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리더십 교체로 체질 개선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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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10.0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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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으로 전임 디스 CEO ‘퇴출’
신임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진 과제 산적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리더십 교체로 체질 개선 가속화

 

폭스바겐 그룹 감독이사회가 올리버 블루메 포르쉐 CEO를 그룹 경영이사회의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와 함께 블루메는 포르쉐 그룹 경영이사회 회장 역할도 겸임한다. 전임 헤르베르트 디스 전 CEO의 사임에 따른 결과다. 디스의 공식 임기는 2025년까지였으나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Porsche AG
ⓒPorsche AG

 

인력 감축 두고 갈등 빚으며 ‘탄핵’

지난 7월 23일 폭스바겐 그룹 이사회(감독위원회)는 헤르베르트 디스의 사임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사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던 수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소식이었다.

 

BMW의 연구개발 총괄 사장을 지낸 디스 전 CEO는 2015년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당시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성능을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위기를 겪었다. ‘디젤게이트’로 휘청이던 회사를 구원하기 위해 등판한 이가 디스였다. 2018년 폭스바겐 총괄 CEO로 선임된 후 그는 전기차 신모델 개발에 5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2025년까지 전기차 세계 1위인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임을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현재 유럽 전기차 1위는 테슬라가 아닌 폭스바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스 CEO는 2015년에 터진 ‘디젤게이트’를 수습하고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환을 주도해 왔다”고 평가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전 회장은 사사건건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으며 끝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Volkswagen AG
헤르베르트 디스 전 회장은 사사건건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으며 끝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Volkswagen AG

 

절체절명의 산업 전환기에서 디스 전 회장의 경영 성과는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디스는 사사건건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테슬라는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10시간 걸리지만 폭스바겐은 30시간 걸린다”, “독일에 있는 폭스바겐 근로자 30만 명 중 3만 명은 잉여 인력이다” 등의 발언으로 노조의 심기를 건드렸다. 여기에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에 나서 노조와의 마찰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임기 내내 경영전략을 두고 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되며 결국 노조로부터 ‘퇴출’ 판정을 받았다. 독일 기업에서 노조는 인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 30만 명을 대표하는 노조는 경영진 선임 및 해임 권한이 있는 감독이사회 이사 20명 중 절반인 10석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특히 지분 20%를 보유한 니더작센주 정부가 사실상 노조를 지원해와 독일 내에서도 노조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힌다.

 

폭스바겐 노동자평의회 대표인 다니엘라 카발로는 “노조는 일자리 보장과 순익성이 앞으로 수년간 회사 목표에서 동등한 중요성을 가진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을 우선시해 고용 안정성을 해치는 디스에게 회사 경영을 계속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올리버 블루메 CEO는 포르쉐를 이끌던 지난해 전 세계 30만 1,915대의 차량을 인도하는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Porsche AG
올리버 블루메 CEO는 포르쉐를 이끌던 지난해 전 세계 30만 1,915대의 차량을 인도하는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Porsche AG

 

‘소통’ 강조하는 블루메 리더십은?

디스의 후임으로 폭스바겐 이사회가 선택한 인물은 블루메 포르쉐 CEO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출신의 블루메는 브라운슈바이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브라운슈바이크는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와 가까워 폭스바겐 직원이 많이 사는 곳이다. 자연스레 대학 졸업 후 1994년 아우디의 우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폭스바겐 그룹에 입사했다. 차체 설계 및 도장 업무로 시작해 이후 아우디 A3 생산 책임과 포르쉐 생산 및 물류 담당 등을 거쳐 2015년 포르쉐 CEO로 선임됐다. 2018년부터는 그룹 경영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는데, 당시 포르쉐를 이끌며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고가의 가격에도 사전 주문 단계부터 전 세계 수요가 폭발해 연간 생산 목표를 2만 대에서 4만 대로 늘렸고, 아우디에서 직원 수백 명을 빌려와야 할 정도였다. 또한 포르쉐를 이끌며 지난해 전 세계 30만 1,915대의 차량을 인도하는 사상 최대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한스 디터 푀치 감독이사회 의장은 “올리버 블루메는 그룹 내 다양한 직책과 여러 브랜드에서 본인의 운영 및 전략적 역량을 입증했으며 7년 연속 재무, 기술, 문화적 면에서 큰 성공을 이루며 포르쉐 그룹을 경영해 왔다”며 “그는 그룹을 이끌고, 고객에 대한 집중과 브랜드 및 제품의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임자인 디스와 비슷하지만 리더십은 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메는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포르쉐 CEO로 점찍었던 마티아스 뮐러 전 폭스바겐 CEO는 그를 “팀 플레이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블룸버그의 산업 담당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블루메는 포르쉐 CEO 시절 타이칸을 출시하며 ‘잘못된 깃털(고용)’을 건드리지 않고 급진적인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폭스바겐 CEO가 된 뒤에도 혁명보다 진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부터 포르쉐 기업공개(IPO)까지 올리버 블루메 CEO에게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Porsche AG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부터 포르쉐 기업공개(IPO)까지 올리버 블루메 CEO에게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Porsche AG

 

해결해야 할 그룹 현안 산적

블루메에게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부터 포르쉐 기업공개(IPO)까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매출 기준 자동차 세계 1위 기업이다. 그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과 스코다, 세아트 등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매년 글로벌 주요 기업의 직전 회계연도 매출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글로벌 500’에서도 폭스바겐은 올해 8위를 기록해 자동차 기업 중 유일하게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판매량은 2020년 도요타에 추월당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400만 6,000대로 513만 8,000대의 도요타에 못 미쳤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대응에서 도요타에 뒤졌다는 평가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유럽 시장은 석권했으나 여전히 테슬라와의 격차가 크다. ‘비야디’ 등 자국 수요의 힘으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린다는 평가다.

 

 

폭스바겐 그룹은 매출 기준 자동차 세계 1위 기업으로 전통차 시장의 명가로 불린다. ⓒVolkswagen AG
폭스바겐 그룹은 매출 기준 자동차 세계 1위 기업으로 전통차 시장의 명가로 불린다. ⓒVolkswagen AG

 

블루메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그룹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의 정상화가 꼽힌다. 디스 CEO 시절 카리아드에서 전기차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이 지연되면서 그룹의 전기차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소프트웨어 문제로 올 4분기 출시될 예정이던 포르쉐 SUV 마칸의 전기차 버전 공개가 미뤄졌고, 아우디의 전기차 개발팀 아르테미스의 전기차 출시 시기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폭스바겐 오너 일가마저 디스 CEO에게 등 돌린 이유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강조했다. 카발로 노동자평의회 대표 역시 한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된 문제의 책임이 디스에게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 회복도 시급하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중국에 인도한 차량은 330만 대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상반기는 147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줄었다. 코로나19 여파와 반도체 공급난 때문이라는 것이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2019년부터 중국 사업을 이끌어 온 스테판 울렌스타인 전 폭스바겐 중국법인 CEO는 지난달 사임을 앞두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은 2030년께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2,800만~3,000만 대로 세계 시장의 30~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폭스바겐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되려면 반드시 중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폭스바겐 그룹은 올해 들어 포르쉐 IPO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그리고 상장을 통해 마련한 실탄을 전기차와 배터리, 자율주행에 투자할 계획이다. 블루메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실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함급 전기 SUV를 만들고자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블루메 CEO는 “기함급 전기 SUV는 타이칸과 함께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포르쉐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80%를 전기차로 채울 방침”이라며 “기함급 전기 SUV는 이를 실현할 핵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부임한 블루메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게 될지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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