에게 구체화 시키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여론 몰이에 특화되어 있으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핀닥터가 통치자에게는 필요한 ‘소통’ 전문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처음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한 스핀닥터들은 소통이 아닌 프로파간다 설정에 집중했다.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관규 교수는 18대 대통령 선거의 미디어 보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스핀닥터들의 종합편성채널 점령을 예로 들었다. 새롭게 등장한 종합편성채널의 사업자들이 진행하는 정치 프로그램에는 특정 여론조성과 정치적 이미지를 쌓는데 몰두하고 있는 스핀닥터 수십 명이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시행된 18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역할을 한 스핀닥터는 국정원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스핀닥터 활동으로 일어난 온라인 여론조작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대선개입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2013년 12월 구속됐다. 이후 그는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개입한 김용판 전 경찰청장은 대선 일주일 전 후보들의 방송 토론이 끝난 직후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의 면죄부성 허위 수사 결과를 기습 발표해 동정 여론을 조성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들은 정치적 줄서기를 위해 동향 출신 박근혜 후보의 스핀닥터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경찰청장은 법정과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했으며, 이후 무죄 방면됐다. 한편, 스핀닥터는 정치적 활동 외에 기업홍보의 측면에서도 활용된다. 이는 2011년 출간된 ‘스핀닥터,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기업 권력의 언론 플레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책의 저자인 윌리엄 디난과 데이비드 밀러 등은 홍보 산업의 교묘하고 복잡한 기법이 정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중이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결과로 경제적 불평등과 전 지구적 재앙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거대 기업이 위기를 맞이하면 반드시 홍보전문가, 로비스트, 싱크탱크 등 이익을 추구하는 스핀닥터들이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한 헬스커뮤니케이션 관련 기업 대표는 “명예를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며 스핀닥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의 시사평론가 제임스 카빌은 미국 최고의 스핀닥터로 성추문에 휩싸인 빌 클린턴의 재선을 만들어 냈다

 

 

 

4.13 선거가 코앞, 여야 스핀닥터들 선전에 나서


총선을 앞둔 현재 국내 정치권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스핀닥터를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에 복귀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대표적인 스핀닥터로 유명하다. 2012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영입한 조 홍보기획 본부장은 광고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부정적인 한나라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꾸는 등 이미지 혁신을 주도했다. 이러한 광고전문가의 영입은 스핀닥터로서 당이 지향하는 방향대로의 이미지 메이킹과 여론조성에 효과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당시 조 본부장을 통해 진행된 보수당의 변신은 총선과 대선 승리에 이바지했다. 최근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개혁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4.13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새누리당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야당은 스핀닥터로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영입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이라는 브랜드를 작명한 손 위원장은 광고전문가로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새로운 당명과 여당과 대통령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다양한 슬로건을 개발해 내고 있다. 이러한 야당의 새로운 스핀닥터 영입은 소통의 의미로서 지지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4.13 총선이 다가오는 현재 국내 주요일간지들과 지상파 3사는 북한의 대남도발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일부 프로그램은 스핀닥터들이 등장해 정부 정책을 칭찬하며 북한 사람들보다 더욱 북한을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인 이들 스핀닥터들의 말이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오해와 불신을 낳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정연우 교수는 ‘언론이 스핀닥터로 전락한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어둠 속에 빠진다’라고 역설했다. 한국 정치권은 반대세력을 향한 선전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언론인들은 논쟁에서 타협과 공존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국내 정치권 특성상 스핀닥터들은 쌍방향 소통 홍보가 아닌 일반적인 부정적 선전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스핀닥터들은 고문을 ‘가혹 행위’로, 사과를 ‘유감’으로 하기 싫은 단어에서는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민감한 단어는 순화시킨다. 또한, 현 정치권을 비난하는 시민들에게는 종북주의자나 테러분자로 낙인찍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정보과잉 시대에서 시민들은 이성적 사고와 판단력의 부재로 선전에 취약할 수 있다. 이에 스핀닥터들의 프레임 형성과정을 중립적 입장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선전을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도 선전에 쉽게 넘어간다’라는 말처럼 또다시 속을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선거철, 스핀닥터에 휘둘리지 않은 객관적인 선택이 한국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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