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강(强)달러’ 기조 속 벼랑 끝 치닫는 세계 경제
[이슈메이커] ‘강(强)달러’ 기조 속 벼랑 끝 치닫는 세계 경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9.0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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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인사 연이은 인플레이션 경고 발언
원화 가치 하락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압박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강(强)달러’ 기조 속 벼랑 끝 치닫는 세계 경제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소비둔화와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가운데, ‘고(高)환율’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난 셈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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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 뒤바뀐 통화 전쟁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증대시키는 환율정책을 추진해왔다. 자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심에 불을 붙인 것은 코로나19 사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여 통화량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폭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7월 현재 9.1%, 유럽 8.3%로 모두 지난 4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놀란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유도하면서 통화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성장 대신 물가 상승 억제로 옮기면서다. 이를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역(逆)환율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중심에는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가 있다. 미국발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强)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상한 바 있다. ⓒBrookings Institution/Flickr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상한 바 있다. ⓒBrookings Institution/Flickr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1년 엔저 사태 및 닷컴버블,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300원을 넘어선 바 있다. 연말까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이러한 급격한 환율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강화하고 이는 우리 경제 전반의 둔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상승폭을 추가로 올리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됨은 물론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민감한 뇌관이 될 수 있다.

 

 

달러 강세 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달러 강세 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유로화 가치 역시 큰 폭 하락

달러 강세 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는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물가상승률이 계속 목표치(2%)를 훨씬 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거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현재로선 9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 내년 금리 인하도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전하는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들이 쏟아지며 달러가 강세를 띄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달러화 지수를 결정하는 주요 통화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위안화’ 약세 역시 달러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8월 22일(현지시간)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6.8476위안으로 6.8위안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70%에서 연 3.65%로 0.0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 끊이지 않는 부동산 관련 신용 우려와 중국-대만 갈등 등으로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국은 ‘슈퍼 달러’에 맞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Pixabay
주요국은 ‘슈퍼 달러’에 맞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Pixabay

 

실제 유로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9943달러까지 내려가면서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중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러티(등가)’가 깨진 뒤로 한 달 만이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의 유럽지역 가스관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앞서 유럽과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8월 말부터 3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비 완료 후에는 가스관 용량의 20% 용량의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르트 스트림-1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이다. 유럽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40%가 해당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고,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이 각국에 천연가스의 재고 확충을 위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15% 수준으로 수요를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폭염이 더해지며 에너지 비축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여기에 영국과 독일의 ‘물가 쇼크’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영국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올랐고,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 역시 37.2%로 폭등했다.

 

이에 주요국은 ‘슈퍼 달러’에 맞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발등에 떨어진 인플레이션부터 잡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0%였던 기준금리를 0.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밟았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2016년 3월 이후 6년째 이어져 온 유럽의 제로 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급상승은 수입 물가 자극과 수출 증가 효과 반감으로 한국 경제에도 부담을 준다. ⓒPixabay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급상승은 수입 물가 자극과 수출 증가 효과 반감으로 한국 경제에도 부담을 준다. ⓒPixabay

 

고환율로 수출 효과도 반감

이와 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급상승은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나 상승했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더라고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견인한다. 실제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수입 물가 상승은 수출 증가 효과도 반감시킨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쳤다. 8월 20일까지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해 상승폭이 꺾였다. 반면 무역적자는 102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올해 6월 경상수지는 56억 1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억 2천만 달러가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 원화 가치 역시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놓고 경제위기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방심은 금물이지만 아직까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에서 빚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한다. 현재의 강달러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른 결과라는 의견이 더 우세해서다. 한국 경제의 위기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잠잠하다. CDS 프리미엄은 국채 부도에 대비하는 수수료 성격으로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치솟은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물 기준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8월 23일 35bp로 전일 대비 3bp 하락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7월(56bp)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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