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에 불어 닥친 은행 위기
세계 금융시장에 불어 닥친 은행 위기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3.2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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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세계 금융시장에 불어 닥친 은행 위기

글로벌 은행들의 잇따른 추락, 국내 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수상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폭락,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 등의 사안은 세계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얼음판 길을 걸어가던 세계 금융시장은 결국 은행의 위기라는 큰 벽을 마주했다. 설 연휴 이후 유럽 은행들은 줄줄이 급락 폭격을 맞았고, 부실한 중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본도 도이체방크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 역시 건전성 문제에 비상등을 켠 상황이다.



 

융단폭격 맞은 유럽 은행

설 연휴가 끝날 무렵 글로벌 은행주들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시발점은 독일 최대 상업은행인 도이체방크였다. 이 은행은 2015년 발생한 대규모 적자로 이자 지불이 곤란해진 상황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나흘여 만에 주가가 40%가량 대폭락했다. 도이체방크가 위기에 처한 이유로는 최우선으로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s)가 꼽힌다. 코코본드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이 채권의 쿠폰은 이자가 아닌 배당의 성격이 짙다는 특징이 있다. 코코본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인정됐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규제당국이 유럽의 은행에게 이 채권 발행을 독려한 이유다. 유로존 코코본드는 950억 유로에 달한다. 그 중 독일 최대 상업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발행분은 17억 5,000만 유로다. 문제는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 쿠폰이자 지급능력이었다. 올해 도이체방크의 실적이 나빠져 배당 가능 이익이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크레딧사이츠는 이 은행이 내년에는 쿠폰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쿠폰 이자 지급 중단은 코코본드 투자자들에게 디폴트나 마찬가지여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이치방크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유럽의 다른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프랑스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너럴도 무려 12%나 폭락하고, 스위스의 UBS, 이탈리아 은행들도 급락의 길에 합류하면서 일각에서는 저금리 장기화로 부실해진 유럽 은행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 쇼크’를 재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럽 은행이 처한 위기는 코코본드 뿐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유럽 은행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자본 부족이다. 유럽은 현재 수익을 내기 못하는 실물경제에 빠져있다. 돈을 빌려주더라도 이자를 갚을 여력이 되는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 은행은 ECB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운영해왔다. ECB의 정책목표는 ‘마이너스 금리 → 대출 확대 → 실물경제 회복’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고 있다. 저성장과 저마진의 유럽의 경제 환경이 은행 시스템의 부실 자산을 늘려 놓은 상황에서 ECB의 마이너스 금리가 가세해 유럽 은행의 수익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유럽 은행권이 처한 현실은 ECB를 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일본의 미래라고 얘기한다. 유럽 은행과 함께 도쿄 증시에서 금융주가 폭락한 이유 역시 이와 같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부실한 길 걷고 있는 중국 은행

지난 2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렸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화 평가절하는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위안화 안정 정책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입장을 밝히는 배경으로 중국이 유지하고 있는 높은 무역수지 흑자와 낮은 수준의 통화팽창이라고 설명했다. 
 

저우샤오촨 총재는 중국의 부채비율 등 금융위기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부채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82%에 그쳤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244%로 급등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던 유럽연합(EU·228.2%)이나 미국(230.9%)의 부채 비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 부채는 아직 기업 부채보다 위험하지 않지만 75% 이상이 부동산 담보 대출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저우샤오촨 총재는 ‘부채 비율은 중국 정부의 고도의 관심사’라고 운을 뗀 후 중국의 저축률은 최근 GDP의 50%에 근접했다며 금융위기를 겪은 다른 국가들은 10% 수준으로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자본시장은 증권 등 다방면에서 발전하지 않았고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저축률이 높지 않으면 대출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소득이 커질수록 부채비율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저우샤오촨 총재의 연설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문제는 세계 금융시장 문제의 큰 화두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가라앉는 경기와 빈번해지는 기업 디폴트로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 자산건전성분류(FLC) 기준에 따라 은행의 여신은 크게 정상여신과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 고정여신(3개월 이상 연체), 회수의문(3개월~12개월 미만 연체), 추정손실(12개월 이상 연체)로 나뉜다. 요주의여신의 경우 작년 3분기 말 현재 2조 8,100억 위안이다. NPL로 분류되진 않지만 중국 은행권의 요주의여신 상당수가 사실상 NPL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NPL로 넣을 경우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략 4조 위안 가까운 대출자산이 공식 통계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은행권 부실이다. 중국 재계에서는 현재 은행권이 처한 실제 부실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팽배하다. 지난 2008년 말 62조 4,000억 위안이던 은행권 총자산이 7년 만에 192조7,000억 위안으로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의 여신심사 분류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의 대출성 상품(그림자금융을 통해 공급된 크레딧 등)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의 정도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중국 재계의 설명이다.

 

재무건전성 비상등 켜진 국내 은행

국내 은행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국내 은행은 2015년 말 부실채권 잔액이 30조원에 육박하며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재계에서는 은행 건정성이 위협받는 이유를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을 미뤄온 탓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어 기업 대출이 추가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올 4월 총선, 내년 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기업 구조조정이 또다시 지연되면 부실채권을 정리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10년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위험이 발생하자 조기에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이듬해 매각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했다. 덕분에 1999년 말 61조원에 달했던 부실채권 잔액은 2003년 이후로 ‘연 20조원 이하’를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STX조선해양, 경남기업을 포함해 조선,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부실채권 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엔 28조 5,000억 원으로 2000년 42조원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적기에 시행하지 못한 게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부나 은행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나마 추진된 구조조정도 시장 논리가 아니라 관(官) 주도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이에 따른 위험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정부 우산 아래에 있는 특수은행들이 떠안았다. 일반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014년 말 1.39%에서 지난해 1.13%로 떨어진 데 비해 산은과 수은은 각각 2.06%포인트, 1.27%포인트 급증하면서 전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을 끌어 올렸다. 상대적으로 일반은행의 건전성이 양호한 것은 다행이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계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 숫자는 2014년 말 3,295개로 2009년보다 22%(597개) 늘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한계기업이 더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은행이 기업에 빌려 준 여신 중 부실로 분류된 대출채권 비율만 해도 작년 말 2.42%로 2012년(1.66%)에 비해 급증했다.
 

문제는 올해 상황도 여의치 못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의 작년 말 부실채권 비율이 1.13% 정도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총선과 내년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로 인해 한계기업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산은 수은 등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일반 은행도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업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정상 기업 대출을 꺼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 해운,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개별 여건과 관계없이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말한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업 여신을 깐깐하게 하고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은행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업에 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정책의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 은행들이 2011년 4%대였던 부실채권 비율을 지난해 1%대로 떨어뜨리는 등 글로벌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 곳간을 정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부실채권 비율 상승, 부실채권 잔액 증가 등 다중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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