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 한국인에 가장 잘 맞는 ‘밀 품종’ 개발
한국땅, 한국인에 가장 잘 맞는 ‘밀 품종’ 개발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2.09.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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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 한국인에 가장 잘 맞는 ‘밀 품종’ 개발

 

(자료사진출처=프리픽)
(자료사진출처=프리픽)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밀 품종을 개발해, 국내 농가에 보급하여 국내 밀의 자급률을 높여보고자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진=임성희 기자)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밀 품종을 개발해, 국내 농가에 보급하여 국내 밀의 자급률을 높여보고자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진=임성희 기자)

 

분자육종으로 국가 육종연구 이바지
“국산 밀 상품화 위해선,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당시 신입이었던 기자는 서용원 교수의 연구사명감을 읽어내지 못했다. 단편적인 정보들만 나열됐던 기사. 15년이 지나 다시 만난 서용원 교수에게서 기자는 그의 깊은 연구사명감과 철학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분자육종의 권위자이자 밀 연구 한 길만 걸어온 밀 연구 대가다.

 

‘밀’과 사랑에 빠진 연구자
우리나라 밀 연구의 대를 잇고 있는 서용원 교수는 이미 30년 가까이 밀과 사랑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식물육종연구자의 일이죠” 1997년 우리나라 밀 연구가 막 시작될 때 고려대에 부임해, 자신의 밀 연구 서막을 연 그는 초창기와 비교해 현재의 밀 연구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상전벽해와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작물인 밀은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밀 연구를 하던 연구자들이 소재를 바꿀 정도로 유독 밀 연구 지원이 적었다. 그 와중에서도 서용원 교수는 밀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연구자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은 불굴의 연구 의지를 이끌어냈고, 그는 밀 연구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밀 연구 인식을 바꾸고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우리나라에 잘 맞는 밀 품종 개발 
“식생활의 서구화로 밀은 쌀에 이어 제2의 주식이 되었으나 국내 생산이 적어 자급률은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급격한 기후변화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밀을 수입해야 하기에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고, 식량안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급기반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라며 그는 “늦게나마 정부의 정책적 예산지원이 이뤄져 현재는 밀 연구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국립식량과학원,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유전자원센터와 협력해서 국내에서 소비가 가장 많은 경질밀 품종육성 사업을 4년째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해서 최근 ‘밀 유전자원의 농업적 특성 및 적응성 분석을 통한 국내 재배환경에 적합한 유전자원 활용성 분석’ 논문으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농수산학 분야로 시상하는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밀 품종을 개발해, 국내 농가에 보급하여 국내 밀의 자급률을 높여보고자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수한 경질밀 유전자원 5점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질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비가 많은 라면, 빵 등을 만들 수 있는 강력분 원료다. 수요가 많은 만큼 연구가 성공하면 농가와 소비자 등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용원 교수는 후학양성을 연구생활의 제일 큰 성과와 보람으로 여긴다며, 앞으로도 밀 전문가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사진=임성희 기자)
서용원 교수는 후학양성을 연구생활의 제일 큰 성과와 보람으로 여긴다며, 앞으로도 밀 전문가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사진=임성희 기자)

 

밀 연구하는 후학양성이 가장 큰 보람
우리나라 분자육종의 권위자인 서용원 교수는 특히 ‘밀-호밀 전좌계통’의 세계적 1인자다. 호밀의 염색체 일부가 밀 염색체 일부와 치환된 것을 말하는데, 호밀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저항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가진 염색체를 밀에 도입해 장점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연구다. “저희는 다양한 종류의 전좌계통을 이용하여 우수한 특성을 가진 밀 품종을 육성하고 있고, 더 나아가 품종 개발 및 등록도 하였습니다. 정부 이외 민간에서는 최초 밀 품종등록일 뿐만 아니라 1개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정말 오랜 기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어야 나오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전좌계통을 이용한 ‘트랜스(TRANS)’ 품종등록을 비롯해 최근에는 고려대의 이름을 따 ‘고맥5’(단간밀), ‘고맥7’(유색밀), ‘고맥9’(밀-호밀 전좌계통)를 품종등록 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우수한 특성을 보유한 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며 덧붙여 “제 연구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물이자 보람은 후학양성입니다”라고 밝혔다.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양성되고, 그들이 후배 연구자들에게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등 좋은 연구환경을 조성해주면서, 밀 연구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흐뭇합니다” 서 교수는 “식물육종연구를 하는 학생들은 최고의 인성을 갖추고 전문성을 심화하면서 세계 식량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식물들은 우리의 스케줄을 따라주지 않습니다.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추고 식물과 소통하려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제자들을 위한 따뜻한 충고와 조언도 덧붙였다.

 

(자료사진출처=프리픽)
(자료사진출처=프리픽)

 

국산 밀 생산으로 식량 자급력을 높이는 그날까지
지금까지 해 온 연구와 논문도 셀 수 없지만, 그는 또 다른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미래작물육종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지난 몇 년간 고온 스트레스가 주로 밀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정밀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보다 큰 범위에서는 실제 재배환경에서 생육 기간별 고온 스트레스가 끼치는 영향에 대한 종합적 분석방법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실제 환경은 너무나 복잡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으면 만족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습니다” 
  서용원 교수는 대구고법원장을 지낸 김재철 변호사가 고려대에 육종연구 지원을 위해 2020년에 기부한 50억 원으로 설립한 고려대 오정(五丁) 육종연구소의 소장을 맡아 국가 육종연구를 위해 매진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 남양주 고대농장에는 서용원 교수 25년 연구 역사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연구 일상은 학교와 농장을 오가며 이뤄진다. 우리나라 식물육종에 헌신하며 분자육종 부흥을 이끈 그는 신토불이 밀 생산을 꿈꾸고 있다. 우리 토양에 잘 맞아 한국인에 제격인 밀이 대량 생산되는 그 날까지 서용원 교수의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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