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끝없는 설전 속 실종된 ‘정치’
[이슈메이커] 끝없는 설전 속 실종된 ‘정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8.3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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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발언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격화
‘혁신’ 보여주지 못한 청년 정치에 대한 비판 제기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끝없는 설전 속 실종된 ‘정치’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윤석열)’과 ‘친이(이준석)’ 계파 갈등이 청년 정치인 간 다툼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호형호제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이준석 저격수’로 나서면서 친이계 인사들과의 설전이 이어지면서다. 서로를 향해 ‘여의도 2시 청년’, ‘여의도 10시 청년’과 같은 날선 발언을 내놓으며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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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이 청년 정치인 다툼으로 번져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의 내분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를 전환하면서 지난 8월 16일 자동 해임됐다. 이 전 대표와 비대위 체제를 두고 2030세대 당원 및 의원 간 비방전이 전개되면서, 여권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지난 8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를 향해 “윤리위 징계 전후 대처, 당과 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난은 국정 동력 상실의 주요 원인이 됐다”며 “집권여당 당 대표라는 막중한 자리는 누군가의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음날에는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당 안팎의 청년 정치인들을 향해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여의도 2시 정치인’은 특별한 직업 없이 낮 시간대에 열리는 정치 행사에 참여해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 유지에 힘을 쏟는 인사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특히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을 향해서는 “2년 만에 20억대 재산신고를 해 돈 걱정 없이 정치만 하면 되는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라며 실명 비난했다.

 

또한 23일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여의도 2시 청년’이라는 말은 상당히 순화한 것이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엄카(엄마와 신용카드의 합성어)’ 정치인”이라며 더 강도 높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국민의힘 선대본부 청년본부장과 윤 대통령 당선인 청년보좌역, 인수위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 단장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이 전 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의 청년 정책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저격’을 통해 이 전 대표와 완전히 갈라서는 모양새다.

 

장 이사장의 ‘저격’ 이후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 의원과 당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특히 이 전 대표 측은 오전 10시에 국회 소통관을 빌려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 이사장은 ‘여의도 10시 청년이냐’고 맞받아쳤다. 소통관을 쓰려면 국회의원의 명의와 동행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과 당선일 시절 수행을 맡았던 이용 의원이 그 역할을 맡았다. 이에 김용태 전 최고의원은 장 이사장이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거나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른바 ‘윤핵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청년재단 이사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누군가가 장 이사장한테 이렇게 하라고 조언을 했거나 결과적으로 거기에 다 선동당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의 내분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시작됐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의 내분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시작됐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여당 청년 정치인 양분에 내부 당원도 분열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정치적 위상이나 정치를 할 수 있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용태한테 뭐라고 하면 안 되지. 방송국과 작가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변인단에게 그들의 신분에 대해 아무리 지적해봐야 안 먹힌다”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서 네가 더 잘 살 수 있다면 나는 널 응원할게”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집권 여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양분되어 서로를 공격하는 건 친윤계와 친이계 모두 2030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장 이사장을 비롯한 친윤계에선 ‘이준석 사태’로 이탈한 2030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필두로 하는 친이계에선 2030 지지층 결집을 통한 여론전으로 복귀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과 공개 설전을 벌인 다음날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은퇴할 수 있도록 당원 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며 가입 링크를 올리기도 했다.

 

 

여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양분되어 서로를 공격하는 건 친윤계와 친이계 모두 2030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여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양분되어 서로를 공격하는 건 친윤계와 친이계 모두 2030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 간 내홍이 깊어지자 일각에선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안 그래도 폭염에 폭우에 짜증 난 국민들을 조잡스럽고 구질구질하게 지엽말단적인 건수만 붙잡고 같은 편끼리 서로 손가락질에만 열중한다”며 “한쪽은 오래된 성 추문으로 공격하고 한쪽은 되지도 않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 구질구질하게 살지들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2시든 10시든 이런 모습은 기존 정치논리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고, 과연 청년정치가 필요하다고 보일 수 있는 모습인가”라고 지적했다.

 

내부 분열이 거세지면서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깊은 한숨이 나온다. 한때 보수정당의 ‘미래’로 불렸던 이들이 ‘기성세대’의 구태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할 말 있어요’에는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측과 장 이사장의 발언을 두둔하는 지지자들의 비난전이 펼쳐지고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팬덤’의 상호 공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청년 정치인들이 반짝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청년 정치인들이 반짝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영달’ 대신 청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의 등장 기대

야당의 청년 정치 역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청년 정치인들이 반짝 눈에 띄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3월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 중 네 명이 2030세대 청년이었고,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청년 정치인만 6명이었다. 하지만 비대위는 세 달도 채우지 못하고 해체됐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러진 예비경선에서 청년 정치인은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표직 출마를 강행하면서 연일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고, 당내 여러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입지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을 두고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에 토사구팽 당한 격’이라는 등의 해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 청년 정치인의 좌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정치인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그간 정치권에서 청년을 기용해 인적 쇄신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들은 별달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의 실패를 청년 정치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판은 청년 정치인에게만 가혹한 것이 아니다”며 “그런데 청년 정치인은 자신을 청년으로 범주화하는 데만 몰두한다. 배려의 대상으로만 봐달라고 하고 내용을 만들지 못한다. 결국 힘을 키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젊은 정치인이 갈등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만의 일은 아니기에 과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Pixabay
젊은 정치인이 갈등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만의 일은 아니기에 과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Pixabay

 

이러한 양상이 이어지면서 청년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도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혁신은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4대 여론조사 기관 공동 NBS(전국 지표조사)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청년 정치인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서 부정적’이라 답한 경우는 43%에 달했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이 갈등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만의 일은 아니기에 과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신선한 정치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고 청년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청년을 보다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나타나길 여전히 바라고 있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잠시 정치권에 머물렀다 영달을 위해 떠나는 사람 대신 청년과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정직한 정치인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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