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금융위기 대처 방법 개선하며 노벨상 수상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금융위기 대처 방법 개선하며 노벨상 수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10.3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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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금융위기 연구 기여 평가
Fed 의장 출신 첫 노벨상 수상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금융위기 대처 방법 개선하며 노벨상 수상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교수와 함께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은행과 금융위기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Brookings Institution, Paul Morigi/Flickr
ⓒBrookings Institution, Paul Morigi/Flickr

 

1930년대 대공황 연구한 석학
버냉키 전 의장을 비롯한 세 사람은 금융위기 시기에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의 통찰력이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금융을 피할 우리의 능력을 끌어올렸다”고 총평했다. 이와 함께 “이들의 발견은 사회가 금융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향상시켰다”며 “이들의 중요한 연구 결과로 은행 붕괴를 피하는 것이 왜 필수적인지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983년 ‘금융위기가 대공황의 전파에 미친 비통화적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은행의 인출 행렬이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비교적 통상적인 경기침체를 가장 심각한 불황으로 전환하는 데 은행 인출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통화량이 갑자기 확 줄어서 큰일이 벌어졌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적 설명이 주류였다. 버냉키는 그것만으로는 기나긴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며, 공황의 파고가 깊어지고 길어진 것은 통화량 말고도 ‘뱅크런’과 그 후폭풍 때문이라고 논증했다. 제목에 ‘비통화적’이란 표현이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이 논문으로 그는 30대에 일약 경제학계의 ‘스타’가 되었고 ‘대공황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버드 대학원 거시경제학 과정에서 버냉키의 논문을 반 학기 동안 접할 정도다. 노벨위원회 역시 “1930년대의 대공황은 수년 동안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고, 지대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지만, 올해 수상자들의 통찰력 있는 연구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평하며 “이후 논문들도 훌륭하나, 이 논문에 상을 준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버냉키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 고정환율제로 인한 금융 통화량 고정이 대공황 회복을 더디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며 “이 연구에 기초해 2008년 금융위기 때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했다고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노벨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이 상의 공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당초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노벨상 5개 분야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며 1968년 노벨 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동경제학과 실증적 경제학 연구방법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이비드 카드, 조슈아 D. 앵그리스트, 휘도 W. 임번스 등 3명이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The Nobel Prize 트위터
노벨위원회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The Nobel Prize 트위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 펼쳐
1953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난 버냉키 전 의장은 1975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1979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졸업 당시 최우수 졸업생에 수여되는 ‘수마 쿰 라우데 상’도 수상했다. 이후 1979년부터 1985년까지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쳤고, 뉴욕 대학교에서 방문 교수에 이어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종신 교수가 됐다.
 
2005년 7월 프린스턴 대학에서 사임한 버냉키는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미 연준을 이끌게 되면서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서 적용할 기회를 얻는다. 2008년 중요 금융기관들의 부도 사태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그가 이끈 연준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리를 대폭 낮추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았음에도 미국 최대 은행들의 구제금융을 과감히 지원했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높은 금리, 실업이라는 대가를 치른 것에 비교하면 관대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떨어뜨리고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완화(QE)’ 정책도 추진했다. 2012년까지 세 차례나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이로 인해 2007년 5.25%에 달하던 미국 정책금리는 2008년 초 2%대에 이어 같은 해 말 0~0.25%로 내려갔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금리를 더는 내릴 여력이 없어지며 정책 수단이 한계에 이르자, 버냉키는 대규모 자산매입에 나서게 된다. 단기 국채를 발행한 자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등 2009년부터 2012년까지 2조 달러나 쏟아부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2년 연준 이사로 있던 당시 연설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헬리콥터로 공중에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었는데, 자신이 연준 의장에 취임한 이후 실제 추진한 정책으로 이 별명 역시 세계적으로 퍼지게 됐다.
 
하지만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긴축 발작을 불러오는 등 ‘버냉키 텐트럼’을 경험하기도 했다.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은 2014년 10월 종료 선언을 했고, 후임인 재닛 옐런 전 의장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다가 2015년 12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는 Fed 의장 시절 금융위기가 닥치자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떨어뜨리고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했다. ⓒInternational Monetary, Fund Cliff/Flickr
벤 버냉키는 Fed 의장 시절 금융위기가 닥치자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떨어뜨리고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했다. ⓒInternational Monetary, Fund Cliff/Flickr

 

버냉키 “팬데믹 이전 같은 저금리 시대 안 와”
버냉키 전 의장은 노벨상 수상 이후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신흥국의 외환위기와 유럽 에너지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며 미국 경기 연착륙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흥시장은 달러 초강세와 대규모 자본 유출에 직면해 있다”며 “어떤 재정적 조건이 악화되면 문제가 추가되고 강화될 수 있어 정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규제당국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많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경기의 경착륙도 걱정했다. 그는 “Fed는 유능하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지만 미국 경기 연착륙은 매우 힘든 도전”이라며 “무척 어려운 상황이어서 나는 어떻게 될지 답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경제도 제자리를 찾는다”며 “그때는 지금보다 낮은 금리를 다시 보게 되겠지만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게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연 2%에서 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2%가 중기 목표인 만큼 매번 충족시킬 필요는 없다”며 “목표치를 바꾸면 Fed의 신뢰도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Fed의 2% 물가목표제를 도입한 인물이다.
 
 
노벨상 수상 이후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흥국의 외환위기와 유럽 에너지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Brookings Institution, Paul Morigi/Flickr
노벨상 수상 이후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흥국의 외환위기와 유럽 에너지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Brookings Institution, Paul Morigi/Flickr

 

그는 “내 인생의 교훈 중 하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회견 내내 신중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거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여러 위험 요소를 살피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금융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리가 정말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위기의 원인은 부실 대출과 같은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였지만, 현재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요인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라는 대형 은행이 무너졌지만, 올해는 아직 그런 일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편 그는 수상 소식이 발표되기 전날 밤 휴대폰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시카고에 거주하는 딸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려줬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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