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다른데 왜 같은 공기청정기를 쓸까?
공간 맞춤형 공기청정 플랫폼 기대
기체오염 종류에 따라 필터도 달라져야!
솔직히 공기청정기가 놓이는 공간의 특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이 있는 실내공간이면 어련히 있는 필수템인 공기청정기. 이젠, 사람과 공기뿐만 아니라 공간과 공기를 연관 짓는 개념을 도입한 공간 맞춤형 공기청정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는 공간이냐에 따라, 발생하는 오염원도 다르다는 아이디어로, 공간 맞춤형 공기필터를 연구하는 원승현 교수를 만나봤다.
‘공간’의 관심이 공간을 채우는 ‘공기’의 관심으로
학부 때 건설환경을 전공했다는 원승현 교수는 공간의 관심이 공간을 이루는 환경까지 이르러 환경공학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박사과정 때 그의 연구성과가 획기적인데, 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실제 제품까지 성공시킨 경험이다. “광촉매 기술을 공기청정기 필터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재는 파우더, 펠릿 형태의 광촉매 공기청정 필터가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데, 저는 티타늄판을 나노 수준에서 깎아서 형성하는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 광촉매 필터를 만들고 발전시켜 갔습니다. 이는 기존의 펠릿 형태보다 훨씬 얇고 100배 이상의 표면적을 확보해 효율을 높인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체가 필요한 기존 필터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오염물질을 분해할 수 있어 효용성이 더 큽니다” 기존 기술보다 혁신적이면서 효율도 좋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니,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눈독을 들인 건 당연하다. 2020년 고려대에 부임해서는 환경과학기술연구실을 열고 주로 실내공기오염 저감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보건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그중 저는 실내공기오염에 관심이 많습니다”라며 원승현 교수는 “다양한 실내공간에 따라서, 주된 기체오염이 서로 다릅니다. 음식점에서 나는 냄새와 치과에서 나는 냄새는 분명히 다르죠. 하지만, 우리는 한가지 공기청정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공기청정기가 과연 효율이 있는지 의문을 가집니다. 저희는 각각 공간의 특성을 알고, 그에 존재하는 기체오염의 종류를 판단하며, 이에 선택적으로 농도를 측정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광촉매 공기청정 필터로,
누구나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맞춤형 공기청정 플랫폼 기대
공학적인 효율보다는 보건학적인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해간다는 그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파악하고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수술실 마취가스 및 부유 바이러스 동시 저감용 광전기화학 에어필터’ 과제에 집중하며, 고려대 구로병원과 협업해 연구성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병원 수술실에 테스트베드를 설치했습니다. 다양한 위치에 따라서 마취가스 4종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간호사, 의사에 대한 노출량을 평가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단원자 촉매를 적용하여 마취가스 전용 광촉매 필터를 제작해 볼 예정입니다” 그는 이밖에도 광촉매 기반의 공기청정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제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공간의 공기 특징에 따라 누구나 쉽게 마트에서 공기필터를 구매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체오염에 선택적으로 저감 효율을 보이는 기술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공간과 기체오염을 매칭해 필터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심하다고 알람이 울리면, 대형마트에서 쉽게 이산화탄소 저감 필터를 구매해 끼우는 형태로 간단하게 구상할 수 있는 맞춤형 공기청정 플랫폼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공간의 질 높일 수 있는 연구
원승현 교수를 만나면서 기자가 놀란 2가지가 있다. 하나의 그의 엔틱한 카페 느낌이 나는 오피스 공간에 놀랐고, 또 하나는 그의 밝고 유쾌한 성격에 놀랐다. 자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을 자신의 취향으로 꾸미고 싶었다는 원승현 교수. 그의 공간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간을 사랑했기에 공간을 채우는 공기를 정화하는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밝고 유쾌한 성격은 활발한 대외활동으로도 드러난다. KAIST 1학년 때 방학을 이용해 서울 동네 차상위계층 중학생들에게 무료로 수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고, 교수가 돼서도 환경부 적극행정위원은 물론 모교 고등학교에서 후배들에게 컨설팅을 해줄 정도로 외향적인 힘이 넘친다. 활발한 활동은 아마도 그가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듯하다. 다수를 위한 공기청정이라는 공익적인 연구를 하는 것도 그가 보람으로 느끼는 대목이다. “학생들이 진학과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데, 제가 뚜렷한 답변을 주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은 나에게 학문을 배우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로 얘기합니다. 대학원은 그 분야에 정통한 지도교수를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제시하며 사실로 “설득” 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얘기합니다. 절 설득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어디 가서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원승현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공간의 질 향상을 위한 공기청정 연구를 하고, 학생들과 미래를 공유하며 연구자이자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