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Problem] Mythomania, 허언증 덫에 걸린 현대인들
[Social Problem] Mythomania, 허언증 덫에 걸린 현대인들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6.03.2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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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허언증 덫에 걸린 현대인들


관심에 목마른 그들, 거짓 삶에 빠지다



 

 

▲멜리스는 리플리 증후군을 앓던 환자가 일으킨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 영화 ‘멜리스’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허언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상인 사람이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과는 달리, 성격편기를 기반으로 병적인 또는 의식적, 공상적인 목적의 거짓말 하는 사람을 가리켜 허언증 환자라고 말한다.




사회적 혼란의 주범 ‘허언증’
 

허언증 환자는 단순히 허풍이나 과장이 심한 경우와 달리 자신이 왜곡한 사실을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허언증에도 그 종류는 다양하다. 병적 허언과 실제로 체험하지 않은 것을 사실로 단정 짓는 회상착오가 병행될 때, 공상허언증이라고 말한다. 또한, 실제로 앓고 있는 병이 없음에도 아프다고 거짓말을 일삼거나, 자해를 하여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등 사기병과 결부된 것을 뮌히하우젠 증후군,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허언증을 놀이처럼 공유하는 ‘허언증 갤러리’라는 커뮤니티가 생겨나 화제다. 허언증 갤러리에는 누가 봐도 거짓말인 내용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허언증 게시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신의 능력과 화려한 스펙 등을 어필하는 능력 어필형과 증명 불가능하고 누가 봐도 거짓말인 게시물을 올리는 허풍형, 정치와 취업난 등을 다룬 풍자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허언증 갤러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타인의 과도한 기대에 따르는 부담감을 잠시나마 내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모 및 스펙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라도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재미를 위해 시작한 허언증 놀이가 단순 놀이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본인의 상황과 혼동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허언증 사례로 지난해 발생한 세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두 아이 엄마 이 씨는 수년간 집단 혼음을 강요받으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고, 전 남편과 그의 친·인척 등 44명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이 씨가 올린 글은 빠른 속도로 국민들에게 전해졌고,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세 모자 사건은 무속인에게 조종당한 엄마의 허위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은 이 씨의 두 아들에게 아버지와 함께 샤워했던 기억을 친족 간 성폭행의 기억으로 바뀌게끔 성폭행 기억을 주입했다. 이러한 배경이 바탕이 돼, 세 모자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과감한 행보가 가능했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데 성공했다. 해외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사기극은 무속인이 검찰에 기소되며 막을 내렸지만, 세 모자가 행한 거짓말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고 다수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 외에도 성공 압박이 만들어낸 천재 소녀 사건도 있었다. 미국 공립과학고인 토머스 제퍼슨(TJ) 과학고 1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양이 하버드대에 조기 합격한 뒤, 스탠퍼드대 등에서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매체에 보도되며 사건은 시작됐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수학에 재능이 있는 김 양을 서로 입학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학년을 쪼개 두 학교 모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김 양은 천재 소녀로 불렸고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김 양의 동급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폭로성 글이 올라오는 등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공식적으로 김 양에게 입학 허가증을 내준 적 없다고 부인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두 사례를 통해 거짓말이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의 범위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신뢰를 해칠 수도 있고 사회적 파장을 이르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삶을 훔치는 ‘그들’
 

다수의 사람이 허언증을 겪고 있는 타인에게 인생을 도용당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SNS에 올라온 사진과 글 등을 가져와 자기의 일상을 소개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신상 도용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시행한 개인정보보호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10명 가운데 30.1%가 개인정보 침해 경험이 있었다. 그 중, 62.7%가 인적사항 등의 개인정보를 도용당했으며, 40.1%가 자신이 언급된 글, 20.3%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피해를 입었다. 타인의 인생을 빼앗는 리플리증후군의 사례는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발생한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은 리플리 증후군을 앓던 이 씨가 자신의 동창인 박 씨의 행복한 삶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박 씨의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이 씨는 “친구가 내가 보는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내가 결혼하지 못했다고 무시하는 것 같았고 친구 시댁에서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멜리스’가 개봉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멜리스는 화목한 가정과 안정된 직장 등 모든 것을 가진 친구 은정에게 극도의 질투를 느낀 가인이 자신이 은정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허언증은 외부로부터의 기대 혹은 자신 스스로 채우지 못한 욕구를 만족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통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허언증 환자는 소설처럼 잘 짜여진 거짓말로 다수의 사람을 속이지만 이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에 이의가 제기되면 지나치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타인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선에서 행해지는 거짓은 재미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주는 허언증 피해 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허언증 환자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분위기에서 탈피해 가족과 사회공동체의 따듯한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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