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반도체 시장 패권전쟁 격화
[이슈메이커] 반도체 시장 패권전쟁 격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7.0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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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 천문학적 투자 경쟁 시동
비메모리 공략 시작하는 K-반도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반도체 시장 패권전쟁 격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 이후 글로벌 주요 국가와 기업들의 반도체 패권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 되어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점을 위한 핵심 공급망 자산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자국으로 옮기기 위해 사활을 거는 미국을 비롯해 대만과 일본은 천문학적 투자로 제조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민간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정부 지원을 앞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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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 속 각국 제조기반 확보에 총력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5,559억 달러(688조 원)에서 올해 6,135억 달러(716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1,904억 달러(241조 2,558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산업 생산시설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자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장기적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생산을 줄였는데, 예상외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며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각종 자연재해가 부른 생산시설 가동 중단까지 겹치며 반도체 부족 현상은 더욱 커졌다.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일컬어지는 반도체는 중간재 성격을 갖기에 일상에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 어느 산업에나 존재할 정도로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와 가전 생산 차질 등 다른 산업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여전히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국가들은 관련 산업 지원정책과 지원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올해 2월 520억 달러(65조 원) 규모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제조 설비와 장비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공제도 제공한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첨단산업을 위주로 리쇼어링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며, 일본도 5,000억엔(5조 원) 규모의 공급망 안보 기금을 통해 해외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의 자국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 또한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자국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과 국가 차원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 되어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점을 위한 핵심 공급망 자산으로 꼽힌다. ⓒPixabay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 되어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점을 위한 핵심 공급망 자산으로 꼽힌다. ⓒPixabay

 

삼성전자, 반도체에만 300조 투자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인텔은 400억 달러(50조 원)를 들여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고, 독일에도 향후 10년간 950억 달러(118조 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54억 달러를 들여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도 추진 중이다.

 

대만의 TSMC도 1,000억 달러(124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을 짓는다. 또한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인도 정부와 뉴델리에 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는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을 지난 4월 완공한 데 이어 추가로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함께 1조 원을 투자해 이와테현에 새 낸드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10년간 171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며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20조 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한다. 최근엔 미래 먹거리에 450조 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00조 원이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남다른 의지를 드러냈다. 파운드리는 삼성이 종합 반도체 1위 도약을 위해 투자에 공을 들이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TSMC가 5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8%로 2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758억 원을 투자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데 이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SK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부문에 142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정부도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뒤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20대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20대 대통령실

 

IPEF 통한 공급망 재편 본격화 전망

한편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IPEF는 미국 주도로 출범한 경제통상협력체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총 13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들이 공급망 구축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 산업 지형을 IPEF 참여국 중심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PEF는 아직 구체적인 의제와 실행 계획 등을 마련하지 않은 단계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이 ‘기술·공급망 동맹’으로 격상된 점을 볼 때 미국 주도의 ‘기술·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게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설계에 강점을 가진 미국과의 기술 협력 등을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과 갈등을 겪는 대만의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가 IPEF에 참여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12%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GDP 기준으로 40조 원이 넘는 규모다. IPEF 출범 직전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국이 기술 동맹을 통해 경제 안보 협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먹거리에 450조 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00조 원이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먹거리에 450조 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00조 원이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뉴스룸

 

업계는 반도체 설계 등 전 공정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설계 및 생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제조 장비 분야가 강한 일본이 IPEF 참여해 공급망 결속력이 강화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과 인도는 중요 반도체 기술력은 부족해도 각종 전자제품과 기기의 조립 및 생산이 활발하고 인구가 많아 반도체 수요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미국이 IPEF 구축을 통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IPEF 참여를 계기로 중국 견제를 위해 제안된 ‘반도체(Chip) 4국(한국·미국·대만·일본) 동맹’도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을 기점으로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예상된다”며 “재편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심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4국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제안을 마냥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사실이다. 한국의 반도체 최대 고객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시장의 약 4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홍콩까지 포함하면 무려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생산공장도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의 10%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칫 위험한 ‘줄타기’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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