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오일 머니로 지구촌 뒤흔드는 절대 권력자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오일 머니로 지구촌 뒤흔드는 절대 권력자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11.2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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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만들어가는 ‘미스터 에브리싱’
국제적 ‘왕따’에서 점차 존재감 부각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오일 머니로 지구촌 뒤흔드는 절대 권력자

 

지난 11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영접을 받은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 30분간 고위급 회담 및 단독 회담을 가진 데 이어, 국내 재계 주요 인사들과 기업인 차담회도 가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에서 채 24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국 산업계를 들었다 놓는 등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U.S. Department of State/Flickr
ⓒU.S. Department of State/Flickr

 

문화 개혁으로 부정적 이미지 탈피

1985년생인 빈 살만 왕세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그의 셋째 부인 파흐다 빈트 팔라 빈 술탄 사이에서 태어났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그는 왕실 가족사진 속에 언제나 가장자리에 자리 잡았다.

 

사우디 왕가에는 해외 유학파가 다수인데 빈 살만은 사우디에서 공부했으며 리야드 킹사우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이 되면서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빈 살만은 아람코를 비롯한 국영 에너지 기업 정책을 결정하고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 자리에 오르며 실세로 부상한다.

 

배경과 직책만 놓고 보면 젊고 유능한 왕가 출신 엘리트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그에게는 호전적인 야심가의 면모도 있다. 권력을 위해 2017년에 ‘왕자의 난’을 일으켰을 정도다. 그 결과 애초 왕위 계승 1순위였던 빈 살만 빈 나예프 왕자가 왕세자 지위와 내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며 빈 살만이 왕위 계승을 본격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당시 부왕세자였던 빈 살만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압박을 받았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1순위 왕위 계승자가 된 빈 살만 왕세자는 ‘부패 척결’을 명분 삼아 왕가와 정·재계 고위인사 수백 명을 체포했다.

 

 

지난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급 회담 및 단독 회담을 가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지난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급 회담 및 단독 회담을 가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그렇게 빈 살만은 아지즈 국왕에 의해 왕세자로 책봉된다. 전제군주국가인 사우디의 왕위 계승은 역사적으로 형제 계승을 이어왔던 점을 봤을 때 파격적인 계승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정부 공식 수반인 총리에 임명되며 고령인 살만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의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하는 등 젊은 계몽 군주를 표방하며 파격적인 개혁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이나 자동차 운전 허용, 영화관 운영, 종교 경찰 권한 축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9년에는 해외 음악인의 공연도 허용했다. 미국의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를 시작으로 저스틴 비버 등이 사우디에서 공연했다. 한국의 BTS는 2019년 11월 비아랍권 가수로는 처음으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빈 살만은 재력과 권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으나 그의 재산은 1,400조 원에서 2,500조 원으로 전해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바꿔 현대화를 이룰 인물로 꼽힌다. ⓒ2022 NEOM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바꿔 현대화를 이룰 인물로 꼽힌다. ⓒ2022 NEOM

 

점차 실체 드러나는 초대형 프로젝트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바꿔 현대화를 이룰 인물로 꼽힌다. 현재 그는 ‘네옴(Neom)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옴 시티는 북서부 홍해 인근 타북주 부지에 서울시의 약 44배에 달하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총 4∼5단계 순차 발주를 통해 사업비는 5,000억 달러를 쏟는다.

 

특히 길이 170km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이자 네옴의 핵심 주거단지 ‘더 라인’은 사막과 협곡, 산악지대를 지나 국경이 한데 모이는 홍해 아카바만까지 이어진다. 수평 구조의 전통적 도시를 수직 구조로 재구성해 위로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 구조물을 안에 사람이 살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자연을 보전한다는 것이 사우디의 방침이다. 쉽게 말해 롯데월드타워(555m)만 한 높이의 빌딩이 서울부터 강릉까지 일직선으로 빽빽하게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가 목표인 만큼 물은 담수화 플랜트에서 공급받는다. 아울러 거주 지역 5분 거리에 사무실과 상점, 병원, 학교, 문화시설, 스포츠 경기장 등이 모두 갖출 계획으로 2030년까지 거주 인구 100만 명, 궁극적으로는 9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네옴 시티 프로젝트’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구형 폴더폰과 신형 스마트폰을 차례로 꺼내면서 “새로운 도시는 마치 이 폴더폰과 이 스마트폰의 차이와 같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네옴을 통해 구현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그의 포부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의구심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그가 한국을 다녀간 뒤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 40조 원 규모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외에 글로벌 기업의 수주가 잇따르면서 네옴 시티의 모습도 서서히 구체화 되는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원유 증산을 부탁하기도 했다. ⓒSaudi Press/Wikipedi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원유 증산을 부탁하기도 했다. ⓒSaudi Press/Wikipedia

 

해외 순방 통해 국제무대 거침없는 등장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11월 21일 개막전에서 그는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옆자리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물론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을 맞아 중동 최고 실권자가 귀빈 대접을 받은 것은 예견된 의전이었으나 수년간 빈 살만이 받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고려하면 이는 극적인 반전이기도 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운명의 괄목할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권을 유린하는 대표적 권위주의자로 여겨졌다. 인도주의 위기를 부른 예멘 내전 개입에 더해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 칼럼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써오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이 결정타였다. 카슈끄지는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가 사우디 공작원들에게 살해됐다. 언론 탄압과 인간 존엄성 경시에 대한 비판 속에 잔혹한 살해와 시신 처리까지 전해져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연루설을 시종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은 이에 맞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암살을 지시한 배후라는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제사회에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동안 사우디가 개최하는 경제, 문화, 체육 행사 등을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속출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앞으로 50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여겨진다. ⓒPixabay
큰 이변이 없는 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앞으로 50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여겨진다. ⓒPixabay

 

하지만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같은 지구촌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자 그의 입지가 변하기 시작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비롯해 원유공급 확대, 물가상승 억제 등에 중요한 열쇠를 지닌 거대 산유국으로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뒤집고 올해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에게 원유 증산을 부탁했다.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달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동했다. 서방 국가들의 국제적 ‘따돌림’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하자 그의 국제무대 활동도 왕성해졌다. 이집트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존재감을 확대했다.

 

이처럼 절대군주의 권력 강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빈 살만은 부왕으로부터 머지않아 왕권을 이어받는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50년은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빈 살만이 현재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미래마저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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