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예측할 수 있다면?
‘뇌’와 ‘장’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장은 ‘두 번째 뇌’, 장으로 치매를 이해한다.
치매는 질병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뇌 기능의 전체적인 저하 상태를 의미한다.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치매는 대부분 기억력 저하나 상실로 표현돼서, 우리는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라고 의심하는데, 치매는 하나의 현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이 대표적이고, 모두 뇌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신진연구자로서 뇌신경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 안은희 교수를 만나봤다.
뇌신경퇴행성 질환 조기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이라는 사명과 마주하다
“어떻게 보면 제 연구의 로드맵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 같아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안은희 교수.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호기심 많은 소녀는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증명하는 연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실험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과정이 그녀에게는 운명처럼 느껴졌었나 보다. “제 인생의 목표를 ‘의학연구와 의학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앞만 보고 매진했어요” 그리고 수많은 의학연구 분야 중 ‘뇌’를 만나며, 그녀의 연구커리어가 시작된다.
“혁신적인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뇌신경퇴행성 질환은 현재까지 명확한 치료제와 조기 진단키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경세포들은 한번 손상이 되면 다시 회복하거나 복구되기가 매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안은희 교수가 뇌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직 미지의 세계로 그녀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뇌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와 극복을 위해서는 뇌신경 세포가 사멸하기 이전에 진단 가능한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게 첫 번째 단계, 뇌신경세포를 세포 사멸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게 두 번째 단계라고 생각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 진출해 다양한 경험을 한 안은희 교수는 세계 상위 2% (JCR) 저널에 5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연구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21년 3월 한림대 의대에 부임해 뇌신경퇴행성 질환 연구 주목받는 신진연구자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내 인생을 걸고 장-뇌 연결의 신비 풀고 싶습니다”
“‘장-뇌 축’을 통한 뇌신경퇴행성 질환의 병증 진행에 대해 밝혀낸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연구의 심도를 더하며 분자 수준에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안 교수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과제명은 ‘BDNF/NTN4의 고갈로 증가된 myenteric neuron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과 장-신경세포에서 Tau 병증의 진행 연구’로, 그녀가 지목한 특정 분자인 BDNF 혹은 NTN4의 발현이 뇌신경세포와 장신경세포의 생존과 사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구하면서 뇌신경세포와 장신경세포를 같이 본다는 게 흥미롭다. 안은희 교수는 “뇌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의 다수가 중추신경계의 병증이 일어나기 이전에 소화기관 장애를 겪고 변비 증상이 있습니다”라며 “우리가 흔히 아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은 장에서 90%, 운동과 관련 있는 도파민은 50%가 장신경세포에서 합성됩니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이죠. 그래서 장을 ‘두 번째 뇌’라고 명명할 만큼 장신경세포 연구로 뇌신경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게 요즘 연구 추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마우스에서 신경절을 분리하는 수술을 통해 “장-뇌 축”에서 특정 분자 발현과 역할을 검증할 계획인데, 마우스 신경절 분리 수술은 그녀 연구그룹의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신경절을 통해 뇌와 장의 상호작용을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림대가 보유한 대학병원 풀을 활용한 다양한 환자샘플은 연구 정확성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녀는 말초신경계에서 중추신경계 병증을 일으키는 분자들의 기전을 연구하여 우선 중추신경계의 질환을 Stage 0-1에서 조기 진단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나라별, 인종별로 세분화 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뇌와 장의 상호작용연구는 저의 인생을 걸쳐서 해야 하는 방대한 연구로 생각하고 있으며, 꼭 성공해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연구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연구 해낼 것
안은희 교수가 뇌신경퇴행성 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신선하다. 사람의 뇌와 장은 엄연히 다른 장기로 인식돼왔고, 하는 역할도 다른데, 장을 통해 뇌를 보고, 뇌를 통해 장을 보며, 장을 치료해 뇌를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명확한 패러다임이 없어, 기술의 선점은 세계적인 주도권을 의미한다, 작은 연결 단서를 찾아 큰 그림을 그려가 보겠다는 그녀의 연구가 녹록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무수하게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마주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결과에 대해 끝없는 “왜?”를 외치다 보면 결국에는 해결책이 생긴다는 걸 경험을 통해 체득했습니다. 우리 연구그룹 학생들도 이런 연구와 실험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 연구자로서 또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단단히 했다.
“제가 21살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한 것으로 기준점을 잡아보면, 뇌신경퇴행성 질환 연구 분야에 올해로 15년 차 한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고, 정확한 답변을 내리기 모호한 부분들도 많이 존재하는 뇌신경퇴행성 질환이지만,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 및 병리 분자 기전 연구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연구그룹들과 협업하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구그룹이 되고자 합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