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를 주도할 소재는 무엇일까?
차세대 반도체를 주도할 소재는 무엇일까?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2.12.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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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를 주도할 소재는 무엇일까? 

김형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나노광전자반도체 및 소자 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김형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나노광전자반도체 및 소자 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김형진 교수의 실리콘 거꾸로 보기
인간 생명의 신비 파헤치듯, 반도체 특성의 신비 파헤친다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우리는 실리콘 시대에 살고 있다. 실리콘의 발견은 인류의 삶에 큰 변혁을 가져왔고,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의 뒤를 이어 현재는 ‘실리콘 시대’로 명명될 만큼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간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전쟁이 한창이다. 반도체 기술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누가 차세대 반도체의 주도권을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사과정생에서 교수로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김형진 교수는 올해 3월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부임하였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던 그는 교수 임용의 필수경력으로 알려진 박사 후 연구 경력이 전무하였지만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Science와 Nature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기여할 신진연구자로서 교직에 부임할 수 있었다. Science에 게재한 논문은 기존 발광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반도체 물성 개선에 관한 내용이고, Nature에 게재한 논문은 나노스케일 반도체를 적용한 차세대 응용 소자에 관한 내용이다. 기존 반도체의 문제점을 찾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소재 발굴과 소자 구현 그리고 시스템 개발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구 영역과 지향점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제 최근 연구 성과를 좋게 봐주셔서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뒤이어진 그의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의예과 모집 정원 감소로 인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입 정시모집에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의예과에 합격하였지만 공학자가 되길 바라신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이를 포기하고 공과대학 진학을 결정하였고, 김형진 교수의 이러한 선택은 오늘날 국가 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차세대 반도체 신진연구자로서의 그를 있게 하였다. 그리고 14년이 지나 연세대학교는 그러한 김형진 교수를 이번엔 학생이 아닌 교수로 부임하게 하였다. “부임 첫 학기를 마친 뒤 여전히 학교에 적응하고 있지만, 항상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저 또한 배우는 것이 많아서 보람이 큽니다. 신임 교수로서 연구실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학생들 도움을 많이 받아서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는 시너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고, 학생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기존의 반도체를 보완하는 소재를 개발하여, 소자 구현과 시스템 개발까지
인간에게는 약 2만 5천 개의 유전자가 있고, 이들의 다양한 메커니즘을 파악해 우리는 인간 생명의 신비를 파헤친다. 반도체에도 이와 비슷한 과정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의 경우 대략 칩 1개당 15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연산처리장치를 구성하고 있고, 다시 이 트랜지스터 하나는 10nm 혹은 그 이하의 크기를 지닌 금속, 반도체, 절연체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중 반도체는 다시 1cm3 당 1022개가 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고 서로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물질이 됩니다” 김형진 교수는 특히 트랜지스터라는 소자의 가장 이상적인 소재로서 실리콘이 상용화된 이후로, 아직까지도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은 경제성, 안정성, 효율성 등 전자기기에 적용하기에 필요한 모든 장점을 갖춘 최상의 소재이지만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이 단점을 보완하거나 기존에 실리콘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기능성을 지닌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형진 교수는 실리콘과 같은 기존 반도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소재와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연구소에서 기술이 처음 개발되고 이것이 상용화되기까지는 20여 년 정도가 걸립니다. 현존하는 실리콘 기반의 모든 인프라 교체를 단행하는 것에는 큰 투자비용이 따르기에 IGZO(Indium-Gallium-Zinc-Oxide;인듐-갈륨-아연-산화물)의 사례와 같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그와 동시에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안정성을 갖춘 소재를 발굴하는 것이 우선 첫 단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소재를 바탕으로 소자를 구현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스템까지 개발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연세대에 부임하자마자 ‘차세대 발광소자 구현을 위한 저차원 나노 반도체 개발’이라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 연구과제에 선정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발광 소자의 경우 높은 밝기에서 점점 효율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어, 향후 미래 기술 적용에 큰 한계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한계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발광 소재의 물리학적 특성에 기인하는데 본 과제를 통해서 이러한 물리적, 이론적 한계를 극복한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발광 소자까지도 구현해 보고자 합니다”

“산업계와 학계 모두 영향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김형진 교수는 “이제는 한국에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과 훌륭한 연구를 하는 것이 목표이고, 교육자로서도 각 분야에서 리더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저의 비전입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산업계, 학계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라며, 최종 목표는 혁신이지만 혁신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기술을 보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년까지 교직에 설 수 있다면 30년이 넘는 시간이 남았는데, 계산을 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만큼의 시간을 한 번 더 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올해부터 교육자 그리고 연구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학생들과 훌륭한 연구를 해서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현재 반도체 대세를 거꾸로 보며, 문제점을 찾고, 조그마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 대세를 따르기보단 자신만의 지류를 만들어 이를 대세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 기자는 이렇게 김형진 교수를 수식하고 싶다. 차세대 반도체를 향한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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