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Problem] 괴물이 된 연인, 사랑이란 가면으로 민낯 가린 데이트 폭력
[Social Problem] 괴물이 된 연인, 사랑이란 가면으로 민낯 가린 데이트 폭력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6.03.0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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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사랑이란 가면으로 민낯 가린 데이트 폭력

넘쳐나는 데이트 폭력, 한국 사회 문제로 떠오르다



 

 

▲ⓒ flickr, DualD FlipFlop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와 미비한 법적 제도로 인해 데이트 폭력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사람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헤어지면 된다” 혹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데이트 폭력은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겪는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
 

최근 연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데이트 폭력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신체 폭행뿐만 아니라 욕설과 언어폭력, 성폭력, 협박, 감금, 심리적 폭력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데이트 폭력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도 강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데이트 폭력을 연인 사이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인에게 폭행당한 사례가 3만 6,362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연인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피해자도 290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지난 11월에 발생한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여자친구 폭행 사건을 들 수 있다. 가해자인 의학전문대학원생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전화를 성의 없이 받았다는 이유로 4시간 반 동안 여자친구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폭행을 가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인 여자친구는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었지만, 학교 측의 적절하지 못한 대처로 같이 수업을 듣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폭행 당시의 상황을 녹음해 공개하며 만천하에 드러났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전에도 가해자에게 몇 차례 폭력을 당했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고소하기 위해서는 증거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 상해진단서, 음성녹취, 사진 파일 등 상대방의 폭력 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통해 상대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증거 수집의 어려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으며, 가해자를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데이트 폭력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의 행동에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실수를 들먹이며 기분을 망치거나 주위 사람들이나 자신을 비하 또는 무시하는 행동들도 여성과 남성 모두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중 하나다. 결별 후 자주 집이나 학교 앞으로 찾아와 다시 만나자는 상대의 행동이 대표적인 스토킹 사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14년 6월 10일부터 6월 24일까지 전국 20~30대 미혼남녀 491명(남성 213명, 여성 2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연인이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응답자 72.3%(355명)가 데이트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66.8%(328명)는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남성(158명)은 주로 화났다는 것을 알려주려고(44.9%), 무의식적으로 흥분해서(36.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여성(170명)은 상대가 잘못해서(36.5%), 상대가 먼저 욕이나 폭력을 행사해서(27.6%)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데이트 폭력은 신체 폭행, 언어폭력, 성폭력, 협박, 감금, 심리적 폭력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한다 ⓒ flickr, Zorah Olivia

 

 

초기 대응과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나 가정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일수록 상대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낮은 사회성과 자존감이 결국 상대에 대한 집착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 중 약 30% 정도가 가정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누적된 데이트 폭력 사건의 통계 수치를 조사한 결과,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은 상대방이 다른 이성과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고 자신의 문제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거나 연인에게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성적인 요구를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관계가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학교나 직장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에 지나친 호의를 베푼다. 가해자는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자신을 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분노하거나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겨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피해자들은 상대의 집착하는 모습을 사랑과 관심으로 오해해 초기 대응을 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성격일수록 자기 내부에서 잘못을 찾는 성향이 있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신과 의사 A 씨는 “만약 연인이 자신에게 작은 일에도 큰소리를 내거나 통화내역을 검사하는 경우, 다른 사람과 만나는 걸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는 경우, 집착이 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폭력의 정도가 심해지기 전에 한 번쯤 의심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데이트 폭력은 위험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5월 20일에 발생한 대구 여대생 부모 살인사건을 들 수 있다. 사건은 가해자인 장 씨가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권 씨에게 폭행을 행사하며 시작됐다. 딸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걸 알게 된 권 씨의 부모는 장 씨의 부모를 찾아가 장 씨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이후 장 씨는 자신의 부모에 의해 휴학을 하게 됐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동아리 연합에서도 사퇴했다. 동아리와 교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 씨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회장직을 사퇴하고 친구들과 멀어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부모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 씨는 헤어진 권 씨를 스토킹하고 배관공으로 위장해 계획적으로 권 씨 집에 침입해 권 씨의 부모를 칼과 망치로 살해했다. 살인 후, 권 씨 집에 보관돼 있던 술을 마신 장 씨는 뒤늦게 집에 귀가한 권 씨를 9시간 동안 감금했다. 그러던 중, 장 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권 씨가 4층에서 뛰어내리며 9시간 동안의 감금은 마무리됐다.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까지 위험하게 빠트리는 범죄 행위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법적 제도화가 미흡하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다툴 수도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오히려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데이트 폭력은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방안을 마련해왔다. 미국은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스토킹 금지법을 제정한 이래 1990년대에 대부분의 주에서 반스토킹법을 제정했다. 1994년에는 ‘의무체포’와 민사보호명령(민사상 접근금지명령)을 주되 수단으로 하는 여성폭력 방지법안에 데이트 폭력이 포함됐으며, 1998년에는 사이버 스토킹도 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2000년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가정폭력피해 이민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해 법을 강화했다. 각 주별로 스토킹 행위에 대해 2~4년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으며 다른 범죄와 연결될 경우 더 무거운 형벌도 가능하다. 서호주 정부는 신체공격과 스토킹, 폭력위협이 형사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해자는 경찰명령 72시간 동안 피해자 또는 피해자가 있는 곳에 접근할 수 없고 경찰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체포하거나 형법으로 기소할 수 있다. 경찰이 가해자를 보석·석방한 경우에도 법원 출두 전까지 가해자는 피해자 주변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동반된다. 영국에서는 데이트 폭력 증가에 대응하여 클레어법(Clare‘s Law)이라고 불리는 가정 폭력 전과 공개 제도를 채택 및 시행하고 있다. 이는 2009년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클레어 우드(Clare Wood)의 이름을 딴 것으로, 2014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누구나 전과 조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피해자는 영국 번호로 경찰(101)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담당 경찰서를 찾아가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접수자는 경관과 대면 면담을 진행하고 신청서를 작성한다. 신청서를 바탕으로 경찰은 관련 정보 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분석해 피해자의 배우자 또는 파트너 정보와 적절한 방안을 신청자에게 제공한다. 참고로 영국은 클레어법 시행 첫해 1,300여 명의 여성을 데이트 폭력에서 구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이 습관성이며 쉽게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불행과 파멸의 결말을 안겨줄 수 있는 데이트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다. 따라서 데이트 폭력을 연인 간의 사소한 실수와 오해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이에 해당하는 법률이나 제도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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